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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관세 피해 멕시코로 지정학 위험 피하고 가깝기까지 미국 관세 정책 한계 드러내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트럼프(Trump) 행정부의 징벌적 관세는 당초 중국을 미국 시장에서 분리하려는 조치였지만 의도치 않게 멕시코 경제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이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중국의 생산 시설 이전과 글로벌 공급망 변화, 지정학적 위험 회피와 같은 복잡한 요소들이 숨어 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로 멕시코 경제 ‘활력’
미국은 2018~2019년 무역법 301조(Section 301)에 따라 광범위한 중국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단순히 중국 수출이 감소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 제조업체들은 지정학적 깨달음을 얻었다. 멕시코로 생산 시설을 옮기는 것이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전략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미국의 멕시코 수입액은 5,100억 달러(약 693조원)로 전체 수입의 15.2%를 차지해 2년 연속 중국보다 많았다. 하지만 멕시코가 중국을 그냥 대체한 것이 아니다. 다수의 멕시코 수출품이 중국 기업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공장에서 생산된다.

주: 중국(실선), 멕시코(점선), 무역 전쟁 시작점(청색 선)
2018~2022년 기간 중국의 멕시코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는 4배 증가했고 올해까지 7억 1,000만 달러(약 9,645억원)가 더해져 총 투자액은 30억 달러(약 4조원)에 이른다.

멕시코에서 조립하면 ‘무관세’에 배송도 ‘이틀’
선전에서 대당 370달러(약 50만원)에 생산되는 냉장고가 있다고 치자. 이것이 미국 LA까지 가려면 관세와 운송비를 합쳐 총비용이 524달러(약 71만원)로 늘어나고 배송에도 3주가 걸린다. 하지만 멕시코의 몬테레이(Monterrey)에서 조립하면서 핵심 부품을 현지나 미국에서 조달하면 총비용은 394달러(약 54만원)로 내려가고 배송도 이틀이면 끝난다. 대당 130달러(약 18만원)의 비용 절감액은 웬만한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보다 크다.
이러한 ‘관세 차익 거래’(tariff arbitrage)는 비밀이 아니다. 멕시코 누에보레온(Nuevo León)에 있는 호푸산 산업단지(Hofusan Industrial Park)에는 현재 10개의 중국 공장이 있고 내년까지 35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중국 기업이 2023년에 발표한 멕시코 투자만 38억 달러(약 5조원)로 2020년의 세 배에 달한다. 멕시코 지역 경제로서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작년 누에보레온의 산업 일자리는 전년 대비 8.1% 늘어 멕시코 평균의 두 배를 기록했고 임금도 7.4% 올랐다. 하지만 생산성은 4.1% 상승에 그쳤는데 멕시코의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생산 방식 때문이다. 신규 멕시코 근로자의 63%가 고등학교 졸업 학력에 그친다.
멕시코 정부는 멕시코 현지 인력 채용을 촉진하기 위해 단계적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첫해에는 최소 35% 이상, 5년 후에는 45% 이상을 채용해야 세제 혜택이 제공된다. 이전에도 적은 보조금으로 현지인 생산과 일자리를 크게 증가시킨 사례들이 있다. 멕시코와 텍사스, 온타리오의 기술자 훈련을 표준화하기 위한 3억 4,000만 달러(약 4,619억원) 규모의 기술 회랑(skills corridor)도 만들어지고 있어, 1,200명의 첫 교육생들이 올해 9월부터 근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관세 피해 생산 기지 이전 ‘봇물’
물론 모든 중국 기업이 멕시코로 옮긴 것은 아니다. 일부는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를 택했는데 다시 한번 미국의 표적이 됐다. 지난 4월 미국이 동남아 6개 국가에 대한 관세를 최대 49%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주식 시장이 거의 7% 폭락했었고 관세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의 5.5%가 위험하다고 한다.
그 결과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경제 구역(Suez Canal Economic Zone)이 대안으로 꼽힌다. 뉴욕까지 운송 기간이 18일 걸리고 ‘미국-이스라엘 적격 산업 지역 규약’(U.S.-Israel Qualifying Industrial Zone (QIZ) protocol)에 따른 면세가 가능해 중국 기업들이 작년 4개월 동안에만 8억 9,4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따라서 이제 노동 비용만을 고려한 생산 시설 이전은 한물갔다. 관세를 포함한 총비용과 운송비, 정책 위험까지 따져야 한다. 멕시코에서 생산한 냉장고는 총비용 394달러(약 54만원)에 배송이 이틀이면 끝나는데 이집트에서는 408달러(약 55만원)가 들고 운송에도 18일이 걸린다. 중국은 생산비 370달러(약 50만원)에 관세와 23일의 운송 기간을 포함해야 한다.
비용만이 문제는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무역 정책 불확실성이 1표준편차 증가하면 양자 간 무역이 4.5% 줄어든다고 한다. 멕시코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지정학적 안정성까지 제공해 주니 이것이 비용 절감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관세 정책 한계 ‘명확’
그런데 바쁘게 생산 시설을 옮기고 있지만 정작 중국의 고부가가치 지식재산권 분야는 미국 관세의 영향을 거의 받고 있지 않다. 2017~2024년을 보면 중국의 완구 및 의류 수출이 18% 감소했는데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전자제품은 3% 줄었을 뿐이다.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로열티 지출도 딱 3% 줄어 디자인과 연구개발, 코딩 등은 공장처럼 쉽게 옮겨지지 않음을 드러낸다.
결론은 분명하다. 관세로 생산 시설을 이전시킬 수는 있지만 장기간 전략적 이점을 누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차라리 미국 공급망에서 멕시코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탄소 국경세(carbon border tax)와 같이 정책 목표와 무역을 연계시키는 전략을 고민하는 게 낫다.
멕시코는 단순 조립에서 혁신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야 한다.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현지인 채용에만 적용하지 말고 연구개발, 장비 개선, 기술 개발 등에 투입해야 한다. 중국도 관세 비적용 지역만 영원히 찾아다닐 수 없다. 어차피 미래 경쟁력은 국내 생산 시설을 고부가가치, 고수익 제품에 최적화시키는 데서 나온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제14차 5개년 계획에도 명시돼 있다.
원문의 저자는 나탈리 첸(Natalie Chen) 워릭 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How the 2018/19 US tariffs against China boosted exports and employment in Mexico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