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애플, AR 스마트 글래서 개발 중단 '비전 프로' 고가 논란에 판매 부진 메타·삼성·구글은 AR 제품 개발 지속
세계 최대 전자업체 애플이 증강현실(AR) 스마트 글래스 개발을 중단했다. 지난 2023년 출시한 비전 프로의 판매 부진으로 가상현실(VR)·AR 시장의 수요 부진이 확인되면서 회사 내부에서도 시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메타와 삼성, 구글 등 경쟁사들은 AR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내부 성능 테스트 결과 기대에 못 미쳐
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AR 스마트 글래스 개발을 중단했다"며 "VR 및 AR 시장에서 방향성을 재정립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2020년부터 'N107'이라는 코드명으로 AR 글래스를 개발해왔다. 해당 제품은 일반 안경과 유사한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디스플레이 대신 마이크로 프로젝터로 사람의 망막에 집적 투시해 이미지와 정보를 겹쳐 표시하는 기능을 갖출 예정이었다. 2021년에는 애플은 이와 관련해 '시선 추적 시스템(gaze tracking system)'을 특허 출원하기도 했다.
스마트 글래스는 대중을 위한 보급형 제품으로 기획된 만큼 초기 모델은 독립기기가 아닌 아이폰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스마트 글래스가 정보의 입·출력과 가공 역할만 하고 아이폰이 애플리케이션 실행과 데이터 저장과 업데이트, 네트워크 연결 등의 기능을 하도록 했지만 스마트폰의 처리 성능이 부족하고 배터리 소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문제가 확인되면서 개발 방향이 변경됐다. 이후에는 맥(Mac)과 연동하도록 개발했지만, 내부 성능 테스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결국 지난주 이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중단했다.
비전 프로의 부진이 AR 글래스 중단에 영향
이러한 결정은 최근 출시된 '애플 비전 프로'의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애플은 2023년 출시한 비전 프로가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활용성이 부족하고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받으며 판매량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출시 초기 1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했으나 지난해 내내 애플은 비전 프로의 판매 예상치를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판매량이 약 50만 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 내부에서도 실질적인 수요가 크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AR·VR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에서는 AR 글래스가 늦어도 2024년까지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출시 시점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지난해 11월 블룸버그는 AR 글래스 상용화의 조건으로 △가벼운 디자인 △적절한 배터리 수명 △매력적인 디스플레이 △부담되지 않는 가격 등을 꼽으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엔 할 수 없다면 애플 브랜드로 AR 글래스를 출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애플이 AR 글래스를 내놓기까지 약 3~5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애플이 AR 글래스의 개발을 중단했지만 AR 관련한 다른 프로젝트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이 내년 출시를 앞둔 비전 프로 신제품을 올해 공개할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2026년 신형 비전 프로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비전 프로와 관련해 애플은 보다 저렴한 비전 프로 출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지금보다 저렴한 비전프로 기기 개발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2025년 하반기 비전 프로2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타,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신제품 출시 예정
한편, 경쟁사인 메타플랫폼스는 AR 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 유명 안경 제조사 레이밴과 협업해 출시한 스마트 글래스가 100만대 이상 판매됐다고 밝혔다. 또 메타는 AI 기능을 접목한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으며 AR 기술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결합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 중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사내 회의에서 "앞으로 수십억 대의 AI 기반 스마트 글래스를 판매할 것"이라며 해당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IT매체 테크레이더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새로운 레이밴이 출시될 예정이며, 초기 테스터들이 오리온을 제어하는 데 사용했던 센서 손목 밴드와 함께 출시될 수 있다고 한다.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레이밴은 지난해 유출된 메타의 내부 로드맵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로드맵에 따르면 이 제품의 출시 연도는 2025년이다. 일반적인 메타의 출시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 9월이나 10월 출시가 가장 유력하다. 이 제품에 헤드업 디스플레이 기능이 제공될지는 불확실하나, 알림 등 기본 정보를 표시하는 뷰파인더는 많은 요청이 있었던 기능이라고 한다.
삼성과 구글은 AR 글래스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구체적인 세부 사항과 출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노태문 삼성 MX 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가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가능한 한 빨리 우리가 원하는 품질과 준비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해당 기기에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발은 삼성의 프로젝트 무한(Project Moohan), 구글의 안드로이드 XR(Android XR) 플랫폼에서 운영되는 혼합현실 헤드셋의 도입에 이어 진행된 것으로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