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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때린 우크라이나, 러시아는 ‘핵 보복’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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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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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신형 에이태큼스 6발 러시아 브랸스크 공격
사정거리 내 격전지 쿠르스크 내 1만여 북한군
확전 우려 커지며 동북아 긴장감 팽팽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에서 지원받은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가격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해당 미사일로 타격을 허용한 이후 우크라이나가 감행한 첫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전쟁 발발 1,000일 만의 일이다. 국제사회 내 확전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역시 전쟁의 사정거리 안에 놓였다.

러시아, 핵 교리 수정으로 보복 시사

19일(현지 시각)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오전 3시 25분 적군(우크라이나군)이 6발의 탄도미사일로 브랸스크 지역 내 한 시설을 공격했다”며 “지금까지 확인된 정보에 따르면 미국산 에이태큼스 전술 미사일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어 “판치르 대공 방어 시스템으로 미사일 5발을 격추했고, 1발은 손상시켰다”며 “파편이 인근 군사 시설에 떨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이에 따른 사상자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 또한 우크라이나군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기 위해 에이태큼스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공격은 브랸스크 지역의 한 시설에 대해 수행됐고,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다만 군 공식 성명에서는 에이태큼스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카라체프 근처 시설에 대한 공습만 보고된 상태”며 “사용된 무기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러시아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자국의 새로운 핵 교리인 ‘핵 억제 분야 국가 정책 기초’ 승인 법령에 최종 서명하면서다. 새로운 법령에 따르면 비(非)핵보유국이라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러시아는 이를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두 나라 모두 핵무기로 보복 공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계속 감행하면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에도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17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거리가 300㎞에 이르는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도록 허가한 바 있다. 그간 미국은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사거리가 짧은 구형 에이태큼스 미사일만 우크라이나에 공급해 왔다. 올해 4월부터는 신형 에이태큼스를 우크라이나에 보급했지만, 이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만은 줄곧 금지해 왔다.

미국 “예상했던 일, 핵 태세 조정 계획 없다”

국제사회는 확전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의 핵 교리 수정으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문턱이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번 핵 교리 개정과 관련해 “최근 국제 정세와 국경 주변의 긴장 고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핵 강대국 및 나토 군사 인프라가 우리 국경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고려할 때 핵 교리와 핵억제 정책을 모두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 러시아 영토 공격과 핵 교리 개정이 관련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은 이같은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을 비난하면서도 자국의 핵 태세를 조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에 놀라지 않는다”라면서 “러시아는 지난 몇 주 동안 핵 교리를 개정한다는 신호를 보내왔고, 이는 우리가 이전에 보았던 것과 똑같이 무책임한 수사(rhetoric)”라고 일갈했다. 같은 날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역시 러시아의 개정된 핵 교리 승인 발표에 대해 놀라지 않았다며 이에 대응해 핵 태세를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공식적인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의 측근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을 승인했다는 보도에 대해 “제3차 대전을 시작하려는 것이냐”라며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크 왈츠 하원 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확전 사다리’의 또 다른 단계이며,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도 1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 아버지가 평화를 이루고 생명을 구할 기회가 오기도 전에 군산복합체(바이든 행정부)가 제3차 세계대전을 앞당기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에이태큼스 사정권에 든 북한군 전투 지역

동북아시아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됐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자칫 한국까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위기에 놓인 것이다. 북한군의 파병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던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등을 검토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한미 정보당국은 1만여 북한군 병력이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돼 전투에 참여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은 현재 우크라이나 군에 점령된 상태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에이태큼스를 발사할 경우 사정거리 내에 위치한다.

정부는 전황의 변화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가능하다는 방침은 세웠지만, 실제로 실행될 경우 확전을 부추긴다는 우려를 외면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북한 파병을 기회로 한반도의 전쟁을 획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3차 세계대전 불씨를 한반도에 가져오려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북한군 전장 투입이 공식화한 후에도 정부의 정책 결정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식 취임으로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라고 강조하며 “취임 후 24시간 이내에 종전을 끌어낼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말한 24시간 내 종전은 비현실적인 얘기지만, 어쨌든 조속한 시일 내 종전을 추구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태”라며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외교 유산으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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