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검사·제재권 갖는 금소원·금감원, 보험업권 감독 기능도 분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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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금소원 체제, 보험업 감독 기능 사실상 금소원으로 금감원, GA 중심으로 보험업권 질서 유지 조치 시행해 와 금감원은 관리 소홀 걱정, 일각선 "오히려 합리적일 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분할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보험사에 대한 금감원의 통제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법인보험대리점(GA)의 불공정 영업 등을 억제하던 보험업권 감독 기능이 조직 개편으로 인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일각에서는 오히려 금감원과 금소원의 업무 분장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보험업 관리·감독 체계가 자리 잡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금소원, 금감원 '보험 감독' 업무 이어받나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조직 개편을 위한 후속 작업에 착수했다. 개편안의 골자는 기존 금감원 산하에 있던 금소처를 분리해 금소원을 신설하는 것이다. 어떤 기능을 분리하고 남겨둘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나, 금소원이 금감원과 마찬가지로 검사 및 제재권을 갖는 것은 기정사실로 취급된다. 다만 '쌍봉형' 취지에 따라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은 금감원, 소비자 보호 기능은 금소원이 담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업권별로 조직이 분리될 경우, 금감원과 금소원이 갖는 힘의 균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보험 권역에서는 신설되는 금소원이 금감원보다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 관리·감독의 경우 건전성보다는 영업 행위에 대한 검사 및 제재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 부문을 담당하는 금소원의 입김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금까지 금감원은 보험업계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감독을 지속해 왔다. 특히 GA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제3자 리스크(보험사와 업무위탁 계약 관계에 있는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전이되는 리스크)'가 금감원의 주시 대상이었다. GA는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고객의 가입을 유도하는 보험업계 핵심 판매처로, 현재 전체 보험설계사(약 65만 명) 중 44%가 GA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감원의 GA '집중 단속'
금감원이 GA를 주목하는 것은 GA의 과도한 실적 경쟁, 취약한 내부 통제 등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GA 설계사가 보험 계약 체결 과정에서 정보를 왜곡해 제공하거나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불완전판매가 일어나는가 하면, 일부 설계사는 판매 수수료 수취 목적으로 허위·가공 계약이나 부당 승환계약을 하는 등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기도 한다. 보험사가 GA 관리 책임을 소홀히 하면서 GA에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 3월에는 GA 보험설계사들이 보험 계약자들에게 대규모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저질렀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보험 영업을 빌미 삼아 사회 초년생 등 보험 계약자 765명을 상대로 1,406억원의 유사수신 자금을 모집하고, 이중 약 342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보험 가입 고객들은 단기채권 투자 상품, 대부업체 PS파이낸셜의 대출 자금 운용 상품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말을 듣고 자금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에 가담한 전체 GA는 28개, 보험설계사는 134명에 달한다.
GA의 불건전 영업 사례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가운데, 금감원은 소비자 피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각종 조치를 단행해 왔다. 지난 6월 '건전한 보험 영업 질서 확립 계획'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계획은 보험사에 GA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조치를 골자로 한다. 보험사가 GA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적절히 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GA 운영 위험 평가 제도'를 신설하고, 미흡 등급을 받은 보험사에 지급여력비율(K-ICS) 요구 자본 등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다.
"권한 약화" vs "합리적 개편" 의견 엇갈려
금감원은 최근 보험협회와 손을 잡고 제3자 리스크 가이드라인을 제정, 오는 12월부터 보험사에 이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은 보험사가 GA에 판매를 위탁할 경우 지켜야 할 책무를 규정하고, GA 평가 관리를 통해 질적 성장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이드라인 적용 시 보험사는 GA와의 판매 위탁 계약 체결부터 운영, 해지 등 전 과정의 리스크를 식별해야 하고, 이를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판매 위탁 리스크를 위험 성향 내에서 관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위탁 업무를 중단하거나 특별한 보완 장치를 마련할 의무를 지닌다.
차후 금소원이 분할 신설될 경우, 이처럼 보험업권에 제재를 가하는 역할은 금감원이 아닌 금소원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측은 이로 인해 보험업 감독 기능이 약화하며 소비자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보험업권은 건전성 감독도 중요하지만 실제 영업 관행에 대한 검사나 제재, 분쟁 조정이 차지하는 영역이 큰 측면이 있다"라며 "금감원에 건전성 감독 기능만 남겨지면 보험 부문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질 텐데, 이렇게 되면 초대형 소비자 보호 이슈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 같은 변화가 오히려 합리적인 업무 분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금소원 신설로 인해 금감원의 힘이 약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무 분장이 잘 되면 부작용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며 "금감원은 보험사의 자본 문제를, 금소원은 GA들의 영업 관행을 구분해서 감시하는 식"이라고 짚었다. 이어 "보험사 입장에서도 오히려 디리스킹(de-risking)을 추구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