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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 여성 고용률 4년 연속 증가세 경력단절 사유 41.1% ‘육아’ 비정규직 등 고용 안정 담보 안 돼
미성년 자녀를 둔 기혼 여성 10명 중 6명은 일과 가정을 동시에 책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높은 기혼 여성 취업률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육아 등을 이유로 잠시 일을 쉬었던 여성들이 서둘러 일터에 복귀한 데 따른 결과다. 전문가 사이에선 높은 고용률이 고용의 질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한 고민 또한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통계청 ‘2024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 여성 고용현황’ 발표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15~54세 기혼 여성은 765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62.4%로 전년 대비 2.4%p 오르며 역대 최대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일과 가정을 동시에 돌보는, 이른바 ‘워킹맘’ 비율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55%까지 하락했지만, 2021년 이후 4년 연속 증가 추세다.
일하는 기혼 여성을 종사상 지위별로 살펴보면 비임금근로자보다 임금근로자가 더 많았다. 워킹맘 중 임금근로자는 220만6,000명(82.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비임금근로자는 46만1,000명(17.3%)에 그쳤다. 또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176만9,000명(80.2%), 임시·일용근로자는 43만7,000명(19.8%)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만3,000명, 6,000명 증가한 수치다.
연령 계층별 고용률에서는 고령층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먼저 50~54세가 68.6%로 가장 높은 고용률을 보였고, 이어 45~49세(66.7%), 40~44세(62.2%), 35~39세(60.2%), 30~34세(56.3%) 등 순을 보였다. 지난해와 비교해 고용률이 감소한 연령대는 35~39세와 30~34세 두 계층으로, 이들 계층 내 워킹맘 수는 각각 1만 명, 4,000명 감소했다.
자녀 연령별 고용률을 살펴보면 자녀가 어릴수록 일보다 가정을 택한 여성이 많았다. 6세 이하 자녀를 둔 워킹맘의 비율은 55.6%였지만, 7~12세(64.3%)와 13~17세(69.2%) 자녀를 둔 워킹맘의 비율은 전체 평균을 상회했다. 이는 어린 자녀를 직접 돌보는 여성이 많은 데 따른 결과로,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 이후로는 다시 직장을 찾는 여성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자녀 연령별 주당 평균 취업 시간이다. 전체 워킹맘의 주당 평균 취업 시간은 35.3시간으로 지난해 남녀 전체 취업자의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인 38.9시간을 소폭 밑돌았다. 자녀 연령별 주당 평균 취업 시간에서는 6세 이하가 32시간으로 가장 짧았고, 이어 7~12세(36.4시간), 13~17세(37.7시간)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0.9시간, 0.1시간, 0.3시간 줄어든 수치다. 많은 여성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수입의 일부를 포기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체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여성은 121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13만3,000명 감소했다. 이들이 직장을 그만둔 사유로는 육아가 41.1%(50만 명)로 가장 많았고, 결혼(24.9%·30만3,000명)과 임신·출산 (24.4%·29만7,000명)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사회 복귀 서두르는 여성들
팬데믹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해 온 기혼 여성 고용률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 여성 고용현황’에 의하면 15∼54세 기혼여성 794만3,000명 중 18세 미만 자녀와 동거하는 여성은 260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워킹맘의 비율은 60.0%로 2016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력단절 여성은 134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4만8,000명 감소하며 전체 기혼 여성 중 17.0%를 차지했다. 경력단절 기간은 10년 이상이 53만9,000명(40.0%)으로 가장 맍았고, 5~10년(32만5,000명·24.1%), 3~5년(17만8,000명·13.2%) 순을 나타냈다. 통계청은 “단기 경력단절이 늘어나는 추세를 봤을 때 많은 여성이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육아와 자녀교육을 이유로 일을 ‘쉬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현실화하는 일자리 양극화
이에 전문가 사이에선 일자리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기혼 여성들의 사회 복귀율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가계 부담 등을 이유로 취업을 미룰 수 없는 경우에는 고용의 질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845만9,000명으로 이 가운데 여성이 57.3%(484만4,000명)를 차지했다.
특히 비자발적 비정규직 근로자의 74.3%는 그 이유로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를 꼽았다.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원하는 수준의 안정적 일자리는 구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지역사회 내 여성들의 일자리가 경리직, 사무직, 단기 아르바이트, 서비스직 등으로 제한돼 고용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부나 기업의 고용 촉진 시도가 일자리의 양적 확대보다는 안정적이고 질 높은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