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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몰리는 폐기물 산업, 에코비트부터 SK에코플랜트까지 M&A로 대형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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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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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에코비트 등 폐기물 처리 업체 인수 나서
신규 진입 제한, 안정적인 수요와 매출 구조가 장점
건설·의료·전자 폐기물, 폐배터리 처리 등 영역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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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쓰레기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폐기물 처리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폐기물 처리 업체를 인수하기 위한 사모펀드 운용사(PEF)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 최대 폐기물 처리 업체인 에코비트 인수전에서도 쟁쟁한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경쟁을 벌인 끝에 IMM프라이빗에쿼티와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최종 승자가 됐다. 폐기물 산업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 재평가받으면서 차후 인수합병(M&A)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폐기물 처리 1위 에코비트, 기업가치 2.7조원 평가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 컨소시엄(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은 에코비트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매립·공공 하수처리·의료 폐기물 소각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라와 있는 에코비트는 매립장·소각장·하수처리장 등 사업장만 14곳에 달한다. 올해 예상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500억원이었지만, 안정적인 인프라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2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다만 회사가 6,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어 매각 가격은 최종 2조1,000억원으로 정해졌다.

에코비트 외에도 여러 폐기물 처리 업체가 사모펀드 운용사를 새 주인으로 맞고 있다. EQT파트너스는 지난달 플라스틱 폐기물 전문기업 KJ환경을 1조원에 인수했다. 올해 상반기 산업 폐기물 매립장 전문업체 제이엔텍의 인수를 추진한 어펄마캐피탈과 더함파트너스도 거래 종결을 앞두고 있으며, 젠파트너스도 폐기물 중간 처분 업체인 창원에너텍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사모펀드 운용사의 관심이 소각장과 매립장을 보유한 업체에서 폐기물 산업 전체의 밸류체인으로 확장하면서 인수 대상도 다양한 분야와 공정에 모두 관여하는 종합 폐기물 처리 업체로 확대되고 있다. 폐기물 산업은 폐기물의 종류에 따라 생활·의료·건설 폐기물 등으로 나뉘고, 처리 공정에 따라서는 수집·운반, 재활용·재처리, 소각, 매립으로 분류된다. 특히 공정에 따라 영업이익률에 차이가 있는데 수집·운반과 재활용·재처리의 이익률은 각 5.5%, 4.4%인데 반해 매립과 소각은 각 30%, 16%로 전체 밸류체인을 포괄할 경우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내년 국내 폐기물 처리 시장, 24조원까지 성장 전망

사모펀드 운용사가 폐기물 처리 업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재고 관리가 필요 없고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현금 흐름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 모두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는 새로 지을 수 없고, 인근 주민과 환경 단체의 반발로 신규 업체의 진입이 어렵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경제와 산업이 발전할수록 폐기물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매출이나 수익 구조도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국내 폐기물 처리 수요는 폐기물 발생량의 증가와 함께 꾸준히 확대돼 왔다. 특히 3년 전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이후 크게 늘었다. 일평균 폐기물 발생량은 1996년 18만573톤에서 2009년 35만7,000톤, 2020년 53만4,000톤으로 꾸준히 증가해 14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생활 쓰레기가 급증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중인 2021년부터 2022년까지 1인당 생활 폐기물이 2.2% 증가했다.

폐기물 발생량의 증가는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삼정KPMG에 따르면 국내 폐기물 처리 시장은 2018년 16조7,000억원, 2022년 19조4,000억원에서 2025년 23조7,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폐기물 발생량 대비 처리시설 부족으로 기존 민간 폐기물 처리 업체의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기업가치도 상승했다. 국내 폐기물 처리 업체의 기업가치는 2017년 대비 2020년 2.8배 증가했다. 여기에 국민 소득 수준 증가, 비대면 업종의 확장, 의료 서비스 수요 확대, 주택 개발 활성화 등의 요소가 더해지면서 폐기물 산업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SG 경영 확산에 폐기물의 재활용과 에너지화 지향

ESG 경영의 확산도 호재로 작용했다. 건설 등 관련 업계에 대한 친환경 압박이 거세지면서 폐기물 처리시설은 궁극적으로 폐기물의 재활용과 에너지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막대한 폐기물을 만들어내며 ESG 경영에 약점을 보였던 기업들이 직접 폐기물 처리업에 뛰어들어 활로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폐기물 처리업을 발판으로 정부가 제시한 ESG 경영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데다 미래 에너지원 창출 역량을 확보해 종합 환경 기업으로서의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환경 사업에서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IS동서가 대표적이다. IS동서는 2017년 건설 폐기물 중간 처리 부문 1위 업체인 인선이엔티에 투자를 시작한 이후 순차적으로 지분율을 확대해 지난 2019년 인선이엔티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2021년에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E&F PE와 손잡고 폐기물 소각·매립 전문기업 코엔텍, KT ETS의 환경에너지사업부가 물적 분할해 설립한 코어엔텍 등을 사들였고, 인선이엔티를 통해 건설 폐기물 처리 업체인 영흥산업환경과 파주비앤알을 인수했다.

2020년 전후로는 전기차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분야에 뛰어들었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의 주도권 확보하기 위해 2019년과 2023년 각각 폐자동차 처리업계 1위인 인선모터스와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IS TMC를 인수했다. 이후 전처리 공정을 보강하기 위해 아이에스비엠솔루션(IS BM Solution)을 설립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기차 해체부터 회수소재 제품화까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풀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올해는 코엔텍과 코어엔텍을 동시 매각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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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의 의료페기물 처리 로봇/사진=SK에코플랜트

소수 기업이 '수직 계열화', 환경 종합기업으로 전환

IS동서와 함께 '빅2'로 꼽히는 SK에코플랜트도 지난 2020년 11월 종합 환경 폐기물 전문업체 환경시설관리(전 EMC홀딩스)의 지분 100%를 1조원에 인수한 뒤 지속적으로 지역 거점 폐기물 처리 업체를 확보했다. 2021년 1월 경주 지역의 와이에스텍을 인수했고, 같은 해 6월에는 대구의 삼원이엔티, 충남의 대원그린에너지와 새한환경을 사들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성장한 의료 폐기물 분야에도 진출해 2022년 6월 의료 폐기물 소각 기업인 디디에스를 시작으로 도시환경, 이메디원을 잇달아 인수했다.

이어 2022년에는 1조2,000억원을 들여 글로벌 전기·전자 폐기물 전문기업 테스(TES)를 인수했다. 전자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이 세계적으로 많지 않은 데다 특히 전기차 폐배터리는 화재나 폭발 위험 탓에 매립이나 소각할 수 없어 전자 폐기물을 전문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행보였다. 지난 2005년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테스는 수거, 분류, 처리, 재활용 등 전 분야에 걸쳐 사업을 영위하는 종합 전자 폐기물 기업으로 21개국에 43개의 처리시설을 확보해 넓은 공급망이 강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M&A들이 마무리되면, 폐기물 처리 산업이 소수의 기업을 중심으로 대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던 비즈니스 범위가 전국구로 확장되고,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대 또한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과거 의료 폐기물, 건설 폐기물 등 한 가지 분야에 특화한 중소형 업체들이 대거 인수되면서 폐기물 처리 산업의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폐기물 발생에서부터 최종 처리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를 구축할 것이란 전망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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