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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 탈 쓴 편법” 롯데렌탈 유상증자,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이사충실의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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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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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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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 강행하는 롯데렌탈에 시장 비판 쇄도
최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 162% 챙겨
일반 주주 철저히 소외, 소송전 벌어질까
사진=롯데렌터카

롯데렌탈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강행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합법적 테두리는 갖췄으나 실질적으로는 기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한 전형적 편법 사례라는 비판이 거세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기존 사례들과 달리 별다른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제3자배정 유증 특성상 금감원이 심사할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주주들이 기댈 곳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와 소송뿐이다. 특히 최근 개정된 상법의 핵심인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의무' 적용 대상이 될 지 관심이 쏠린다.

경영진만 '프리미엄', 일반주주는 '내려치기'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지난 2월 28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주요 출자자로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에 726만1,877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제3자배정 유증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전체 발행 주식 총수의 19.9999%에 해당해 사실상 주주총회 특별결의나 추가 공시 없이 제3자배정 유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최대치를 발행하는 셈이다. 발행 규모는 약 2,219억원,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2만9,180원이다.

이사회의 유증 결의가 있었던 같은 날, 롯데그룹은 어피니티에 지분을 넘겨 회사를 매각했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어피니티에 2,039만여 주(지분율 56.2%)를 주당 7만7,115원에 팔기로 했다. 유증 신주 발행가액과는 큰 차이가 있는 가격이다. 최대주주 지분은 162%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팔면서 남은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유상증자로 희석시킨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두 거래가 연결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어피니티는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대량 확보해 평균 단가를 낮추고, 추가 자금 부담 없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어피니티를 제외한 일반 주주는 유증으로 인해 지분이 희석됨에도 배제된 상태다. 지배주주는 프리미엄을 독식하고, 일반 주주는 피해만 보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태광산업의 교환사채(EB) 발행,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고려아연의 대규모·기습 유증 등에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어왔던 금감원도 이번 롯데렌탈 건에서는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제도상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특정인에 대한 신주 발행은 사모 형태기 때문에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이 아니다. 금감원 공시심사실은 기업이 공모 과정에서 제출하는 증권신고서가 투자자들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를 심사하는데, 사실상 1대1 계약 관계에선 이 같은 공개 자료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금감원이 심사할 거리가 사실상 없다.

유상증자 변수에 공정위 심사 부담

다만 딜이 ‘클로징’되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시선도 많다. 해당 거래는 현재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으로, 시장 독과점 및 경쟁 제한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이와 함께 법인차 렌탈 시장과 관련된 사안도 면밀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인차 렌탈 시장은 국내 렌터카 산업의 핵심 축이자 성장을 주도하는 부문으로, 차량 등록 및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위 3~4개 대형 사업자(롯데, SK, 현대캐피탈, 하나캐피탈 등)가 과점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렌탈(점유율 20.8%)과 SK렌터카(15.7%)가 사실상 경쟁 구도를 유지하며 가격 수준을 조율하고 있다. 두 상위 사업자를 어피너티가 모두 인수하게 되면, 가격 경쟁이 완화되면서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외에도 정부의 ‘소액주주 보호’ 기조와 롯데렌탈의 유증 논란이 맞물리면서 인수 구조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주식시장 불공정 거래 척결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상태로, 최근 개정된 상법과 충돌했던 계획들이 잇따라 철회 또는 중단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 8일 파마리서치는 대주주 지배력 강화와 주주 권익 침해 우려에 부딪히면서 지난 6월 13일 발표했던 인적분할을 공식 철회했다. 태광그룹 또한 태광산업의 자사주 기반 EB(교환사채) 발행 계획이 투명성·절차·지배구조 측면에서 논란을 빚으며 결국 전면 중단됐다.

사안은 다르지만 현재의 국내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롯데렌탈 인수 건 역시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유증 자체는 시가대로 진행하는 것이고, 시장 반응이나 잠재적 이슈도 사전에 검토한 것”이라면서도 “최근 시장 사례를 보면 ‘정서법’이 적용되면서 사실상 ‘괘씸죄’가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행시 주주 소송 카드도, 이사충실의무 1호 사례되나

법적 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주주들이 신주발행 금지를 목적으로 가처분 신청에 나설 경우 법원 판단에 맡겨진다. 앞서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당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회사가 카카오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증을 진행하려고 하자 신주발행을 막기 위해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회사에 긴급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인용한 바 있다.

법적 분쟁으로 번질 경우 개정 상법이 담고 있는 '주주에 대한 이사충실의무'를 적용하는 1호 사례가 될 지 관심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 국무회의 의결까지 거쳤고, 이달 중 공포 예정이다. 이사 충실의무 강화는 공포 즉시 적용한다.

롯데렌탈이 제3자배정 유증을 결정한 이사회 시점은 개정 상법 시행전이지만, 향후 있을 공정위 심사 승인을 충족해야 거래를 종결하는 조건부 의결이다. 따라서 신주발행 행위와 증자대금 납부 시점은 개정 상법 시행 이후여서 법조계에선 개정 상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직을 맡기도 했던 김규식 변호사는 "(공정이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조건부로 의결했더라도 이사회는 모든 절차에서 위법 여부를 검토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사들이 충실의무 위반 리스크를 피하려면 법률·회계 자문은 물론 감사위원 의견 등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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