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딥테크] ‘한결같은 월급’이 거액 보너스보다 중요해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안정적 급여’와 ‘직업 안정성’ 중요성 부각
세계 각국 ‘공무원 시험 열기’
‘예측 가능한 급여’는 기업 및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직장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직장인들은 더 이상 스톡옵션이나 주 4일 근무, 상여금 같은 듣기 좋은 혜택에 현혹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안정적인’ 급여다. 변화와 화려함 대신 다음 달 월급이 이번 달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소박한 약속에 끌리는 것이다.

사진=ChatGPT

스톡옵션보다 안정적 급여가 ‘더 중요’

최근 영국 근로자 25만 명의 월별 급여 현황을 분석한 연구는 충격적이다. 조사 대상자 중 57%가 월별 급여에 변동이 있으며, 28%는 매달 10% 이상, 15%는 25% 이상 들락날락하는 급여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영국 근로자들의 월별 급여 변동성
주: 변동 있음, 10% 이상 변동, 25% 이상 변동(좌측부터)

그중에서도 청소 노동자나 간병인, 창고 작업자처럼 소득 수준이 하위에 속하는 근로자들의 소득 불안정이 가장 큰 것으로 밝혀졌다. 월급날이 음악으로 치면 일정한 리듬이 아닌 무작위 재생목록같이 다가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당연히 월급 액수보다 예측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직업 안정이 임금 인상보다 ‘우선순위’

경제학자들은 소득 변동을 단기 대출 등으로 해결 가능한 불편함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감정적 피해를 간과하고 있다. 행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같은 액수의 돈을 얻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잃을 때 느끼는 고통이 두 배 더 크다고 한다. 들쭉날쭉한 임금은 불편함으로 끝나지 않고, 근로자와 가족의 정신을 갉아먹고, 중대한 의사결정을 미루게 하며, 고금리 대출로 내모는 것이다.

그러니 직업 안정성에 대한 최근의 선호를 뭐라 할 수는 없다. 자신부터 지키는 것이 인간의 본능 아니겠는가? 최근 영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직업인의 77%가 임금 인상보다 직업 안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영국 직업인들의 선호도
주: 직업 안정성(Job Security), 임금 인상(Higher Salary)

직업 안정성 찾아 ‘공무원 시험 열기’

영국이 고조되는 불안정성으로 허덕인다면 그리스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직업 선호도를 바꾼 경우다. 그리스의 청년 실업률은 상당한 개선을 이뤘음에도 아직 24%로 유럽연합(EU)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그래서 다들 공무원을 하겠다고 난리다. 수천 개의 공무원 자리를 놓고 수십만 명이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스 청년 실업률 추이(2019~2024년)

아테네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면 공무원 수험서에 묻혀 공부하는 그리스 청년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높은 봉급이 아니라 안정성이고 이는 그리스만의 현상도 아니다. 한국은 인기가 많이 사그라들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5천 개가 안 되는 공직을 놓고 2십만 여명이 ‘고시’를 준비하고 있고 일본은 사상 최저의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지원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안정에 대한 인간의 추구는 시공을 초월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도 불안정성의 대가는 빈곤층에게 가장 크게 돌아간다. 2023년 유럽 위원회 경제 및 금융 사무국(ECFIN, Directorate-General Economic and Financial Affairs) 조사에 따르면 유럽 저소득층 인구의 40%가 예상치 못한 400유로(약 65만원)의 비용을 빚 없이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급여가 조금만 줄어도 요금을 제때 해결 못 하거나 점심을 거르고 정신적 고통까지 겪어야 하는 것이다.

안정적 급여가 기업과 국가 경제에도 이득

그렇다면 정책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이제는 금융 문해력 강좌니 유연 근무의 장점이니 하며 넘어가서는 안 된다. 보다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직장 내 근무 변경 시 사용자가 최소 2주 전에 통보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당이든 지원금이든 수혜 기준을 3개월 평균 급여로 하면 갑작스러운 소득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입사와 동시에 자동으로 소규모 연금 불입이 시작되도록 하고 이를 비상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다만 직장을 옮겨도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용주들에게는 매달 임금이 10% 이상 바뀌는 근로자들의 수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예측 가능성은 기업에도 손해가 아니다. 현장 근로자 1명 교체에 드는 비용이 연봉의 20%까지 이른다고 한다. 안정적인 급여는 이직률을 낮추고 조직 역량을 보전해 고객 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결같은 임금은 기업의 배려가 아니라 경쟁력인 것이다.

직업 불안정의 주범으로 몰리는 기술 발전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시간 급여 앱을 사용하면 직장인들이 번 돈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일정 관리 알고리즘도 잘 이용하면 직장인들이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업무를 배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서구 문화는 아직도 변화를 신봉하는 것 같지만 점점 매력을 잃고 있다. 직장인들은 변동성이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을 만큼 충분한 불안정을 경험했다. 한때 정체라고 여겨지던 일상적이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것들이 새로운 경쟁 우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예측 가능한 근무시간과 정해진 급여, 최소 계약 기간을 명시하지 않는 기업들은 고급 인재들을 채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화려한 혜택보다 일정한 월급이라는 소박함이 더 중요해졌다.

인간을 보상만 크다면 위험도 불사하는 기계로 보면 안 된다. 안정적인 토대 위에서 예산을 계획하고 미래를 설계하며 아이를 키우는 생활인이다. 급여가 불안정한 사회는 불안과 소비 위축, 침체로 향할 수밖에 없다. 안정이 일상이 돼야 계획도 하고 투자도 하며 혁신도 일어난다.

원문의 저자는 마이크 브루어(Mike Brewer) 레졸루션 재단(Resolution Foundation) 부대표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acking pay: Lessons from the ‘video’ revoluti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