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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개발국 기업들, 신기술 도입 원해도 못하는 경우 ‘빈번’ 스웨덴, ‘법인 설립 자유화’로 ‘증기 기술’ 수용해 산업화 달성 제도 혁신이 산업 발전 촉매제 역할 ‘대표 사례’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경제 발전 과정에서 저개발국 회사들은 생산성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기술을 쉽게 도입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이는 역사적 맥락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19세기 후반 스웨덴이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증기 기관을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스웨덴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산업화에 성공한 핵심에는 ‘제도 혁신’(institutional innovation)이 자리하고 있는데 바로 ‘현대적 기업’의 출현이다. 회사들은 그 덕에 몸집을 키우고 신기술을 도입해 구조적 장애물들을 넘을 수 있었다.
저개발국 기업, ‘신기술 수용’에 어려움 겪어
역사적으로 볼 때 자동차나 전기, 전화와 같은 획기적 신기술은 보급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발명부터 보편적 이용 단계까지 평균 50년이 걸린다는 연구도 있다. 신기술 채용이 느린 것은 ‘기술 문해력’(technical literacy)이나 신기술 사용을 위한 조직 차원 지식의 필요성 등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리고 저개발국 회사들은 기술을 받아들여 수익화하기에 규모가 너무 작다는 사실도 있다.
스웨덴의 증기 기관 수용 과정이 이를 입증한다. 제임스 와트(James Watt)가 18세기 중반 증기 기관을 발명한 후 경제적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기 시작한 것은 한 세기가 지나 미국과 유럽 산업 전반에 신기술이 보급된 다음부터였다. 하지만 스웨덴의 산업 기술은 19세기 중반에도 유럽 선진국들보다 한참 뒤처져 증기 엔진을 도입한 회사가 10%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산업 대부분이 농업이었고 제조업이라고 해 봐야 몇 안 되는 기능공들로 구성된 수공업 작업장밖에 없어 증기 기관을 수용하기에는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1870년경부터 스웨덴은 이 신기술을 폭넓게 받아들이면서 극적인 산업화에 성공한다.
19세기 스웨덴, ‘법인 설립 자유화’로 ‘증기 기관 도입’ 활성화
그 전환점은 ‘유한 책임 회사’(limited liability corporation)의 도입과 함께 찾아왔다. 1848년 회사법(Companies Act)이 유한 책임을 법제화한 후 1860년대에는 영국, 독일, 미국에 정착한 것과 같은 ‘자유로운 법인 설립 시스템’(liberal system of general incorporation)으로 진화한 것이다. 제도 혁신 전에는 사업주들이 무한 책임을 떠맡아 대규모 투자나 사업 확장을 시도할 때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극도로 컸다. 하지만 새로운 법인 형태는 책임을 제한함으로써 부담을 줄이고 자본 조달을 촉진해 증기 기관과 같은 혁명적 기술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1890년경에 이르면 스웨덴 회사의 20% 정도가 신규 설립 또는 기존 회사의 전환을 통해 법인 형태를 취하게 되는데, 중요한 점은 법인 전환과 증기 기술의 보급이 함께 갔다는 사실이다. 즉, 법인화(incorporation)가 진행된 산업이 증기 기관을 채택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스웨덴의 과거 제조업 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법인화가 신기술 도입에 미친 심대한 영향을 이해할 수 있다. 법인 형태의 기업들이 증기 기관을 사용할 가능성은 비법인 회사들보다 3배 이상 높았는데, 회사 규모나 위치 등의 요소를 감안해도 둘 사이의 관계는 명확하다. 시간 흐름을 반영한 데이터를 보면 법인 설립을 마친 회사들이 증기 동력을 채택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고 이러한 경향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졌다. 또한 법인화는 회사들의 자금 조달 및 사업 확장은 물론 경영 기법 현대화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제도 혁신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 “압도적”
특기할 점은 법인화가 도시 지역을 벗어나 있는 소규모 회사들도 금융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도왔다는 것이다. 많은 회사가 자본이 부족했던 산업화 초기 단계에 증기 기술을 도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반대로 자유로운 법인화를 허용하지 않는 시스템은 비슷한 혜택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스웨덴의 사례는 법인 설립의 자유화가 혁신 기술의 도입을 촉진해 낙후했던 농업 국가를 현대적 산업 국가로 발돋움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경제 성장에서 제도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는 각기 다른 제도가 어떻게 국가마다 상이한 소득과 생산성을 만들어 냈는지 분석한 작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법인 설립이 기업들의 성장과 기술 도입에 관련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게 도운 사례는 제도 혁신이 경제 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지금 어려움을 헤쳐가고 있는 개발도상국들도 제도 개혁을 통해 성장과 생산성 향상으로 가는 경로에 진입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토르 버거(Thor Berger) 룬드 대학교(Lund University) 부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Institutional innovation and the adoption of new technologie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