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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최신 AI 칩 대량 공급 임박 “中 AI 시장, 화웨이에 완전히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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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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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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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화웨이 약진에 엔비디아 시장 평가 냉랭
“中 반도체 규제, 예상보다 더 파괴적”
월가 “美 제재, 화웨이와의 경쟁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 고성능 칩의 중국 수출이 차단된 가운데, 화웨이가 그 틈을 파고들어 중국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가고 있다. 화웨이가 이르면 내달부터 차세대 AI 칩을 대량 출하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월가에서는 "엔비디아는 이제 화웨이와 경쟁할 수 없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화웨이, 내달부터 ‘어센드 910C’ 대량 공급

2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차세대 AI 칩 ‘어센드 910C’를 다음 달부터 고객사에 대량 공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910C 그래픽처리장치(GPU)는 기존 910B 프로세서 2개를 하나로 패키징한 제품으로, 연산 능력과 메모리 용량이 기존 대비 2배가량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910C의 성능이 엔비디아의 AI 칩 ‘H100′과 견줄 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웨이는 지난해 말부터 910C 샘플을 중국 기업들에 배포해 사전 주문을 받기 시작했으며, 일부 물량은 이미 납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의 최신 AI 칩이 본격적으로 공급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장 중 한때 5% 가까이 하락했다. 중국 AI 칩 시장의 90%를 장악했던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이날 엔비디아 목표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기존 160달러에서 150달러로, 바클레이스는 175달러에서 155달러로 목표가를 낮췄다. 이달 들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을 한층 강화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한 달 새 18.5% 하락한 상태다.

시장에선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장악력이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의 유명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스테이시 레스건 번스타인리서치 전무는 “화웨이가 중국 시장에 최신 AI 칩을 대량 공급한다는 소식을 투자자들이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며 “엔비디아는 어차피 중국에서 경쟁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이처럼 직언한 건 미국 정부가 AI 칩에 대한 중국 수출 장벽을 계속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이달 9일부터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AI 칩 ‘H20’을 별도의 허가 대상으로 지정했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AMD의 AI 칩 MI308도 중국 수출 허가 품목에 올랐다. 이에 엔비디아는 2025 회계연도 1분기(2∼4월)에만 약 55억 달러(약 7조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고, AMD 역시 8억 달러(약 1조1,000억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레스건 전무는 “엔비디아는 더 이상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며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린 기본적으로 중국 AI 시장을 화웨이에 넘겼으므로, 이런 결과(화웨이의 AI 칩 대량 공급)가 전혀 놀랍지 않다”고 덧붙였다.

‘딥시크’ 성능 뛰어 넘는 추론 모델 공개

시장 분위기 역시 점점 냉정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에 대한 새로운 반도체 수출 규제는 예상보다 더 파괴적일 수 있다”며 “당장 향후 몇 분기 동안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수익은 8~9%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2024 회계연도 기준 엔비디아의 전체 매출 중 중국(홍콩 포함) 비중은 약 13%(171억 달러)였으나, 올해는 한 자릿수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화웨이 칩으로만 훈련하고도 딥시크 성능을 넘었다는 AI 모델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의 대표 음성인식 전문기업 아이플라이텍은 21일 웨이보를 통해 '싱훠(Xinghuo) X1'이라는 추론 모델을 개발했으며, 전반적인 성능 면에서 오픈AI의 'o1'이나 '딥시크-R1'과 맞먹는다고 발표했다.

아이플라이텍은 화웨이와 지난해 6월 파트너십을 발표, 올해 1월에 첫 모델을 내놨다. 당시 아이플라이텍은 모델 훈련에 화웨이 칩을 활용해 연결 대역폭 약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협업 결과로 지난해 말 엔비디아의 20%에 불과했던 화웨이 어센드 910 칩의 효율이 거의 80%까지 향상됐다고 전했다. 이번 모델 출시는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 주력 품목인 H20을 금지한 직후에 발표된 것이다.

어센드 920/사진=화웨이

‘H20’ 공백 메울 AI 칩 출시, 물량으로 성능 커버

이에 앞서 지난 10일에는 화웨이가 H20 수출 금지 결정에 맞춰 새로운 칩을 공개했다. '어센드 920'이라는 이름의 이 AI 칩은 엔비디아 H100의 추론 성능을 60%까지 따라붙었으며, 모자란 성능은 더 많은 칩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커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어센드 920이 H20의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20은 '블랙웰'이나 'H200' 등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중국 기업들에는 여전히 인기 있는 제품이다. 엔비디아는 중국 전용인 이 칩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2,000억원)가 넘는 수익을 얻었고, 올해 들어서는 주문이 폭증했다. 그러나 딥시크가 이 칩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판매를 막았고, 이로 인해 화웨이는 엄청난 기회를 잡게 됐다.

아울러 화웨이는 어센드 920 외에도 'AI 클라우드매트릭스 384(AI CloudMatrix 384)' 서버 솔루션도 공개한 상태다. 해당 서버 랙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이 투입된 'GB200 NVL72' 보다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다만 엔비디아 서버가 72장의 블랙웰 칩으로 구성된 반면, 화웨이 제품에는 5배가 넘는 384장의 어센드 910C 칩이 들어간다. 이처럼 와트당 성능은 2.3배 낮지만, 중국 기업들은 이를 통해 고급 AI 모델을 훈련할 수 있다. 질보다 양으로 밀어붙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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