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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원가율 3.5%P 상승해 영업익 감소 영업익 하락으로 법인세 59%↓ 빅테크 기업들 조세회피 논란 재점화
애플의 한국법인 애플코리아가 지난해 한국에서 거둔 수익 전액을 미국 본사에 배당금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애플코리아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 정도 줄었지만 본사로 보내는 배당금은 오히려 3배가량 늘었다. 반면 법인세는 영업이익 감소 효과로 59%가 줄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애플코리아가 매출원가를 높여 영업이익과 법인세를 낮추고, 배당으로 한국에서 거둔 이익을 본사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코리아, 영업이익 3,013억·배당금은 3,215억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플코리아의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영업이익은 3,013억원으로 전년(5,599억원) 대비 46% 줄었다. 그러나 배당금은 3,215억원으로 전년(1,128억원)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사실상 지난해 애플코리아가 벌어들인 영업이익 100% 이상이 배당금으로 집행된 셈이다.
애플코리아의 배당금은 100% 애플 미국 본사로 들어간다. 지분 100%를 애플 본사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2020~2024년) 애플코리아가 애플 본사로 보낸 배당금 규모만 1조4,315억원에 달한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코리아는 한국에서 애플 본사를 대행해 판매만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모든 수익을 미국 본사로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2024년 애플코리아의 매출이 7조8,376억원으로, 전년(7조5,240억원) 대비 4%가량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0% 이상 줄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2024년 판매비와 관리비는 3,095억원으로 전년(2,837억원) 대비 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법인세 회피하고 기부금도 깜깜이
이처럼 판매비와 관리비 등 부대 비용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이유를 두고 IT업계는 애플코리아가 매출원가율(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원가는 애플코리아가 미국 본사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등 디바이스를 구매한 비용을 말한다. 전체 매출에서 이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매출원가율)이 커질수록 영업이익은 줄고, 법인세는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애플코리아가 본사 제품과 서비스를 국내에 비싸게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이다.
애플코리아가 공개한 감사보고서 매출 수치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지난해 애플코리아의 매출원가율은 92.22%로, 2023년(88.7%)보다 3.5%포인트가량 올랐다. 작년 애플코리아의 매출원가는 7조2,267억원으로, 이 수치의 3.5%에 해당하는 매출원가 상승분은 약 2,529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023년 대비 2,586억원 감소했는데, 매출원가가 2,529억원 오른 것이다.
그간 애플코리아의 매출원가율은 90%대를 유지해 왔다. 2022년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애플코리아가 높은 매출원가율로 영업이익을 낮춰 법인세를 회피한다는 지적이 일자, 이 수치가 2022년 95.29%에서 2023년 88.7%까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법인세 납부액이 2022년 502억원에서 2023년 2,006억원으로 4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했다. 애플코리아는 지난해 다시 매출원가율을 92.22%까지 높이고, 법인세를 낮췄다. 작년 애플코리아가 납부한 법인세는 825억원으로, 2023년(2,006억원) 대비 59%나 감소했다. 세무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7조원대 이상 매출을 가진 IT 기업 중 1,000억원 미만의 법인세를 납부하는 기업은 애플코리아가 거의 유일하다.
애플은 국내 사회공헌 활동에도 인색한 모습이다. 198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애플코리아는 감사보고서에 기부액을 표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2009년 매출,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유한회사로 전환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감추려는 것이라는 비난까지 샀다. 그러다가 2020년부터 유한회사에도 공시 의무가 발생하면서 매출, 영업이익, 기부금 항목이 드러났지만 감사보고서에 기부금은 표시되지 않았다. 기부 액수가 적거나 없다는 의미다.
'쥐꼬리' 세금 내는 빅테크들
빅테크의 조세 회피는 애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전성민 가천대 교수와 강형구 한양대 교수가 발표한 '해외 빅테크 기업 한국 법인의 매출액 및 법인세 2023년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코리아의 2022년 매출은 감사보고서 기준 3,653억원, 법인세는 155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보고서는 구글이 국내에서 광고, 앱마켓 수수료 등을 통해 벌어들인 실제 수익이 약 12조1,35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 경우 구글코리아가 내야 할 법인세는 최대 5,180억원까지 추정된다. 이는 현재 법인세의 30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같은 해 네이버는 9조6,706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에 따른 법인세로 4,964억원을 납부했다. 매출 규모와 비교할 때 구글의 법인세 비중은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셈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 수익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전략은 해외 법인에 수익을 귀속시키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구글은 앱마켓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싱가포르에 위치한 구글아시아퍼시픽 법인에 귀속시키며, 국내에서 발생한 실질 수익을 낮춰 신고하고 있다. 메타도 유사한 전략을 사용해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코리아의 2022년 법인세는 51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조세 회피 때문에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은 국내 인프라 투자와 연계될 수 있다"며 "구글이나 애플이 국내 수익에 걸맞은 세금을 부담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과 이용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