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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재택근무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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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weeks 6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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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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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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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수정

재택근무 확산, 도심 부동산 가치 하락 가속
세대별 자산 축적 경로, 주택 중심에서 금융으로 이동
정책·투자 선택 따라 부의 격차 재편 가능성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원격근무는 단순한 근무 형태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부의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도심 부동산의 프리미엄은 약해지고 있고, 이는 미국 가계의 순자산 구성에 기존 조세제도보다 더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흐름이 2030년까지 이어진다면, 부의 분포는 세대 간·계층 간 판도를 뒤바꿀 가능성이 크다.

사진=ChatGPT

확장된 출퇴근 반경, 사무실 주소의 가치가 무너진다

원격근무의 확산은 노동시장의 지리적 범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 미국 내 전체 유급 근무일 중 약 29%가 재택으로 이뤄졌다. 팬데믹 이전 5%에도 못 미쳤던 수치에서 단숨에 6배 가까이 뛴 것이다. 통근 부담이 줄면서, 과거에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제외됐던 지역도 충분한 주거지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직원들의 주간 재택근무 일수를 평균 2.3일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는 일시적 안전 조치가 아닌, 구조적 변화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더 이상 사무실에서 가까운 곳에 살 필요가 없어진 근로자들이 교외와 지방으로 이동하고, 그만큼 도심지 주소가 갖는 자산적 의미도 퇴색하고 있다.

중산층 자산은 ‘부동산’에 묶여 있다

부동산은 여전히 미국 중산층 자산의 핵심이다.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Board, FRB)에 따르면, 순자산 기준 50~90분위 가구는 자산의 약 60%를 부동산에 담고 있다. 반면 상위 1%는 주택 자산 비중이 7%에 불과하며, 대부분을 주식과 기타 금융자산으로 운용한다.

2024년 4분기, 미국 내 전체 주식 가치는 4,000억 달러(약 552조원) 증가하며 총 순자산은 169조4,000억 달러(약 23경4,100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도심 아파트와 고급 주택이 팬데믹 이후 상승분의 15%만 반납하더라도, 중산층은 전체 자산의 9%가 줄어들게 된다. 반면 상위 1%의 손실은 2%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불균형한 구조는 단기 부양책이나 조세 조정만으로는 메우기 어렵다.

2024년 미국 내 자산 구성 비율 (단위: %)
주: 자산 보유 계층(X축), 총자산 대비 구성비중(Y축)/주택(진한 파랑), 주식(중간 파랑), 기타 자산(연한 파랑)

도심 자산가치 흔들린다

임대시장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전국 평균 임대료는 전년 대비 1.7% 하락했고, 하락 폭은 도심 고밀도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찬단 이코노믹스(Chandan Economic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일제 원격근무 가구는 400만 세대로, 팬데믹 직후 정점이었던 2021년 대비 20%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질로(Zillow)에 따르면 전국 평균 임대료는 2,100달러(약 290만원) 선에서 정체돼 있으나, 도심 핵심 지역에서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원격근무 확산으로 사람들이 거리 부담을 감수하고 외곽으로 나가면서, 도심 임대 수요가 줄고 가격도 함께 내려가고 있다. 거주 공간 수요가 분산되자 도심 자산의 수익률과 평가 가치 역시 동반 하락하고 있다.

임대료 하락, 물가 낮추고 자산 격차 키운다

임대료 하락은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CPI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분의 1이며, 2025년부터는 그 비중이 더 커졌다. 따라서 임대료가 내려가면 전체 물가 상승률도 둔화된다. 이 흐름은 금리 결정으로 이어진다. 물가 압력이 낮아지면 연준의 금리 인상 요인도 줄어들고, 저금리 기조가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금리 환경이 자산 계층별로 다른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주식 비중이 높은 계층은 저금리 수혜를 누리지만, 부동산 자산이 중심인 중산층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세대별 자산 전략,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세대 간 자산 구성도 크게 달라졌다. 연준의 통계에 따르면 밀레니얼과 Z세대는 전체 자산 중 주택 비중이 약 23%에 불과하다. 같은 연령대의 베이비붐 세대는 40% 이상을 주택에 할당했다. 이처럼 자산의 무게중심이 다르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 가입되는 퇴직연금 계좌(401k)를 통해 저비용 인덱스펀드에 자산을 쌓고 있다. 만약 도심 주택 가격 상승률이 연 4%에서 2%로 낮아진다면, 연 7% 수익률을 보여온 주식이 이를 앞지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년 이내로 줄어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높은 금리로 인해 첫 집 마련이 늦어진 젊은 세대가 오히려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별로 엇갈린 반응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뉴욕·파리·코펜하겐에서는 원격근무로 인해 상업용 임대료의 중심과 외곽 격차가 최대 44%까지 축소됐다. 마드리드에서는 공유오피스 업체 이버센터(Ibercenter)가 2015년 이후 최대 교외 수요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런던은 대기업들의 출근 복귀 방침으로 도심 소형 사무실 수요가 다시 늘었고, 외곽 지역 공실률은 오히려 증가했다. 지역별 제도나 개발 여건에 따라 원격근무의 자산 효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자산 분포 시나리오 따라 달라지는 미래

2030년까지 원격근무가 전체 유급 근무일의 35%까지 확대되면, 도심 임대료는 실질 기준 10%, 주택 가격은 명목 기준 15% 하락할 수 있다. 주택 비중이 60%에 달하는 중산층은 이에 따라 순자산의 9%를 잃게 된다.

하지만, 이 손실이 자산 격차 확대라는 하나의 경로로만 이어지지는 않는다. 절약한 임대료를 연간 4,000달러(약 550만원)씩 S&P500에 투자하고 연 5%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면, 6년 만에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 이른바 ‘재배분 시나리오’다. 이 경우 자산 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약 2%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같은 금액이 소비로만 흘러가고 자산 축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상위 계층만이 투자수익과 금리 혜택을 누리며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정체 시나리오’다. 한편, 지방정부가 토지세를 도입하고 그 재원을 외곽 지역 광통신망 구축 등에 활용할 경우, 주거 여건이 개선되고 고용도 분산되면서 자본 이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정책 개입 시나리오’로, 구조적 격차를 완화하는 정책적 여지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도시 주택 가격 15% 하락 시 2030년까지 순자산 변화 시뮬레이션
주: 연도(X축), 순자산 지수(Y축)/정체(진한 파랑), 재배분(중간 파랑), 정책 개입(연한 파랑)

원격근무 시대의 정책 과제

부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지금, 정책 역시 새로운 질서에 맞게 재편돼야 한다. 도심 중심의 주택 소유를 장려하던 방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제는 자산 다변화와 지리적 이동성 확보를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우선, 주택담보대출 이자 공제를 폐지하고 수입 중립적인 토지세로 대체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고정자산인 토지를 과세 대상으로 삼으면 조세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연방 인프라 예산도 기존의 철도망 중심에서 광섬유망 구축으로 전환해야 한다. 도로보다 대역폭이 새로운 통근 인프라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체계도 손볼 필요가 있다.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처럼 모든 급여 시스템에 기본적인 주식 납입을 포함해야 자산 축적 기회를 폭넓게 보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3년 주기의 소비자 재무조사로는 현재 빠른 자산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분기별 자산 흐름과 익명화된 주택담보대출 데이터를 결합한 실시간 통계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평등의 기회로 전환 가능

사무실에 머무는 날이 줄수록, 도심 접근성이 가진 경제적 가치도 낮아지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자산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움직임이다. 도심 부동산에 자산을 집중한 중산층은 직격탄을 맞고, 금융자산을 보유한 상위 계층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 이 구조를 외면한다면, 미국은 자산가와 영구 임차인으로 양극화된 새로운 경제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토지세, 광통신망 같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면, 원격근무는 평등의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 남은 5년은 단순히 재택근무 일수를 세는 시간이 아니라, 자산의 중심이 도심에서 분산과 대역폭으로 얼마나 빨리 옮겨가는지를 측정하는 시간이다.

원문의 저자는 모리츠 쿤(Moritz Kuhn) 만하임대학교(University of Mannheim)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US wealth inequality in 2022: A modest reversal at the top, persistent challenges below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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