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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의 최신 체납통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세 누계 체납액은 100조7,221억원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21년 6월 이후 1년간 1조9,854억원이나 더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국회에 통과된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국세 수입을 400조5,000억원 예상했다. 올 6월 기준으로 약 25%에 해당하는 세수를 걷어들이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누계 체납액은 국세징수권 소멸시효(최대 10년)가 지나지 않은 세금으로, 지금까지 납세자가 납부하지 않은 세금을 말한다. 이중 정리 보류 체납액, 즉 체납자가 행방불명 상태이거나 재산액이 미미해 세금 납부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약 90%로 정부는 세금 환수를 어렵다고 판단한다.
발 빠르게 재산 숨기는 체납자들 못 따라잡아
지난 1년 사이 신규로 체납됐거나 전년에 밀린 세금이 올해로 넘어온 경우 중 정리 보류 체납액이 아닌 경우는 전체의 약 10%에 해당하는 11조원 남짓이라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국세청은 2020년부터 일선 세무서에 체납 세금 전담 추적팀을 만들어 밀린 세금을 받아내기 위해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통상 현금으로 환수되는 체납 세금은 연평균 10조원 안팎에 그친다. 징수 인력이 1,800명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직원들에 따르면 가장 기피 업무 1순위가 체납징수로 알려졌다.
실제 보유 자산이 없어 소액의 세금조차 못 내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재산이 있으면서도 세금 독촉장을 외면하는 얌체 체납자도 적지 않다. 지난해 전체 체납자 127만5,513명 중 1억원 이상 고액 체납자는 총 15만6,655명으로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이 전체 체납액의 56%에 달한다. 즉 11조원 남짓의 '받아낼 수 있는 세금' 중 절반 이상이 고액 체납자들의 버티기와 '전쟁'이라는 것이다.
밀린 세금의 11%는 강남 부촌에서 나와
지낸해 기준 누적 체납액이 가장 많은 곳은 강남세무서로 합계액이 2조3,872억원에 달했다. 이어 서초세무서 2조3,765억원, 삼성세무서 2조2,232억원, 반포세무서 2조1,570억원, 역삼세무서 2조827억원 등, 강남 일대에서 11조2,266억원의 세금이 체납되어 전국 기준으로 11%가 몰려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올해 들어와서는 지방으로 세금 체납액이 퍼져나가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서울의 체납액 비중은 지난 1년 사이 29.7%에서 29.4%로 소폭 감소한 반면 중부청, 부산청 등지에서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서울시청의 자료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지난 10년간 고액의 세금을 체납한 뒤 해외로 이주한 해외이주자가 6,678명에 달했고 이들 대부분에게 세금 추징율은 20%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지방으로 비중이 늘어난 것은 서울 거주자의 숫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따라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지방자치단체의 세입 및 재정지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세금 체납이 강남에서 발생하는 주요인은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이민 결정 직후에 매각한 국내 자산에 대해 세금을 추가로 납부하지 않아도 해외로 이민이 가능한데 이때 외국인에게 세금 추가 징수가 국내법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숨겨진 자산 추적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재차 고액 체납자에 대한 조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가상자산과 사모펀드 등 신종 금융상품을 이용한 재산 은닉 조사를 강화하면서 징세 기술을 계속 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징세 효율성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세청 공무원 1명이 걷은 세금은 159억8,000만원으로 전년(137억4,000만원) 대비 16% 늘어난 반면 세금 100원을 걷기 위한 징세 비용은 0.54원으로 14% 줄었다.
자산 거래 내역 신고제가 의무화되고 전산화가 마무리되면서 '악성 체납자의 자산 거래 내역과 동선 등 데이터를 촘촘하게 축적'할 수 있기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큰 매도 차익을 남겼던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일대에서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한 부동산 투자자는 "익명으로 숨겨놨던 아파트 매각까지 추적을 당했다"며 "부모-자식 간 증여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는데 대부분 추적을 당해 오싹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