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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이사회 사상 최초로 美서 개최, 트럼프 의식했나 현지 생산 주문하는 美, 따라가는 대만 정부 시장에서는 TSMC 美 생산 시설 확충 전망 제기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대만 TSMC가 미국 현지 시설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앞세워 TSMC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TSMC가 관세 부담 등을 피해 현지 생산 시설 확충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응' 나선 TSMC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오는 12일(이하 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이사회 회의를 개최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에 발맞춰 TSMC의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이 미국 반도체 제조 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은 TSMC가 해외에 처음 지은 첨단 공정 제조 공장으로, 올 1분기부터 4나노(㎚·1㎚=10억분의 1m) 공정 웨이퍼를 대량 양산할 예정이다.
TSMC가 이사회 회의 개최지를 조정하며 '트럼프 맞춤형' 대응에 착수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향후 TSMC가 미국 내 생산 역량 확대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들어 TSMC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현지 생산' 압박이 눈에 띄게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열린 공화당 하원 정책회의 연설에서 “대만이 반도체 시장의 약 98%를 차지하고 있다”고 과장하며 “우리는 그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길 바라는데, 이미 수십억 달러를 보유한 그들에게 바이든의 프로그램처럼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센티브이며, 그 인센티브는 25%, 50%, 심지어 100%의 세금을 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대만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관세를 강화해 현지 생산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이다.
등 밀어주는 대만 정부
대만 정부가 자국 기업의 미국 이전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는 점 역시 TSMC의 미국 투자 확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앙통신, 과기신보(科技新報), 연합보(聯合報) 등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3일 대만 경제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으로 이전을 희망하는 기업에 투자 가능한 주와 현지 법률, 제휴사 선정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공표했다. 대만 대외무역협회(TAITRA)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동남아의 주재 기관에 전담 서비스팀을 두고 본부와 협력해 기업에 자문과 즉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장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25%, 중국 제품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관세 부과 대상이 된 멕시코는 훙하이 정밀, 허숴, 웨이촹, 광다전뇌, 런바오 전뇌, 잉예다 등 300개 이상의 대만 기업이 진출해 있는 핵심 생산 기지다. 2025년 대만 기업의 멕시코 현지 총투자액은 40억 달러(약 5조8,692억원), 현지 고용은 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첨단 공정은 자국에서"
대만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발을 맞추며 TSMC는 미국 현지 생산 투자를 위한 '발판'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TSMC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3나노 미만 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이 미국에 들어설 가능성은 사실상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TSMC가 최첨단 공정은 대만에서만 운영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열린 컨퍼런스에서 “최신 반도체 공정 기술은 대만에서만 운영돼야 한다”고 직접 공언하기도 했다.
실제 TSMC가 최근 발표한 1나노 첨단 생산 시설 투자 계획의 거점 역시 대만 남부 지역이다. 3일 대만 연합보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TSMC는 대만 타이난 사룬에 12인치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생산하는 팹25(반도체 제조단지)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 단지는 공장 6개가 들어설 수 있는 초대형 규모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TSMC가 남부과학단지 내 팹25 P1∼3 공장에 1.4나노, P4∼6 공장에 1나노 공정을 건설하는 계획을 제출했다”며 "중부과학단지에 1.4나노, 팹25 P1∼3 공장에 1나노, P4∼6 공장에 0.7나노 공정을 짓는 안으로 건설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