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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넷플릭스 때리기…망사용료 의무화 가능성 짙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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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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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거대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작은 사건도 무관심하게 지나치지 않고 하나하나 신중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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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망 사용료 지불이 의무화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문화체육관광부 대상 종합감사에서는 글로벌 OTT 업체 넷플릭스를 향한 정치권의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 "국내 창작자 보상 부실" VS "충분한 보상 노력 중"

이날 국감에는 정교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전무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정 전무에게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의 흥행에 크게 기여했는데, 그만큼 기업에 정당한 보상을 하고 있느냐. 대표적인 예로 <오징어게임>으로 넷플릭스가 벌어들인 가치가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 제작비로 알려진 200억원과 별도로 제작자에 보상을 지급한 것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정 전무는 "<오징어게임> 시즌1의 흥행 이후 소정의 보상을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순 없지만, 다양한 방식의 계약 체결로 창작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공개조차 못할 정도의 수준인 것이냐"고 지적하며 "넷플릭스 수익 상황을 보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가는 상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전무는 "작품의 흥행 리스크를 넷플릭스가 부담하고, 전 세계 유통을 위한 자막·마케팅 등도 회사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하면서도 "지적된 사항에 대해선 유념하고 더 나은 제작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무의 답변에도 정치권의 비판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넷플릭스가 한국과 다른 나라를 차별해선 안 된다"며 "OTT 사업자들이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게끔 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당연히 외국 기업인 넷플릭스로 따라야 한다"고 힘줘 말했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익표 문체위원장 역시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이뤄지는 계약 관행,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 부분에 대해 본사와 협의해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달라"고 강조했다.

정 전무는 "국내 창작자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보상을 드리고 있으며, 한국에서 OTT 시장 경쟁이 뜨거운 상황이라 저희가 정당한 보상을 드리지 않는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 망 사용료 부과, 시청자 불이익으로 이어지나?

질문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수년째 다투고 있는 망 사용료 지급으로 이어졌다. 김 의원은 해당 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망 사용료 부과를 최종 결정할 경우, 국내 콘텐츠 사업자나 시청자, 1인 유튜버 등에게 불이익으로 이어지느냐"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정 전무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지금 단계에서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자 이날 국감에 참석한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졌다.

김 의원은 "계속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며 넷플릭스 측의 답변 태도를 비판했다. 홍 위원장 역시 "매우 유감이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국내외 OTT에 대한 별도 상임위 회의를 검토해야 겠다"며 못마땅한 모습을 보였다.

◆ 넷플릭스 세금 회피 의혹으로 이어져

김 의원은 25일 넷플릭스의 세금 회피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김 의원이 추가로 공개한 넷플릭스 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최근 3년간 국내 매출액 1조2,330억원 중 77.8%인 9,591억원을 해외 본사에 수수료로 송금했다. 2019년엔 매출액 1,859억원 중 65.7%인 1,221억 원, 2020년엔 4,155억원 중 3,204억원(77.1%), 20216,316억원 중 5,166억 원(81.8%)을 수수료로 송금한 것. 이 기간 국내에 납부한 법인세는 전체 매출액의 0.5% 정도에 해당하는 586,000만원이다. 김 의원은 "정당하게 매출액을 보고했다면 국내에 납부해야 할 세금은 3년간 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의 흥행을 등에 업고 3분기 가입자 증가와 매출 증가를 기록하는 등  기업의 가치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한국에서의 책임은 오히려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국내 세금 회피를 방지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구글코리아

◆ 결국 망 사용료 의무화 위한 '밑밥'?

넷플릭스를 향한 정치권의 날선 비판은 국회에 계류 중인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 통과를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은 "구글과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국내 트래픽 비중은 3분의 1을 차지하며, 특히 넷플릭스는 4년 전보다 67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라며 "경제학에서 말하는 '공유지의 비극'이 망에서 일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미 네이버, 페이스북 등이 망사용료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넷플릭스를 향한 국회의 지적이 이어지던 24일, SK브로드밴드는 향후 넷플릭스와 구글에서 망 사용료를 받으면 전부 통신망 구축에 사용할 것이란 보도를 내놨다. 이는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통신사의 호주머니만 채우고 넷플릭스와 구글은 이용자들에게 그 비용을 전가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자 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수년째 법적 공방을 이어오며 망 사용료를 거둬 재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망 사용료로 통신사가 거두는 수익을 대중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으니 전액 재투자가 실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슬그머니 사업 진행을 멈춘 5G를 볼모로 여론을 움직이려는 술수로 읽힐 수밖에 없다. 그간 국내 통신사들은 넷플릭스와 구글이 국내 사용사를 볼모로 망 사용료 의무화를 반대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내놓은 통신망 구축은 통신 사업자라면 당연히 해야할 의무에 가깝다.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통신사들이 주장한 비판의 화살은 이제 그들 자신에게로 되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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