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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미국 민주주의와 국제적 협력에 부정적 영향 동아시아, 미 관세 인상에 따른 ‘단기적 반사 이익’ 경계해야 지역 내 협력 통한 ‘아시아 시장’ 창출이 살길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미국 대선 승리는 외국인 혐오와 포퓰리즘이 휩쓰는 세계 정치의 추세를 증명하는 동시에, 미국 민주주의와 번영, 국제적 협력에 암울한 전망을 제기한다. 기후 문제 해결과 국제 무역 관련 다자간 협력체에서 미국의 탈퇴가 확실시됨에 따라 초국가적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협력은 크나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동아시아 국가와 지역 협력체는 트럼프 정권의 고립주의 정책(isolationist policies)이 던져주는 단기적 경제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자유 무역과 지역 내 다자간 협력 촉진에 집중해야 살길을 모색할 수 있다.
트럼프 집권, 미국 민주 정치에 ‘암울한 전망’ 드리워
결국 미국 대선은 자유 민주주의 규범을 전적으로 옹호하는 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이후 트럼프 재집권이 미국 민주 정치에 드리울 암울한 그림자에 대한 수많은 논평이 쏟아졌고, 트럼프의 이념과 부패한 관행, 제도와 법 절차 무시 등에 반대하는 미국 내 여론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수많은 언론의 논평에 더해 다시 한번 강조되어야 할 명제는 트럼프와 그가 주장하는 외국인 혐오 기반 포퓰리즘이 결코 미국을 위대하거나 탁월하게 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수준 이하로 미국을 추락시켜 향후 미국 정치 분석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아시아, 오세아니아 저소득 국가들)에 만연한 ‘민주주의 퇴보’와 ‘과두 정치’(oligarchy), ‘족벌 자본주의’, ‘하이브리드 체제’(regime hybridity, 민주주의 제도와 독재적 특징이 혼합된 정치 체제)와 같은 요소들을 보다 빈번히 목격하게 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와 ‘강경한 군사 개입’이 혼란 야기할 것
그리고 문제는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다자주의 협력과 국가 간 무역에서의 상생 가능성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몰이해는 다자간 협력과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중요한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국제 사회에 심각한 장애 요소를 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권의 보호무역주의가 세계무역기구(WTO) 정체성에 초래할 위험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에 더해 인류의 생존이 걸린 환경 협력에 야기할 위협은 더욱 심대하다. 대선 캠페인 내내 미국 내 화석 연료 산업 부흥 계획과 함께, 글로벌 기후 협력의 기반이 되는 파리 기후 협정(Paris climate agreement)과 유엔 기후 변화 기본 협약(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탈퇴를 부르짖어 왔기 때문이다.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역시 한국과 일본에서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로 핵무장 논의가 제기되는 상황까지 이르며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수잔 손튼(Susan Thornton) 예일대(Yale University) 로스쿨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가 미국 대외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확정 지었다고 분석한다. 고립주의 정책으로 가는 데 수많은 시간이 걸렸던 이전의 제국들과 비교해 미국 국민들은 글로벌 패권국으로서의 부담과 주의 분산을 단 한 번의 결정으로 거부했다는 것이다.
손튼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트럼프의 대외 정책이 보호무역주의론자들과 군사적 강경론자들의 주장을 함께 반영해 고립주의와 모험주의(adventurism)가 혼합된 형태로 표출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따라서 아시아 국가들은 트럼프 정권의 자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과 강력한 군사적 개입이 충돌하는 혼란한 상황에서 냉철하게 중심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 관세 정책이 주는 ‘단기적 이익’ 경계해야
다자간 협력과 고통 분담은 이제 미국 정치에서 사라진 단어가 됐다. 이 상황에서 동아시아 국가 정부들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만들어 낼 글로벌 무역 양상에 편승해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 아담 포센(Adam Posen)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소장은 트럼프의 관세 인상이 미국 상품 수출 경쟁력 하락과 미국 기업들의 아시아 지역 생산 기지 이전(offshoring) 증가로 이어져 동아시아 국가들에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하지만 동시에 동아시아 국가들이 트럼프가 재점화할 새로운 미중 무역 전쟁 사이에서 자국 이익만을 추구하다 ‘장기판의 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장기적인 번영은 제도적 절차와 자유 무역 기반의 지역 내 협력 강화를 통해 ‘전 세계와 연결된 고유 시장’ 창출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포센 소장은 동아시아 지역 경제의 고유한 강점을 살려 중국과 미국을 대체할 매력적인 대안 시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트럼프 2기 정권이 국제 무역 체제와 국제기구에 미칠 파괴적 영향은 명확히 예견되고 있다. 심지어 새 행정부는 보호무역 규제 조항을 다시 만들거나 대중국 무역 전쟁에 새롭게 나설 필요조차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70년을 넘게 수행해 온 다자간 무역에서의 리더십은 트럼프 1기 정권과 함께 산산조각 났고 뒤를 이은 바이든 행정부(Biden administration)도 이를 재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제 트럼프와 미국이라는 최대 위협 앞에서 세계 무역 질서를 보존하는 것은 나머지 전 세계 국가들의 단합된 노력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아시아 국가들은 지역 내 경제적, 정치적 협력을 위해 기결성된 협의체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종합경제파트너십(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을 기반으로 한 대화와 협력 플랫폼들이 무역, 기후,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한 구심점들이다.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경제적 피해와 이로 인한 정치적 불안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원문의 저자는 동아시아포럼(EAST ASIA FORUM, EAF) 편집위원회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Moving beyond the shellshock of Trump’s overwhelming victory to an Asian action plan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