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미국, 관세보다 ‘인력 확보’가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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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리쇼어링’, 기술 인력 확보가 현안 ‘인도 기술 인력’ 수용 확대 필요 인력 수요와 공급, ‘양국 필요’에도 부합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2024년 기간 미국 대학에 등록한 인도 학생 수는 331,602명으로 한 국가의 미국 유학생 수로는 역사상 가장 많다. 또한 인도는 2009년 이후 다시 미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낸 나라가 됐다. 인도 유학생들은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다수가 ‘선택적 직업 훈련’(Optional Practical Training, 자격을 갖춘 유학생들에게 실무 경험 목적의 임시 취업 허가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첨단 기술 분야에 진출해 연구소와 병원, 데이터센터에서 일한다. 갈수록 많은 인력이 배터리와 반도체 등 미국 정부가 강조하는 핵심 산업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산업화’, 기술 인력 부족이 ‘발목’
여기서 문제는 미국의 정책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올해 중반 미국의 신규 일자리가 720만 개에 이르는데 H-1B 비자(특수 직종 취업을 허용하는 비이민 비자) 추첨을 통해 2026 회계연도에 선발된 해외 인력은 120,000명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산업적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말 그대로 너무 부족하다. 미국 정부가 국내 산업을 다시 일으키려면 인도 상품에 대한 관세가 아니라 인도의 인재들이 필요하다.
공장도 보조금이 아닌 사람에 의해 돌아간다. 미국 제조업체들은 2033년까지 연간 380,000명의 기술 인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대로면 절반이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전반적인 노동 시장 지표가 냉각되면 지역의 인력 부족은 더욱 심각해진다. 프로젝트가 멈추고, 인건비가 상승하며, 비숙련 인력 증가로 인한 위험도 커진다.

주: 2033년까지 연간 기술 인력 수요, H-1B 비자 발급 수(2026 회계연도), 선택적 직업 훈련 참여자 수(2024년), STEM 직업 훈련 참여자 수(2024년)(좌측부터)
생산 시설 건설도 ‘지연’
물론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는 증가세에 있다. 작년의 경우 680,000명이 공인된 견습생 과정에 있었으며, 칩스법(CHIPS Act, 미국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한 법안) 예산으로 인력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 간 격차가 매우 커 충분한 국내 인력이 공급될 때까지는 해외 인력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사례들이 미국의 현실과 정책 간 괴리를 보여준다. 조지아에서는 배터리 공장 건설 일정을 맞추기 위해 투입된 한국 기술자들이 이민국의 단속으로 추방되는 사건이 있었다.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TSMC의 주력 반도체 생산 시설도 인력 부족 때문에 올해로 완공을 미룬 바 있다.

주: TSMC 애리조나 반도체 생산 시설(상단), 현대-LG 조지아 배터리 생산 시설(하단)
‘인도 기술 인력’ 수용이 답
그런데 인도가 미국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다. 인도의 대학교와 기술 학교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엔지니어를 배출하는 곳 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98,000명의 인도 학생이 사실상 미국 전략 산업의 훈련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적 직업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H-1B 비자 한도와 수요 간 격차가 너무 큰 데다, 고용주들이 후원하는 영주권을 취득하는 데도 3.4년이 걸린다.
하지만 인도의 국가적 입장은 명확하다. 2023년 재외국민들로부터의 송금액이 1,250억 달러(약 172조원)에 이를 만큼 해외 취업을 권장하는 데다, 미국이 최대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만큼 협상의 의지도 강하다. 양국 간 논의를 통해 인도는 고숙련 노동자들의 해외 취업 기회를 넓혀 주고, 미국은 생산 시설 가동에 필요한 기술 인력을 얻는다면 그야말로 ‘상생’에 해당할 것이다.
미국은 먼저 H-1B 비자 한도를 보충하기 위해 반도체와 배터리를 포함한 전략 산업 중심으로 기술 인력 할당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 ‘선택적 직업 훈련’ 및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 직업 훈련을 영주권 취득과 결합해야 한다. 신규 공장 가동을 위해 인도의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단기 취업을 허용하되, 혜택을 입는 업체에 지역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을 요구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의 인력 육성 프로그램과 인도의 기술 학교를 연결해 수업과 연구, 견습생 제도를 공유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노동 수요를 모두 해외 인력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국내 프로그램이 장기적인 인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부족분을 메우자는 얘기다.
‘수요-공급 차원’ 양국 이해 맞아
이민이 미국 정치에서 민감한 사안인 것은 분명하지만 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도 저숙련 및 고숙련 인력을 나누어 보고 있으며 고숙련 해외 인력 유입에는 호의적이다. 해외 인력 채용으로 혜택을 보는 미국 기업에는 지역 대학 장비 지원 및 견습생 제도 운영, 엄격한 작업장 기준 준수를 요구하고 교육훈련을 게을리하는 업체에는 불이익을 주는 것도 고려하라. 비자 일정을 앞당길 필요도 있다. 인력 확보를 위한 비자 발급에 3년이 넘게 걸리면서 ‘국내 산업 유치’를 외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미국-인도 간 인력 확보 협상이 잘 진행돼 1년 후 미국 생산 설비에 충분한 기술 인력이 확보되고, 인도 엔지니어들이 중추적 역할을 하는 가운데 더 많은 미국 국내 인력이 배출된다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해도 될 것이다. 무역 협상에서 인력 공급을 논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지만 현재 양국의 필요와 정확히 들어맞는다. 미국으로서는 인도와의 무역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wap Tariffs for Talent: The Only India, U.S. Trade That Delivers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