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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전원 국내 송환은 한국의 ‘조용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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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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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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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미국 산업화’
한국 기술자 추방으로 정책-현실 ‘괴리 입증’
비자 문제, 산업정책에 포함해야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산업 기반의 재구축을 서두르는 미국에게 냉혹한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공장을 많이 짓는다고 생산량이 자동으로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난 7월 반도체 및 전기차, 친환경 에너지 부품 라인이 가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채워지지 않은 제조업 일자리가 437,000개에 달했다. 그사이 미국의 제조업 건설 비용은 2,230억 달러(약 308조원)를 넘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 인력’ 부족 사태

고숙련 노동력 없이 돈만 써서는 생산량을 늘릴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다. 관세는 자본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정도지만, 숙련 인력이 있어야 지식이 전파되고 결과가 만들어진다.

미국 숙련 노동력 부족 현상은 조지아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수백 명의 한국 기술자들이 떠들썩한 이민국 단속으로 강제 추방되며 심각하게 드러났다. 현대 측은 이번 사건으로 공장 가동이 2~3개월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미국 산업정책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해외 전문가들이 법적 문제 없이 안심하고 일할 수 없다면, 대규모 프로젝트가 투자만 받아놓고 기술 부족으로 발이 묶이는 일이 생길 것이다.

한국 기술자 추방으로 '지연 불가피’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과의 무역 논의가 관세에 집중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상징적인 측면이 크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 이후 대부분의 공산품에 대한 관세가 사라졌고 한국 수출기업들은 국내와 거의 같은 조건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미국의 문제는 노동력 수급이다. 미국 제조기업들은 지난 2년간 꾸준히 400,000~500,000명의 결원을 기록해 왔는데, 여기에는 300,000개가 넘는 일자리가 달린 신규 공장 건설 문제가 포함된다. 미국 내 교육훈련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기업들은 2030년까지 채우지 못하는 일자리가 수천 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관세가 문제가 아니라 생산을 담당할 기술자와 엔지니어, 운영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미국 제조업 노동력 결원 및 생산 시설 투자(2025년 5월~7월)
주: 일자리 결원 수(단위: 천 명, 좌측 막대그래프), 생산 시설 투자(단위: 십억 달러, 우측 막대그래프), 제조업 건설 비용(단위: 백만 달러, 선 그래프) / 5월, 6월, 7월(좌측부터)

노동력 부족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복잡한 장비를 설치하고 미국 기술자들을 훈련할 해외 전문가들이 없으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프로젝트가 하염없이 대기 상태에 놓일 수 있다. 당사자인 미국 산업계도 국내 인력만으로는 수립된 일정을 맞출 수 없다고 조사를 통해 보고하고 있다.

전원 본국 송환은 한국의 ‘경고’

여기서 한국의 입장을 살펴보자.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후 한국의 재벌들은 미국 시장에 자유롭게 수출과 투자를 진행하며 꿀을 빨아 왔지만 이제 그 시대는 끝났다. 기본 관세와 국가별 추가 관세로 이뤄진 조정이 기업과 정부를 수세로 몰고 있기 때문이다. 15%의 관세율과 맞물린 3,500억 달러(약 489조원)의 대미 투자 약속은 무관세 시절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농산물 수입과 환율 인상 문제도 정부의 협상력을 무디게 만든다.

하지만 한국의 협상력이 하나 남아 있다면 그것이 바로 고숙련 인력이다. 조지아 배터리 공장 사태가 이 협상력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300명에 가까운 한국 기술자들을 자국으로 송환하며 공장 가동을 지연시킨 것은 한국 정부가 보내는 경고가 틀림없다. 앞으로 확실한 비자 조치가 없으면 기업들은 미국 내 확장을 꺼릴 것이다. 일자리와 생산량 증가가 목표라면 미국 정부는 투자 및 시장 진입 문제와 더불어 비자도 산업정책에 포함해야 한다.

참고할 사례들은 많다. 미국-칠레, 미국-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을 보면 고숙련 인력들을 위한 H-1B1 비자를 특별히 마련해 놓고 있으며 호주의 E-3 비자도 비슷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한국에도 칩스법(CHIPS) 투자와 관련된 기술 전문가들을 위한 단기 특별 비자를 제공하되, 명확한 기한과 고용주의 보고 의무, 교육훈련 시행 등을 명시하면 된다. 해외 전문가들이 미국의 견습생들과 일하며 당장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장기적인 국내 인력 양성에 기여하도록 할 수 있다.

고숙련 인력 수용을 위한 미국 비자 제도
주: H-1B1 비자(칠레, 싱가포르), E-3 비자(호주), *숫자는 비자 발급 한도

한국 기술 인력 비자 문제 ‘해결해야’

관세 조치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해외 인력 수용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미 대법원이 대통령의 관세 조정 권한에 대한 적법성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한미 양국 모두 관세 협상을 위해서는 자국 내에서 넘어야 하는 장애물이 존재한다. 이 시점에서 비자 문제를 산업정책에 포함하는 것은 조기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기술은 정책이 바뀌거나 관세가 오르내린다고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무역 양상 속에서 기술 인력이야말로 가장 내구력 있는 자산이 틀림없다.

미국은 신속한 산업화를 추구하지만, 437,000명의 제조업 일자리 결원율이 보여주듯 이상과 현실 간 크나큰 괴리를 맞이했다. 관세로는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다. 한국과의 비자 문제를 풀면 미국의 고숙련 인력 수요와 한국의 자본 및 전문성, 유학생을 일치시켜 생산 설비 가동 문제와 국내 인력 육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조지아 사태는 정책적으로는 패착이 분명하지만 공장을 제때 지으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전문 인력의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하는 계기였다. 비자 문제의 해결은 미국의 양보가 아니라 산업화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Visas for Investment: Urgent Measures Needed to Address the U.S.-Korea Rift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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