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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 배달앱 '노크', 종합 물류기업으로의 전환과정
1인 가구 많은 서울 강서구서 시범 운영부터 진행
업계 최저 수수료, 무료 배달 등 점주 친화적 특징
hy(옛 한국야쿠르트)가 배달앱 시장에 진출한다. 2021년 종합 물류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hy는 배달앱 '노크(Knowk)'의 출시를 통해 기존 프레시매니저, 물류 인프라 등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노크가 업계 최저 수수료와 무료 배달을 앞세워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가운데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3강 체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개 수수료 5.8%, 배달비 0원'으로 고객 공략
23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hy는 이달 말 배달앱 노크를 출시하고 서울 강서구에서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1인 가구의 비중이 높은 강서구는 주거·오피스·상권이 골고루 편성돼 있어 배달 주문이 많은 지역이다. 노크는 시범 운영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한 뒤 향후 서비스 지역, 혜택, 운영 방식 등을 조정할 예정이다.
hy 관계자는 "그동안 야쿠르트 배달을 통해 쌓아 온 데이터와 노하우가 배달 플랫폼에 반영됐다"며 "핵심 사업인 정기 구독 서비스와 노크를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정확한 출시일, 서비스 지역 확대 시점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앱 개발에 변수가 많고 다운로드 승인 등 각종 절차가 남아 있어 세부 일정은 유동적이라는 설명이다.
hy는 노크의 중개 수수료를 업계 최저인 5.8%로 결정했다. 고정비, 가입비, 광고비 등 추가 요구도 없다. 배달앱 3사의 중개 수수료는 요기요 12.5%, 쿠팡이츠 9.8%, 배민 6.8%다. 이와 함께 소비자에게는 '조건 없는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쿠팡이츠가 와우 회원에 한해 무료 배달을 시작해 점유율을 늘린 데 착안해 아예 조건을 두지 않는 무료 배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인수한 배달 대행사 '부릉'과의 시너지 기대
이번 노크 론칭은 hy가 지향하는 '종합 물류기업'으로의 전환 과정 중 하나다. 지난 2021년 한국야쿠르트는 'hy'로 사명을 변경하고 유제품을 넘어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지난해 4월에는 배달대행사 '부릉(Vroong)'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를 8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업계에서는 hy가 풀필먼트, 퀵커머스 등으로 사업을 넓힐 것으로 예상했다.
인수 이후 1년이 넘도록 별다른 행보가 없자 hy가 메쉬코리아의 적자만 떠안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인수 과정에서 메쉬코리아 내홍으로 다수의 개발 인력이 이탈하면서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 hy는 지난해 1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부릉에 949억원을 투자했지만, 결국 풀필먼트센터를 정리하자 업계는 양사의 시너지가 어려워진 것으로 봤다.
그러나 hy는 노크의 론칭을 통해 본격적으로 부릉과의 시너지 내기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hy가 지난해 부릉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이 결국 노크 론칭을 투자로 보고 있다. 실제로 hy는 부릉을 통해 전국 프레시 매니저 1만1,000명, 배달 라이더 1만 명을 확보했다. 또 전국에 2만여 명의 물류 인력과 약 1,000곳의 물류 지점(프레시매니저 지점 510개, 부릉 스테이션 500개)을 활용할 수 있다.
'3强 독과점' 배달앱 시장, 새로운 변화 일으킬까?
다만 hy의 노크가 배민·쿠팡이츠·요기요 3강이 굳건한 배달앱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를 두고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앱 사용자 수의 월간 점유율은 배민 60%, 쿠팡이츠 20%, 요기요 16% 순으로 집계됐다. 3사의 점유율이 무려 96%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hy가 배달앱 3사로 굳어진 판세를 뚫고 들어가기는 어려울 거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최저 중개 수수료, 무료 배달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이미 다수의 고객을 확보한 업계 1위 배민의 이용자를 뺏어올 만큼의 특장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2·3위 경쟁이 심화하면서 해당 업체들도 앞다퉈 무료 배달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hy가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레드오션 상태인 배달앱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에 있는 3사의 운영 정책에 실망한 라이더나 점주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크가 '점주 친화적인 배달 플랫폼'이란 점을 내세워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며 "점주·라이더의 원성과 불만을 잠재울 만한 기능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