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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오픈AI CEO, 오픈소스 전략 채택 가능성 시사 '저가형' 딥시크 R1 대응 위해 o3-미니도 무료 배포 400억 달러 대규모 투자 유치 나선 오픈AI, 시장은 '의문'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오픈소스에 대한 전향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시장에 불러온 파문을 고려, 파격적인 경영 전략 전환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오픈AI는 경량화 AI 모델을 무료 배포하고, 대규모 투자 유치에 착수하는 등 시장 내 입지를 굳히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픈AI "다른 오픈소스 전략 필요"
2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올트먼 CEO는 미국 IT 전문 매체인 레딧 주최 행사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오픈소스 전략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딥시크가 최근 내놓은 AI 모델 ‘R1’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딥시크의 R1은 미국 빅테크의 AI 모델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됐을 뿐만 아니라, 오픈소스 방식을 채택해 누구나 자유롭게 기본 코드 등을 바꿀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트먼 CEO는 AI 모델 관련 기술 일부를 공개하고 연구 결과 발표를 늘릴 것인지 묻는 말에 "내부적으로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며 “우리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관련해)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었으며 다른 오픈소스 전략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픈AI의 모든 이가 이런 견해를 공유하는 것은 아니며, 현재 우리의 최우선 사항도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오픈AI는 2015년 창사 당시 공익에 부합할 경우 연구 결과와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 경쟁 격화와 안전상 위험을 이유로 입장을 바꾼 상태다.
'무료 모델' o3-미니 배포
현재 오픈AI는 R1의 대항마 격인 경량화 AI 모델 'o3-mini(o3-미니)'를 무료로 배포하며 '딥시크 쇼크'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 IT업계 관계자는 "o3-미니는 당초 유료 구독자 대상으로 제공될 예정이었다"며 "딥시크 R1이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자, 이에 대응하고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료 배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오픈AI는 무료 이용자와 유료 이용자의 서비스 경험 차별화를 위해 해당 모델을 o3-미니와 'o3-mini-high(o3-미니-하이)'로 나눴다. o3-미니는 챗GPT를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챗GPT 플러스와 프로·팀 등 유료 구독자는 상위 모델인 o3-미니-하이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오픈AI의 o3-미니가 R1에 대응할 만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AI 측이 공개한 벤치마크 결과와 기존 딥시크의 발표 자료를 비교해 보면, o3-미니의 비용은 입력 토큰 100만 개당 0.55달러, 출력 토큰 100만 개당 4.40달러다. 이는 오픈AI 모델 기준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이지만, 딥시크-R1의 비용이 입력 토큰 100만 개당 0.14달러, 출력 토큰 100만 개당 2.19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4배가량 비싸다.
성능 역시 R1 대비 월등하지 못하다. o3-미니의 성능은 수학 경시대회 테스트인 'AIME 2024'에서 높은 추론을 적용한 경우에만 R1을 능가했으며, 프로그래밍 테스트인 'SWE-벤치 베리파이(SWE-bench Verified)'에서도 높은 추론 방면에서만 R1을 뛰어넘었다. 다만 박사 수준의 전문 지식을 테스트하는 'GPQA 다이아몬드'에서는 o3-미니가 중간 단계 추론으로 R1을 앞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 유치에도 '박차'
한편 오픈AI는 투자 유치 방면에서도 '승부수'를 걸고 있다. 지난달 30일 WSJ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기업가치를 3,000억 달러(495조원)로 평가하고 투자를 주고받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픈AI가 새로 조달하려는 목표 금액은 400억 달러(약 58조7,650억원)이다. 오픈AI는 소프트뱅크로부터 150억~250억 달러(22조~36조원) 규모 투자금을 확보하고, 남은 금액은 다른 투자자를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이 같은 투자 계획이 현실이 될 경우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4개월 만에 두 배가량 뛰게 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오픈AI가 66억 달러(약 9조7,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을 때 기업 가치는 1,570억 달러(230조7,400억원) 수준이었다. 아울러 소프트뱅크는 투자 성사 시 오픈AI의 최대 투자자로 부상하게 된다. 현재 오픈AI의 최대 주주는 130억 달러(약 191조원)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다.
다만 시장에서는 오픈AI의 이 같은 투자 유치 노력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라는 평이 제기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오픈AI가 오픈소스 방식을 택할 경우 사실상 유일한 수익원이 사라지게 되며,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며 "무료·저가 모델 출시 역시 향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전부터 오픈AI에 투자해 온 소프트뱅크는 과감하게 자금을 투입할 수도 있지만, 이외 투자자들은 오픈AI의 미래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며 "저가 경쟁자인 딥시크의 등장 자체가 오픈AI 투자 유치의 막대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