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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스타트업 대표에 약정금 소송 웬 말”, 신한캐피탈 행보에 업계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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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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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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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베이스 측에 12억원 반환 청구
18개 투자사 중 유일하게 소송 나서
업계는 투자 유치 시도 위축 우려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신한캐피탈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스타트업의 창업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해당 스타트업에 들어간 투자금에 이자까지 가산한 금액을 반환하라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대표 개인의 과실 및 고의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조처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원금 5억원에 연 15% 이자 가산해 돌려달라”

14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은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하진우 전 대표를 상대로 약정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신한캐피탈이 어반베이스에 투자한 원금 5억원에 연 15%에 해당하는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반환하라는 내용이다. 신한캐피탈의 주장대로라면 하 전 대표 측이 반환해야 할 금액은 11억8,000만원에 달한다. 현재 신한캐피탈은 엑시트(투자금 회수)의 일환으로 하 전 대표의 주택에 부동산 가압류를 신청한 상태다.

앞서 신한캐피탈은 어반베이스의 시리즈 A 브릿지 라운드에 참여해 상환전환우선주(RCPS) 인수 방식으로 5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어반베이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시장 침체로 경영난에 처했고, 결국 하 전 대표는 기업회생 절차에 나서며 재기를 도모했다. 상법상 기업회생 절차 신청에 대한 결의는 이사회 의결로 가능하지만, 하 전 대표는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개최했고, 주주 93.6%의 찬성을 받았다. 당시 신한캐피탈은 주주총회에 불참한 것은 물론 서면으로도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벤처 투자사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을 이자까지 가산해 창업자 개인에게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생 기업에 대한 자체가 높은 위험을 수반하는 투자인데, 신한캐피탈은 투자가 아닌 대출채권 추심을 하듯 원리금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 전 대표 또한 “창업자 개인에게 투자금을 배상하라는 판례가 생기면 굉장히 큰 파장이 일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공론화한 이유를 밝혔다.

어반베이스의 3D 스튜디오를 이용해 공간을 꾸민 모습/사진=어반베이스

부진한 실적이 IPO 발목 잡아

2014년 설립된 어반베이스는 3차원(3D) 공간 데이터 전문기업이다. 2차원(2D) 도면을 3D로 자동 변환하는 모델링 기술을 비롯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메타버스 영역의 핵심 기술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어반베이스는 이들 기술을 활용해 국내 아파트의 약 96.5%에 해당하는 9만8,000여 개의 3D 도면을 구축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업계의 관심은 굵직한 투자로 이어졌다. 2020년에는 신세계I&C가 SI(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고, 이듬해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13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한화는 어반베이스의 기업가치를 4,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신세계와 한화 외에도 삼성벤처투자, CKD창업투자, 삼성벤처투자, 브리즈인베스트먼트, SL인베스트먼트 등이 어반베이스의 재무적투자자(FI)로 이름을 올렸으며, 총 누적 투자금은 25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기업공개(IPO)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투자금 반환에 제동이 걸렸다. 어반베이스는 지난해 하나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했지만, 부진한 실적이 문제가 됐다. 2020년 12억원, 2021년 14억원, 2022년 16억원 등 매해 1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적자는 14억원, 24억원, 82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적자가 누적되는 동시에 벤처투자 시장까지 얼어붙었다. 어반베이스가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하게 된 배경이다.

올해 초에는 이정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진행했지만, 실패했다. 투자 시장 위축과 부동산 경기 불황까지 맞물리면서 어반베이스의 사업성이 낮게 평가된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당초 예정됐던 회생계획을 폐지하고 파산 절차로 전환했다.

“계약서상 정당한 권리, 배임 문제도 고려해야”

어반베이스를 조사한 회계법인은 회사를 청산할 때의 가치가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청산 금액으로 회생 담보권과 회생 채권을 변제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몫은 사실상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한캐피탈이 주장하는 하 전 대표의 연대책임과 투자금 반환 소송에 업계가 크게 놀란 것도 이 때문이다.

신한캐피탈 측은 계약에 따른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신한캐피탈 관계자는 “어반베이스에 대한 투자계약은 연대책임이 금지되기 전인 2017년에 체결됐다”고 짚으며 “게다가 해당 규정은 벤처투자조합에만 적용되는 규정으로,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인 자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한캐피탈이 근거로 제시한 부분은 투자 계약서의 “기타 회사의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불가능해진 경우 이해 관계인은 회사와 연대하여 본 조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계약서를 그대로 실행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신한캐피탈 측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형평성이나 배임 문제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감사를 받는 금융권 투자사에서는 계약서에 명시된 권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회사의 손해를 만회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문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캐피탈은 자기자본(PI)으로 어반베이스에 투자를 진행해 배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어반베이스에 투자한 18개 투자사 중 소송을 진행하는 곳은 신한캐피탈 한 곳뿐이다. 신한캐피탈과 같은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면서 동일한 금액을 투자하고, 같은 투자 계약서를 사용한 산은캐피탈은 어반베이스에 소송 등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시도하지 않았다.

한편 법조계와 벤처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투자 시장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RCPS 인수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관련 투자금 반환 소송은 있었지만, 고의나 과실이 없는 창업자 개인에게 연대보증 책임을 묻는 판례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신한캐피탈이 승소한다면 향후 창업자들의 투자 유치 시도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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