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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보증 절반은 부실 가능성, 불경기에 ‘갚을 수 없는 구조’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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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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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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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신용자 절반가량 원금 상환 불능
“최저임금도 못 벌어” 자영업 경영 악화
단기 침체 넘어선 구조적 붕괴 신호

최저신용자를 위한 특례보증 대출의 대위변제율이 45%를 넘기며 정책금융의 부실이 본격화하고 있다. 심각한 내수 부진과 장기화한 경기 침체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1인 사업자’로 전환하며 생존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대위변제율은 불과 1년 전 20% 돌파로도 충격을 줬지만, 지금은 시스템 전반의 붕괴를 보여주는 수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위변제율 사상 최고치

7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은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예상 대위변제율을 53.5%로 높여 잡았다. 이는 지난해 예상 대위변제율(40%)보다 13.5%p 뛴 수준이다. 대위변제율은 금융 소비자가 대출 원금을 갚지 못했을 때 정책 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주는 금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1,000만원의 대출이 실행된다면, 이 가운데 535만원은 서금원이 보전해야 할 것으로 관측한 셈이다.

2022년 하반기 출시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신용 점수 하위 10% 이하이면서 연 소득 4,500만원 이하인 최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을 대출해 주는 정책 서민금융상품이다. 과거 연체 이력이 없는 소비자만 이용 가능한 햇살론과 달리 연체 이력이 있어도 대출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22년 집행된 대출의 연도별 대위변제율은 이듬해 말 29.8%에서 2024년 말에는 45.7%로 치솟았고, 올해 3월에는 47.2%까지 상승했다. 반면 대위변제 후 차주로부터 돈을 되돌려받는 구상 채권 회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올해 2월 말 기준 구상 채권 회수율은 3.1%로 예상치인 9.6%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는 이르면 이달 말 중소벤처기업부,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함께 자영업자 햇살론 보증비율을 기존 95%에서 100%로 높인 ‘햇살론 플러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영업자 햇살론이란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 소득 4,500만원 이하인 자영업자들에게 연 10%대 금리로 운영자금 및 창업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보증비율을 최대로 늘려 금융사들이 자영업자 대출을 거절하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보증률이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고 보증기관에 떠미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내수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서민들과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취지 자체는 높이 평가하지만, 오히려 연체율이 더 늘어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고 짚으며 “대위변제 이후 채권추심 절차를 보다 엄격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소상공인이 갚지 못해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이 대신 변제한 빚은 올해 1~2월 4,050억원으로 전년 동기(4,009억원)보다 41억원 많았다. 대위변제율 또한 5.95%로 지난해 같은 기관과 비교해 0.25%p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증가 폭이 매우 가파른 만큼 올해 대위 변제액은 2조4,00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작년 수준을 크게 웃돌 것이란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자영업 생태계도 ‘위태’

장기 경기 불황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갈수록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1인 사업자’의 급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 3월 기준 직원 있는 소상공인은 2만 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 줄었으며, 고용원 없는 1인 사업자는 1만3,000명으로 같은 기간 0.3% 증가했다. 다수의 자영업자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직원을 내보내고, 생존을 위해 1인 운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직장에 다니다가 창업한 50세 이상 자영업자의 절반은 월 소득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서 창업 전 임금 근로 기간이 1∼3년인 고령 자영업자의 월평균 소득은 338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3개월간 정규직 근로자 평균 임금인 379만6,000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흐름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심화했다. 50대 소상공인의 소득은 월평균 380만2,000원인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143만1,000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그 결과 60대 영세자영업자의 비율은 61.1%에 달했으며, 70세 이상으로 가면 무려 89.7%로 치솟았다. 은퇴 후 제2의 삶을 위해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들 대부분이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소득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회복 가능성은 언감생심, ‘경제 기초 체력 붕괴’

햇살론을 포함한 서민금융 대출의 높은 대위변제율은 이제 예외적 수치가 아니다. 2023년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21.3%로 집계되며 전년(15.5%) 대비 5.8%p 오른 수치를 나타냈다. 햇살론15 대위변제율은 2020년 5.5%에서 2021년 14.0% 등으로 꾸준한 상승 추세를 보여 왔지만, 20%대를 기록한 것은 2023년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도 14.5%를 기록하며 본격 상승 추세를 나타냈다.

이러한 대위변제율 급증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큰 우려가 따른다. 모든 금융 상품은 ‘상환 가능성’을 전제로 작동하는데, 지금은 상환할 수 없는 구조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자 대부분이 소득이나 자산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출을 받는 데다, 상환 계획 자체가 모호하다”고 짚으며 “초기에는 금융 소외계층 구제라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환 불능자만 양산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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