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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나노 시대 열린 파운드리 시장, TSMC 위기 속 삼성전자는 ‘기회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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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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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TSMC 2나노 위탁생산 1년 연기
2나노 생산능력 증가에 사활 건 삼성전자
GAA 적용으로 60% 이상 수율 도달 기대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60%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TSMC에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고객사들이 대거 이탈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TSMC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가격을 대폭 인상한 것이 배경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그간 시장 2위를 지켜 오던 삼성전자에는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대형 고객사 유치를 위해 2나노 공정 수율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높은 가격에 공급망 다각화 불가피

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3분기 출시할 아이폰17 시리즈에 탑재 예정인 ‘A19’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대한 TSMC 2나노 공정 위탁 생산을 1년 연기하기로 했다. TSMC의 해당 공정 생산능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데다, 가격마저 높게 책정된 탓에 생산 시기를 뒤로 늦췄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TSMC의 2나노 공정 웨이퍼 가격은 장당 최고 3만 달러(약 4,400만원)수준으로 3나노 공정보다 50%가량 비싸다. 애플은 아이폰16 시리즈에 탑재된 TSMC의 3나노 칩을 17 시리즈에 그대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대형 고객사 엔비디아와 퀄컴 또한 TSMC 2나노 파운드리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만 공상시보에 의하면 엔비디아는 올 하반기 출시할 차기 인공지능(AI) 반도체 ‘루빈’의 일부 물량을, 퀄컴은 현재 거래 중인 ‘스냅드래곤 엘리트’의 차기 버전 AP를 TSMC가 아닌 여타 파운드리 업체에 위탁하는 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상시보는 이들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공급망 다각화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오랜 시간 좁히지 못한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상당 폭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조사에서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9.3%로 집계되며 직전 분기(11.5%)보다 2.2%p 줄었다. 같은 기간 TSMC의 시장 점유율은 2.6%p 확대돼 64.9%까지 치솟았다. 이로써 양사의 격차는 55.6%p까지 벌어졌다.

삼성전자 또한 2나노 공정에서 TSMC와 승부를 겨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장에 오른 한진만 사장은 취임사에서 2나노 램프업(생산능력 증가)을 강조하고 나섰다. 당시 한 사장은 “여타 대형 업체에 뒤처지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최첨단 공정인 2나노의 빠른 램프업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TSMC 매출 약 25% 애플에 의존, 이탈 시 타격 커

애플을 비롯한 파운드리 고객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생산 단가 조절을 위해서는 공급망 다각화가 필수지만, 여러 업체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자칫 자사의 신뢰도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지난 2023년 애플이 TSMC에 대한 반도체 주문량을 대폭 줄인 것과 관련해 양사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바 있다.

당시 애플은 TSMC에 주문한 3나노 공정 칩을 비롯해 총 12만 개에 달하는 반도체 주문량을 취소했다. 애플은 출시를 앞둔 신형 아이폰과 맥북의 수요 전망치가 줄어든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매출의 약 25%를 애플에 의존하는 TSMC로선 막대한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그 결과 2023년 2분기 TSMC 파운드리 매출은 156억 5,600만 달러(약 20조8,000억원)로 직전 분기(167억3,500만 달러·약 22조3,000억원) 대비 6.4% 감소했다.

TSMC는 구글과 AMD 등 글로벌 빅테크를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구글은 올해 출시하는 스마트폰 픽셀 10시리즈용 ‘텐서 G5’ AP를 TSMC 3나노 공정에서 제조하기로 했으며, AMD는 새로 선보이는 AI 가속기 ‘MI350’ 시리즈 생산을 위해 TSMC와 손을 잡았다. 인텔 또한 3나노 공정 외주물량을 전부 TSMC에 맡기기로 했다. 여기에 애플이 기존 2나노 공정 위탁 물량 모두를 3나노 공정으로 전환한 것까지 고려하면 당분간 TSMC의 역량은 모두 3나노 공정에 집중될 것이란 게 업계 전반의 관측이다.

“가시적 실적 턴어라운드” 청사진

삼성전자에는 TSMC가 3나노 공정에 집중하는 동안 2나노 공정의 수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TSMC에서 이탈한 대형 고객사를 잡기 위해서는 이들 고객사가 요구하는 생산능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경쟁사보다 앞선 가격경쟁력을 위해서도 수율 향상은 필수다. 현재 TSMC의 2나노 공정 수율은 약 60%로, 삼성전자는 이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율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도체업계는 삼성전자가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무기로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GAA는 전류가 새는 것을 최소화해 전력 효율 및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술로, 고성능 반도체 제조의 핵심으로 지목된다. 2022년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에 GAA를 적용한 삼성전자는 향후 2나노 양산에도 GAA 기술을 적용해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일본의 AI 기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 미국 반도체 기업 암바렐라 등을 2나노 고객사로 확보한 삼성전자는 대형 고객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진만 사장은 “GAA 공정 전환을 누구보다 먼저 이뤄냈지만, 사업화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함이 너무나 많다”며 “기회의 창이 닫혀 있단 이유로 매번 다음 세대로 승부를 미루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나노 공정 수율의 개선과 성숙 공정 고객사 확보를 통해 2025년에는 가시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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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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