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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입학 길 막아선 캘리포니아주, "평등한 교육 기회 촉진하기 위한 것"
극심한 재정난으로 정부에 종속된 韓 대학들, 캘리포이나주 대학도 '재정 종속' 가능성
일각선 찬성 의견도, "기부입학으로 인한 '학벌 세습' 문제 차단해야"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스탠퍼드대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등 주요 사립대에 대한 기부입학 및 동문 특혜 입학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가족과 재산이 대학 입시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는 취지다.
캘리포니아주 기부입학 금지
1일(현지 시각) 개빈 크리스토퍼 뉴섬(Gavin Christopher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사립 및 비영리 교육기관의 입학 절차에서 기부입학과 동문 특혜를 금지하는 'AB 1780' 법안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은 내년 9월부터 캘리포니아주 주요 사립대 신입생 선발에 적용될 예정이다.
뉴섬 주지사는 이날 법안을 통과시킨 뒤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촉진할 것"이라며 "능력, 기술, 노력이 대학 입학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캘리포니아 드림이 단지 운이 좋은 소수에게만 접근 가능해서는 안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를 위해 공정하게 고등교육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대학들 사이에선 '재정 종속' 우려 나오기도
이 같은 결정에 캘리포니아주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학교의 재정 창구 노릇을 하던 기부입학이 사라지면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이 커져 저소득층 등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22년 기준 미국 상위 10개 대학의 평균 기부금 액수는 거의 210억 달러(약 28조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구체적으로는 1위인 하버드가 418억 달러(약 50조1,600억원), 2위인 예일대가 311억 달러(약 37조3,200억원), 3위인 스탠퍼드대가 289억 달러(약 34조6,800억원) 정도다. 기부입학 폐지에 따라 '재정 악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기부입학 폐지 이후 캘리포니아주 대학이 정부 등 주요 자금 유입처에 사실상 종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재정 악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 자금 창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대학의 자율성이 급격히 저하할 수 있단 것이다.
비슷한 상황은 이미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 대학들은 15년이 넘는 등록금 동결에 극심한 재정난에 빠졌고, 그만큼 재원 마련 창구 역할을 하는 정부 지원금의 중요도도 높아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2년간 전국 대학에 투입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 사업비는 총 49조6,749억원에 달한다. 교육계에서 "대학의 생사 존립이 정부의 손에 좌우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는 만큼 대학에 대한 간섭도 극심해졌단 점이다. 등록금 간섭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분만큼의 등록금 인상을 막고 입학금까지 없애면서 대학의 재정을 더욱 옥죄고 있다. 대학 재정의 기본인 등록금 책정에서부터 대학의 자율권이 침해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국내 대학가에선 기부입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독립적인 재정 창구가 없는 대학들의 ‘재정 종속’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자격 미달자 입학 사례↑, 기부입학 금지 찬성 의견도
다만 일각에서는 기부입학 폐지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잖이 나온다. 기부입학이 '현금 입학'으로 변질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서다. 기부입학제는 기본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일정 수준의 점수를 추가 획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컨대 2005년 조사에 따르면 당시 대학 졸업생의 자녀들은 1,600점 만점의 구 SAT 체계에서 160점가량의 특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량의 기부금을 냈다고 해서 '자격 미달자'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선 자격 미달자가 인맥과 기부금을 바탕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는 모양새다. 실례로 지난 2020년엔 캘리포니아주 차원의 감사 과정에서 UC 버클리가 기부입학을 명목으로 최소 55명의 자격 미달 학생을 입학시킨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결국 기부입학제가 사실상의 학벌 세습 구실로 전락한 만큼 관련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대학 차원에서 새로운 재정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