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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이후 크게 증가한 중앙은행 독립성
1950년대부터 지속적인 상승세 보여
긍정적 상관관계 가진 주제는 '공시·투명성·보고 의무'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올해 미국 대선 후보 중 한 명도 이를 문제로 삼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중앙은행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으며, 실제로 지난 30년간 여러 국가들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19세기 초까지 연구 범위 확대
중앙은행의 독립성 강화가 더 먼 과거에도 존재했을까? 나지레 네르기즈 딘서(Nazire Nergiz Dincer) 튀르키예 테드대학(TED University) 경제학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중앙은행 독립성 지수로 널리 사용되는 쿠키어만(Cukierman) 외 연구진이 개발한 16점 척도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실질적' 독립성보다 '법적' 독립성에 중점을 두고, 중앙은행 법령의 관련 조항을 기준으로 수치적 평가를 실시했다. 새로운 법령과 기존 법령의 개정이 빈번하게 이뤄져 이를 수집하는 과정이 까다로웠으나 연구진은 분석 기간을 기존 연구보다 확장해 19세기 초까지 조사했다. 그 결과 총 120개 중앙은행에 대한 8,318개의 연간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분석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1980년 이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이 시기의 변화는 과거 어느 시기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특했다.
이러한 사실은 중앙은행이 설립된 시기와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즉 19세기 전반에 이미 존재했던 중앙은행, 19세기 후반에 설립된 중앙은행, 20세기 전반에 설립된 중앙은행, 그 이후에 설립된 중앙은행 모두에서 1980년 이후 독립성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아래 그래프를 통해서도 볼 수 있듯 표본 구성의 변화로 인한 것이 아니다.
꾸준한 상승 배경
그러나 1920년대부터는 1980년대 이후와는 달리 독립성의 평균 수준이 서서히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란은행, 프랑스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후원하에 활동하던 국제연맹 전문가들과 소위 '머니 닥터'들이 독립적인 중앙은행을 추진하는 운동을 주도한 것이다. 나아가 1920년대와 1930년대에 독립성 증가와 관련된 주요 요인은 새롭게 창설된, 초기부터 비교적 독립적이었던 여러 중앙은행의 설립이 있었다. 그 후 40년 동안 독립성의 평균 수준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중간에 예외적인 상황도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급격히 약화됐다. 당시 연준은 재무부의 지시에 따라 금리 정책을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1951년 재무부-연준 협정(Treasury-Fed Accord)을 통해 뒤바뀌었고, 연준은 다시 금리 설정의 독립성을 회복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연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1950년대 전반에 걸쳐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다시 강화되는 흐름을 보였고, 1950년부터 1980년까지 독립성 수준이 꾸준히 상승했다. 이 추세는 모든 설립 시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1980년 이후 중앙은행 독립성의 혁명적인 변화는 이미 그 이전에 기초가 마련됐음을 시사한다.
IMF 데이터 기반 주제 분석
통상 중앙은행 법령에 명시된 법적 독립성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수치화된 평가를 부여하는 과정에서는 관련 조항을 해석하는 데 인간의 판단이 개입된다. 이런 이유로 연구진은 자연어 처리(NLP)와 기계 학습 기법을 사용해 얻은 결과와 비교를 진행했다. 90개의 최신 중앙은행 법령 표본을 대상으로 서포트 벡터 머신 모델링 및 토픽 모델링기법을 활용해 분석이 이뤄졌다.
NLP 접근법의 목적은 법적 독립성 지수를 예측하는 주제(topic)를 파악하고, 그 주제가 더 높은 값 또는 낮은 값을 어떻게 예측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먼저 연구진은 법령 텍스트를 전처리해 불필요한 단어들을 제거하고, 상위 2,000개의 가장 빈번한 고유 토큰만을 남겼다. 그런 다음 잠재 디리클레 할당(Latent Dirichlet Allocation, LDA) 알고리즘을 사용해 중앙은행 법령 전체에서 독립성에 기여하는 용어들을 분류했다. 최적의 주제 수는 11개로 선정됐으며, 이는 IMF(국제통화기금) 중앙은행 법령 데이터베이스의 범주를 기반으로 각 주제에 라벨을 부여했다.
분석 결과 독립성 변동을 설명하는 데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주제는 공시(disclosure), 투명성(transparency), 보고 의무(reporting obligations)와 관련된 것이었다. 이는 독립성과 책임이 함께 작동한다는 가정과도 일치한다. 또한 투명성은 중앙은행이 정치권과 국민에게 운영 상황을 공개해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방법이다. 반면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주제는 증권 시장에 대한 규제 권한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러한 권한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책임을 다하기 어렵게 하고 결국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법적 측면 넘어 실질적 독립성으로 연구 확장
연구진은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기존 연구에 새로운 관점을 더했다. 첫 번째로 1980년대 초부터 급격히 상승한 독립성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분석해 이 현상이 얼마나 이례적인지 확인했다. 동시에 1920년대부터 시작된 점진적인 독립성의 상승도 주목했는데, 이는 당시 설립된 새롭고 비교적 독립적인 중앙은행들의 등장과도 맞물려 있었다. 이는 중앙은행 독립성의 변화가 단순한 시대적 흐름이 아니라, 각 시대의 경제적 필요와 정책적 선택에 따라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접근법에서는 중앙은행 독립성에 영향을 미치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용어와 주제를 분석했다. 독립성 변동을 가장 긍정적으로 설명한 주제는 공시, 투명성, 보고 의무였으며, 반대로 증권 시장에 대한 규제 권한은 독립성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실증 분석이 여전히 중요한 연구 분야임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법적 독립성뿐만 아니라 실질적 독립성을 측정하는 연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계 학습 기법을 활용해 중앙은행의 보고서, 보도 자료, 회의록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나지레 네르기즈 딘서(Nazire Nergiz Dincer) 튀르키예 테드대학(TED University) 경제학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Central bank independence: Views from history and machine learning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