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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학업성취도 평가 전면확대가 일제고사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세종시교육청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교육청을 상대로 열린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지역 교육감들에게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 방안에 대해 질문했고, 충청권 교육감들은 학력평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전국적으로 획일적으로 실시하는 일제고사에는 반대한다는 취지의 응답을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 '기초학력 제로 플랜' 비판점 많지만, 전교조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일제고사에 일부 교육감들과 진보 야당이 반대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기초학력 제로 플랜’의 부작용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당시 일제고사 형태의 학업성취도 전수 조사를 시행하면서 당시 교육부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시·도 교육청 및 학교별로 성적을 공개하고 비교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과 전년 대비 향상도 등의 지표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기준에 반영됐고 우수 학교에는 인센티브가, 미흡한 학교에는 불이익이 돌아갔다. 그러자 일부 학교에서 성적을 조작하고, 교사가 정답을 미리 알려주는 등의 부정행위를 하는 등의 부작용이 심각했다. 다문화가정·운동부·특수학급 등에 소속된 학생은 아예 일제고사에 응시하는 것을 학교와 교사 차원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이런 진보 교육계의 비판론은 간단한 반박이 가능한 사안들이다. 이유는 부정행위 여부를 계량적으로 밝혀내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계량경제학자들에 따르면 패널데이터 연구의 고정효과(Fixed effect)와 임의효과(Random effect) 계산법 비교를 통해 숨겨진 고정 요소가 있었는지 밝혀내는 것이 가능하다. 국내 초·중·고 교육은 대부분 평준화 교육으로 이뤄지는 만큼 학교별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고 무작위 배정이 이미 일어나 있는 상태라 계량적인 모델을 적용하기 쉽다고 지적한다. 일부 교육감들이 지적하는 시험 응시자 선별, 사전 정보 유출 등은 타 학급과의 비교, 타 학교와의 비교 등을 통해 적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제고사에 가까운 학력평가에 대한 비판론은 결국은 지역, 학교 및 학생들 간의 지나친 경쟁 및 서열화 조장과 학생들 간의 줄 세우기 측면밖에 남지 않는다. 그런데 이 문제는 생각보다 해결책이 간단하다. 지역 교육청이나 학교, 교사 등에게 학생들의 성적과 관련된 이익이나 불이익을 주지 않으면 될 문제다. 순위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일제고사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냐
오히려 일제고사 형태가 돼야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학자들은 대한민국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로 ▲여학생들의 수학 과목에 대한 학업능력이 중학교 때까지는 우수함을 유지하다가 고등학교 진학 후 남학생들에게 크게 따라잡히고, 따라서 이공계 진학을 기피하는 것 ▲흔히 명문고로 불리는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진학이 반드시 우수한 학업 및 경쟁 환경으로 인해 모든 학생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명문고 내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그 편익이 돌아가고, 나머지 중하위권 이하의 학생들은 우수한 학생들에게 치여서 부정적인 대조 효과를 경험하기에, 일반고가 가진 순기능이 없지 않다는 것 등을 지적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제 고사 형태의 학력평가가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여기서 나온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계량 연구가 이뤄져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교육 역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풍부한 데이터가 기반이 돼야만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일례로 명문고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특목고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는 등의 강제적인 해결책은 좋지 않다. 오히려 특목고의 장단점을 연구에 기반해 정확히 알리고 일반고등학교 역시 학생들의 학업능력 향상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음을 소개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일 것이다. 이처럼 일제고사나 대규모의 학력평가를 실시하고 그것에서 취합되는 다양한 정보를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제공하고, 그를 통해 원하는 학교에 진학을 유도하는 것이 학생들의 교육 선택권 측면에서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