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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체결된 상장 조건부 투자계약의 효력 본격화 투자금 회수 나선 FI와 CGI홀딩스 매각 등 협상 돌입 4D플렉스로 북미 시장 공략, 2030년 2,100개관 목표

CJ CGV가 CGI홀딩스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2019년 재무적 투자자(FI)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기업가치 2조 원 이상으로 홍콩증시에 상장시키겠다는 조건을 걸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과 OTT 확산 등으로 상장이 무산되면서 FI 측이 동반매각청구권 행사를 예고한 것이다. CJ CGV는 콜옵션을 행사하기보다는 자사 보유 지분과 함께 CGI홀딩스를 제3자에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통매각 시 최대 1조 원 이상 자금 유입이 가능해 CJ CGV에 오히려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 CGV, 홍콩증시 상장 조건 충족하지 못해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GI홀딩스 지분 17.58%를 보유한 2대 주주 미래에셋증권 PE와 MBK파트너스는 이달 19일부로 투자금 회수 시기가 경과함에 따라 CJ CGV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동반매각청구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 FI 측이 CJ에 권리 행사 여부를 고지하면, CJ는 한 달 안에 콜옵션 행사 여부와 가격 등을 제안하고, 양측의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강제 매각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현재 FI 측은 CGI홀딩스의 최대주주인 CJ CGV와 다양한 방안을 두고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CJ CGV는 2019년 CGI홀딩스 지분 28.57%를 MBK파트너스·미래에셋 컨소시엄에 매각하며 3,336억원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2023년 6월까지 CGI홀딩스를 기업가치 2조원 이상으로 홍콩증권시장에 상장시키는 조건을 걸었다. 상장 실패 시 CJ CGV가 일정 수익률을 붙여 지분을 되사거나, FI가 최대주주 지분을 합쳐 제3자에게 동반 매각하는 권리도 부여됐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장이 무산됐고, CJ CGV는 지난해 7월 FI 지분 8.7%를 1,263억원에 사들이며 동반매각청구권 행사 시점을 올해 6월 19일로 연장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이 성장하며 CGI의 실적은 홍콩증시 상장 요건을 맞추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업계는 현재 CGI의 기업가치를 1조5,000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2023년 지분 매입가 기준으로 FI의 잔여 지분(유상증자 후 변동된 지분율 17.58%)은 2,555억원 규모다. FI 입장에서는 2019년 3,336억원을 투자해 총 3,818억원을 회수하는 셈이다. 배당 등 부가 수익을 제외한 내부수익률(IRR)은 2.4% 수준이며, 지난해 10월 CJ CGV 유상증자 시 적용한 조건을 가정해도 총 4,195억원(IRR 4.1%)을 회수하게 된다.
극장 산업 수익 악화, 부채비율 600% 육박
업계에서는 FI의 동반매각청구권 행사를 앞두고 CJ CGV가 투자자 지분을 되사는 대신, 자사 지분과 함께 제3의 투자자에게 통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CJ CGV의 재무구조와 CGI의 기업가치 등을 고려할 때, 1조원을 웃도는 매각대금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전략이 중장기 성장의 관점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CJ CGV의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보면, CGI의 영업 이익은 230억원(연결 조정 전)으로 전체 영업이익 759억원 가운데 30.3%를 차지한다.
CJ CGV를 둘러싼 복합 위기 역시 매각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CJ CGV의 매출은 전년 대비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당기순손실은 오히려 확대됐다. 특히 금융비용이 급증하면서 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는데, 2024년 금융비용만 3,000억원을 넘어섰고, 이자비용도 40% 이상 증가했다. 부채비율 역시 593%로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자본조달도 쉽지 않아 지난 4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목표액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등 시장 신뢰도마저 흔들리고 있다.
재무적 위기는 외형 축소로도 이어졌다. CJ CGV는 지난해 국내 극장 사업이 적자 전환하자, 올해 들어 전국 5개 극장을 폐쇄하는 등 수익성이 낮은 지점부터 단계적으로 정리하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서울 송파점과 인천 연수역점, 창원점, 광주터미널점 등 주요 지역의 극장이 순차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국내 CGV 영화관 수는 192개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4년 만에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란 평가다.
시장환경 역시 CJ CGV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관객 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2024년 국내 영화관 누적 관객 수는 1억 2,31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평균과 비교해 56% 수준에 불과하다. OTT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영화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 등으로 시장 내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콘텐츠 투자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관객 수 감소와 티켓 가격 인상 한계로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亞 시장 철수 시 해외 포트폴리오 축소 불가피
이런 상황에서 CGI를 매각할 경우.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시장은 CJ CGV의 글로벌 성장 전략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 인구가 많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성장 잠재력이 높아 2010년대 중반부터 공격적으로 투자와 확장을 이어온 지역이다. 현재 CGI는 해당 3개국에서 총 267개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1분기 기준 중국 사업은 흑자 전환했고, 베트남은 매출이 15% 성장하는 등 아시아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철수로 인한 실적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CJ CGV의 미국 법인 매각이 샌프란시스코 지점 폐쇄 관련한 우발부채와 그로 인한 법적 분쟁으로 제동이 걸렸다. 샌프란시스코점 폐쇄 과정에서 파산 전문 로펌이 약 15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법원이 로펌 측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면서 CJ CGV는 거액의 자금 지급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폐점으로 인한 누적 손실까지 더해져 매각 작업이 크게 지연된 상태다. 연이은 악재로 인해 일각에서는 매각보다 청산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기회 요인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4D플렉스와 같은 특화관 사업이 미국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4D플렉스는 기존 영화관과 차별화된 체험형 상영관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4D플렉스 실적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미국 내 극장 사업의 공백 일부를 보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CJ CGV와 자회사 CJ 4DPLEX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특별상영관을 2,000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매출을 현재 대비 6배, 영업이익도 대폭 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