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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미국 주도 세계 질서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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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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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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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 조치로 ‘글로벌 리더 지위’ 상실
신뢰, 선호도, 도덕적 권위까지 ‘모두 잃어’
다극화 세계 질서 ‘본격화’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10% 일괄 관세는 당연히 글로벌 시장을 흔들었다. 동시에 그것은 미국이 글로벌 리더의 자리에서 내려오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과거와 같이 전쟁이나 경제 문제로 자리를 내준 게 아니라, 미국이 지켜온 가치를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방의 날’이라고 부른 당일 발표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다극 체제(multipolar system)로 이동할 것임을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

사진=ChatGPT

트럼프 관세는 ‘글로벌 리더’ 포기한 것

동아시아포럼은 이를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의한 미국 시대의 종말’이라고 간결히 표현했었는데 숫자도 이를 증명한다. 미국의 작년 글로벌 수입 물량은 3조 달러(약 4,063조원)였고 여기에 10%를 적용하면 올해 관세로 인한 비용은 3천억 달러(약 406조원)가 될 것이다. 미국 의회예산처는 이것이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1% 감소로 연결될 것이라고 한다. 상대국의 보복 조치는 아직 감안하지도 않은 숫자다.

하지만 중국과 유럽연합(EU), 핵심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들은 수출 경로 우회를 통해 미국 관세에 적응하며 성장을 지속해 왔다. 작년 글로벌 무역 규모 역시 33조 달러(약 4경4,689조원)로 사상 최고를 기록해 미국이 전통적인 책임을 포기했음에도 여전히 성장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미국은 또한 군사적 영향력은 여전하지만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시들고 있음도 드러나고 있다. 퓨 리서치가 올해 2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인의 미국에 대한 긍정적 의견은 49%로 2021년에 비해 20%P 하락했다.

미국 및 중국 글로벌 선호도(%) 추이(2012~2025년)
주: 미국(짙은 청색), 중국(청색)

미국 제조업 점유율 16%로 중국의 ‘절반’

미국 경제의 기둥이었던 제조업은 급격한 몰락을 겪고 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제조업의 25%를 담당했었으나 현재 16%까지 감소했다. 참고로 중국은 32%에 달한다. 2030년이면 미국의 점유율은 11%까지 하락하고 중국이 45%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조업 기반 산업이 혁신을 주도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단순한 생산량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 증가하면 규모의 경제와 학습 효과로 인해 생산 단위당 비용이 0.4%씩 감소한다고 한다. 미국이 제조업 보호 목적으로 도입한 관세도 투입물 비용을 올려 오히려 경쟁력을 깎아 먹을 것이다.

글로벌 제조업 점유율 추이(%)(2000~2024년)
주: 미국(짙은 청색), 중국(청색)

한때 미국의 상징과도 같던 혁신 분야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년 글로벌 혁신 지수를 보면 스위스와 스웨덴이 두각을 나타냈고 싱가포르도 몇 가지 부문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인공지능(AI) 특허 출원에서 1위에 올라 선전, 북경 등의 도시들과 함께 실리콘 밸리를 압도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글로벌 벤처 자금의 거의 절반을 끌어모아 2019년 이후 북미를 다시 제친 사실이 이를 설명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다각화도 변화하는 세계 질서를 보여준다. 작년에만 디지털 및 전문직을 포함한 서비스 무역이 9% 증가해 전체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그런데 제조업 생산 자체가 점점 디지털 서비스를 쫓아가는 패턴을 보여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중국 및 유럽 기업들의 제조업 기지화하고 있다. 한편 개도국 간 무역도 전체 제품 흐름의 41%를 차지해 2005년의 14%에서 급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권위 사라진 ‘다극화 시대’ 준비해야

그렇다면 이제 글로벌 무역에 대한 교육도 변화할 차례다.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처럼 세계무역기구(WTO)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의 권위도 기울고 있다. 관세로 인한 변동성은 예외가 아닌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외교 역시 다층적인 세계 질서를 반영해야 하며 기후 정책과 공급망 관리가 겹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규제 강화는 이미 미국 대학들을 강타했으며 특히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분야 석사 과정 등록률이 2020년보다 25% 하락해 대학은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미국 대학들은 아시아 및 유럽 대학들과 복수 학위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공동 연구와 글로벌 체험 학습을 강화해야 한다. 또 다극화된 세계 질서를 읽어 내기 위한 예측 모델과 지정학적 시나리오 분석, 행동 경제학을 중점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 법학 대학원들은 겹치는 관할권 문제를 다뤄야 하며 공공 정책 과정은 계량적 분석과 정성적 평가를 통합해야 한다.

‘해방의 날’ 관세는 강대국이 리더십을 잃는 것은 패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지탱해 온 규범과 제도를 포기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일깨웠다. 관세 조치가 국내에서는 호응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글로벌에서 미국의 신뢰와 영향력, 도덕적 권위는 회복이 어려울 만큼 곤두박질쳤다.

원문의 저자는 동아시아포럼 편집위원회(EAF Editorial Board)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end of the American century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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