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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미국 동맹 ‘신뢰 상실’ 국방 협력까지 ‘상호 무역’의 영역으로 지역 동맹 강화 및 무역 다변화 필요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호주와 미국의 한 세기가 넘는 동맹 관계는 계산이 이념에 앞서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특히 호주 정부가 잠수함 건설에 쓰일 미국 조선소 건설을 위해 선금 5억 달러(약 6,880억원)를 송금하는 순간 양국 간 ‘우정’은 의미 없는 수사로 전락했다. 호주는 지금 미래에 얻을 전략적 보증을 위해 선금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호주-미국 잠수함 건조, 동맹 관계 ‘악화’
AUKUS(호주, 영국, 미국 간 3국 안보 동맹) 잠수함 계약에 따라 호주가 지불할 비용은 당초에는 2055년까지 2,680억~3,680억 호주 달러(약 238조~326조원) 정도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 추산으로는 향후 30년간 호주 GDP의 0.1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호주의 상위권 공립대학 비용 또는 국가 장애 보험 예산에 해당한다. 호주 국방부는 이 비용이 신뢰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국방 분야에서 선금을 내고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불쾌하다. 미국 방위산업이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한 탓에 호주만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이다.
호주의 공공 부문 예산은 이미 빠듯해졌다. 작년과 올해 국방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2.3%에 해당하는 557억 호주 달러(약 49조원)를 넘었고 2030년이면 2.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잠수함 비용이 더 늘어나면 2030년대 후반까지 상당한 추가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은 세금을 올리거나 사회보장 지출을 줄이거나 부채를 늘리는 것인데 이중 아무것도 순 부채를 GDP의 40% 이내로 유지한다는 정부의 공약과 맞지 않는다. 국방 프로젝트가 호주 경제를 압박해 다른 분야 예산까지 영향을 줄 것이다.
국방비 부담에 관세까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비해 AUKUS는 지나치게 불공평하다. 나토 국방 예산은 미국이 2/3를 담당하는 반면, AUKUS 비용의 대부분은 호주가 감당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잠수함 건조를 위해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한다. 보험료를 미리 내고 보장은 나중에 오는 보험 상품과 같다.

주: 미국(좌측), 유럽 및 캐나다(우측)
비용 부담은 국방 분야만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무역’(reciprocal trade) 정책에 따라 호주는 철강, 알루미늄은 물론 호주산 쇠고기에까지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는 호주 GDP 성장률을 07%P 깎아 먹고 2027년까지 실업률을 2%P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 잠수함 건조가 한창일 시점에는 호주 가구들의 실질 소득도 감소할 것이다. 모든 숫자는 ‘불공정’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조선소 건설을 지원하고도 수출 관세까지 얻어맞았다는 사실이 정치적 쟁점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주: 기본 가정(좌측), 무역 전쟁 가정(우측)
미국과의 동맹에 대한 여론도 악화일로에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6%만이 ‘미국이 세계 문제에 책임감 있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역사상 최저다. 특히 청년층의 지지율은 28%까지 떨어져 오랜 기간 당연하게 여겨진 대미 동맹의 진정성까지 의심을 받고 있다. 정치적 파장도 크다. 호주 집권 노동당은 ‘호주 트럼프’로 불리는 보수 야당 대표 피터 더튼(Peter Dutton) 덕에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미국 잠수함 비용과 관세 조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동맹 신뢰 ‘바닥’
호주가 아예 선택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예정된, 다윈과 오키나와를 잇는 46억 달러(약 6조3천억원) 규모의 해저 케이블 공사는 핵심 광물 및 배터리 기술 등에 대한 신규 공급망을 제공해 대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호주가 직접 미사일 방어 및 사이버 안보 기술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재무부 분석에 따르면 180억 달러(약 25조원)의 직접 투자가 미국의 잠수함 건조보다 세 배의 전쟁 억지 가치(deterrence value)를 가질 것이라고 한다.
무역 다변화도 방법이다. 2023~2024년 호주의 대아세안(ASEAN) 무역 규모는 1,929억 호주 달러(약 172조원)를 기록해 미국과 일본을 넘어섰다. 호주산 상품에 대한 미국의 수요가 5% 떨어져도 아세안 수요 1% 증가만으로 상쇄할 수 있다. 호주의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에 대한 의료 기술 및 농업기술 수출이 AUKUS에 따른 기술 이전 협상보다 빠른 이득을 가져올 것이다.
중요한 점은 호주가 미국과의 동맹을 예산 계획의 관점에서 수익과 위험, 기회비용 등을 꼼꼼하게 따져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협력을 파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는 것이다. 동맹이 매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변동 금리 상품’(variable-rate instruments)으로 전락한 만큼 호주 정부도 기민해져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존 퀴긴(John Quiggin) 퀸즐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US–Australia alliance wanes under Washington’s whim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