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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개선계획 이행 첫발 내디딘 태영건설, 모회사 구주 감자 안건 등 의결
티와이홀딩스 대여금은 영구채 전환, 만기 압박 벗은 태영건설
자본잠식 해소 등 '회복' 전망 확산했지만, "근원 문제 해결은 아직"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이 자구안 이행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모회사 보유 구주 100대 1 감자, 대여금 영구채 전환 등 기업개선계획을 현실화한 것이다. 이에 태영건설과 산업은행 측에선 "조만간 회복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지만, 일각에선 회의적 의견도 적지 않다. 영구채 전환 등 방안은 결국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태영건설, 티와이홀딩스 구주 100대 1 감자 안건 등 의결
태영건설은 11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기업개선계획에 담긴 자구책인 모회사 티와이홀딩스(TY홀딩스) 등 대주주가 보유한 구주 100대 1 감자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임시 주총에선 대주주가 보유한 구주 감자안과 함께 소액주주 보유 주식을 2대 1로 차등 감자하는 안건과 임원 퇴직금을 삭감하는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일부 개정의 건'이 모두 통과됐다. 태영건설이 자구안 이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감자 기준일은 오는 26일로, 태영건설의 주식 수는 기존 4,020만1,240주에서 1,212만435주로, 자본금은 201억원에서 60억6,000만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임시주총 이후 이사회에선 모회사와 주채권은행으로부터 빌린 6,329억3,000만원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기 위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결의했다. 이에 따라 주당 2,310원으로 보통주 신주 2억7,399만5,695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제3자배정 대상자는 티와이홀딩스 1억7,316만173주, 산업은행 3,419만9,134주, 하나은행 1,082만2,510주, 국민연금공단 1,079만4,767주 등이다.
회사채를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채권자집회도 열었다. 오는 7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연장을 위해 개인투자자들의 동의를 받기 위한 절차다. 이날 연장안은 출석 사채권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전격 통과됐다. 태영건설은 연장안에서 개인투자자들에 채권의 50% 출자 전환, 만기 3년 연장, 연 2.59%인 쿠폰 금리를 3% 인상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기업개선계획 현실화, 대여금 영구채 전환하기도
이번에 태영건설이 진행한 자구안은 지난 4월 드러난 워크아웃 계획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에 따르면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에 지원한 3,300억원을 영구채로 전환할 예정이었는데, 이는 실제 티와이홀딩스가 영구채 전환을 결의하면서 현실화했다.
앞서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에 대여한 3,349억원 규모의 채권은 영구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대여금 만기가 이달 중 도래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영구채로 전환하면서 태영건설은 향후 30년간 해당 채권을 상환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어졌다. 영구채는 또한 연장이 가능하고 3년간 중도 상환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연 이자율은 3%가량이다. 태영건설이 만기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 셈이다.
100대 1 감자 및 대규모 출자전환 이후 티와이홀딩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겠단 계획도 현실화했다. 앞서 태영건설은 티와이홀딩(27.8%)와 윤석민 회장(10.0%), 윤세영 창업회장(1.0%) 윤석민 회장 부인(3.0%) 등 기존 대주주의 지분율은 41.8%에서 50~60%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는데, 최근 업계는 출자전환 후 티와이홀딩스의 지분율이 총 60.56%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주주가 채권단보다 더 큰 규모로 자본 확충에 나서면서 경영권 상실을 피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자본잠식 해소 기대감 높지만, 일각선 "시간 끌기 아니냐"
태영건설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번 자구책 안건 의결을 통해 자본잠식 해소 및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지난 4월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도 "(기업개선계획이 이행되면) 자본확충으로 2024년 말 자본잠식이 해소되고 2025년부터 부채비율이 200%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영구채 전환 등으로 자본 안정성이 제고되긴 했지만 결국 태영건설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라는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및 이에 따른 파급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이번 자구안은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태영건설이 실질적인 회복을 기대하기엔 아직 부족한 지점이 많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