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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차량용 반도체·전기차 부품 투자 늘린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정조준, 자율주행 투자는 축소
"기술력이 이끌었다" 해외 완성차 기업 대상 수주 급증
현대모비스가 올해 전기차 부품과 차량용 칩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비용의 한계로 자율주행 시장 전반이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과감하게 자율주행 관련 투자를 줄이고 전기차 부문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투자 확대하는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투자 설명회 ‘모비스 모빌리티 데이’를 개최했다. ‘모비스 모빌리티 데이’는 현대모비스의 기술 개발 현황과 미래 비전을 현지 기업들과 공유하고, 미래 투자 계획을 설명하는 행사다.
미첼 윤 모비스 실리콘밸리 벤처스(MVSV) 디렉터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현대모비스는 전기차 부품에 대한 투자를 늘려 나갈 계획”이라며 “투자 비중을 기존 절반에서 70%까지 늘리고 파트너십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디렉터는 “세계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으로 수요 둔화를 겪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친환경 차량의 시대는 도래할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에서 지속 가능성과 청정 기술 혁신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량용 반도체 투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윤 디렉터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차량 내 소프트웨어의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현하려면 고사양 칩이 필수적”이라며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안정적인 칩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반면 그간 큰 비중을 차지하던 자율주행 관련 투자는 축소하기로 했다. 사실상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 현실화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고, 개발 비용 부담 역시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 포드와 폭스바겐의 자율주행 합작사 아르고AI는 지난 2022년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애플 역시 최근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포기한 바 있다.
차량 성능 제고에도 '주목'
업계는 현대모비스가 전기차 관련 투자를 전반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월 주행 시 공기 저항을 줄이는 전기차용 '프론트 페이스 통합 모듈'을 공개, 차량 주행 성능 향상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프론트 페이스(Front Face)는 램프, 그릴, 후드 등이 위치한 차량 전면부를 의미한다.
현대모비스의 새 통합 모듈에는 그릴과 후드 등의 일부가 자동으로 열고 닫히는 시스템이 적용됐다. 회사 측은 외부 공기를 유입시키고 열 교환을 거친 공기 배출을 유도하는 등의 융복합 공력 시스템만으로 전기차의 항속 거리가 약 20㎞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항속거리는 연료나 배터리를 가득 채우고 최대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뜻한다.
현대모비스는 디자인과 센서 보호를 위해 주행 중에만 외부로 돌출돼 작동하는 라이다, 충전 시작 단계에서 충전기를 꽂기만 하면 충전 완료 후 자동으로 충전기를 회수해 주는 등의 신기술도 모듈에 함께 적용했다. 운전자가 직접 충전을 마무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며 편의성을 개선한 셈이다.
탄탄한 전기차 부문 실적
현대모비스의 공격적인 전기차 투자는 탄탄한 전기차 부문 실적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유럽·북미 등 해외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전년보다 98% 늘어난 92억1,600만 달러(약 12조5,326억원)에 이르는 물량을 수주했다. 이는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기업에서 수주한 물량만 집계한 액수다.
해외 수주 호조를 견인한 것은 전동화 핵심 부품인 배터리시스템(BSA)이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업체 독일 폭스바겐에서 수조원대 BSA를 수주한 바 있다. BSA는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배터리팩과 배터리 관리 장치 등을 합친 모듈로, 전기차 주행거리 등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대모비스가 공급하는 BSA는 폭스바겐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탑재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의 기술력이 실적 성장세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현대차그룹이 경쟁사 대비 전기차 전환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대모비스 기술력 역시 눈에 띄게 강화됐다는 시각이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2022년 모듈 제조사 '모트라스', 부품 제조사 '유니투스' 등을 출범, 글로벌 전기차 시장 내 주요 부품 공급 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