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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 3사, SK증권 신용등급 일제히 강등
수익성 악화, 부동산 금융 부실화가 원인
하나·다올투자證도 신용등급 전망 하향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 3사가 SK증권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부동산 금융 부실에 따른 건전성 우려와 수익성 저하 등이 신용도를 끌어내린 것이다.
SK증권, 신용등급 하락
11일 한기평은 SK증권의 기업신용등급 및 파생결합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조정했다. 이어 한신평은 SK증권의 파생결합사채(ELB, DLB)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했다. 나이스신평은 SK증권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 A2로 하향조정했다.
신평사들은 SK증권의 신용등급 하향 원인으로 수익성 악화, 부동산 금융 부실화를 꼽았다. SK증권은 자기자본 1조원 미만 중소형사 중 가장 많은 인력과 지점을 보유해 고정비 부담이 큰 데 반해 주요 사업 부문의 이익창출력은 약화됐다. 중형 증권사는 평균 10여 개 내외의 영업 지점을 두는데 SK증권의 국내 지점은 그보다 약 2배 많은 25개에 달한다.
특히 SK증권은 최근 2개 분기 연속 손실을 냈다. 분기 영업적자는 지난 2023년 4분기 191억원, 올해 1분기에는 19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를 낸 데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 관련 대손비용 인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23년에는 391억원, 올 1분기에는 170억원을 적용했다.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역시 444억원을 설정했다.
부동산 PF 부실로 건전성 저하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금융의 건전성도 크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요주의이하자산 2,411억원 중 부동산 금융 관련 금액이 2,127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업성이 떨어진 브리지론의 정리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분양 성과가 미진한 분양형 본PF의 경우 중·후순위 포지션의 비중이 높아 신평사들도 건전성 저하 지속 및 추가 충당금 발생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SK증권은 체질 개선을 위해 임직원 수를 2022년 말 966명에서 올해 3월 말 882명으로 점진적으로 줄이고 정보기술(IT) 비용과 기타투자를 감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동성 위험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PF 유동화 시장 경색으로 증권사 단기조달시장까지 얼어붙었던 2022년 4분기에 SK증권이 2,700억원의 6개월물 기업어음(CP) 조달에 성공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형 증권사 위주로 투자중개시장 구조가 재편되면서 영업순수익 중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투자중개 부문 시장 점유율도 2019년 1.8%에서 2023년 말에는 1.3%까지 하락했다. 아울러 기업금융(IB) 부문도 부동산 금융 채무보증, 사모펀드(PEF) 출자 등 장기투자를 병행해 왔으나 올 1분기 들어 PF 시장 및 기업금융 위축으로 실적부진이 심화됐다. 2023년 1분기 29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IB 부문은 올 1분기 11억원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올투자증권, 하나증권도 줄줄이 강등
부동산 PF 부실로 인해 신용도가 흔들리는 증권사는 SK만이 아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나신평은 지난달 5일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나신평 측은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471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며 “주력 사업인 부동산 금융이 위축되면서 수익 창출력이 저하됐다”고 신용도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대형 증권사 중에도 신용등급이 강등될 처지에 놓인 곳들이 있다. 나신평은 최근 하나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내렸다. 하나증권의 경우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데다 금융지주 모회사의 지원 여력이 충분한 증권사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증권사들의 신용도 줄강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아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26조3,000억원 수준이다.
한신평이 집계한 ‘금융업권 부동산 PF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이 중 손실액은 4조6,000억~7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이 이미 적립한 충당금과 준비금은 2조원에 그친다. 향후 증권사들이 PF 관련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도 증권사 재무건전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 각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연일 급락하며 손실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증권사는 신용도 하향 조정 위험성이 더 높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