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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발 '시스템 리스크' 우려 내려놓은 전문가들, '가계부채·부동산 시장 침체'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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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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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국내 금융권 관계자들이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SVB)의 파산 이후 불거진 '시스템 리스크' 우려를 한숨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전 세계를 집어삼킨 글로벌 금융 위기처럼 한국으로 부실의 충격이 전이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는 것이다.

3일 한국은행은 지난 4월 5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 ‘2023년 상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 및 상환 부담 증가, 부동산 시장 침체를 손꼽았다.

이와 함께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1년 이내 단기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당시 대비 크게 낮다고 응답했다. 지난해에 비해 리스크 요인들의 발생 가능성 및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지목한 대내외 리스크

조사에 참여한 국내 금융기관 전문가 80명(해외 금융기관 한국 투자 담당자 8명 포함)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대내 리스크(단순 응답 빈도수 기준, 중요도 상관없이 단순 집계)로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 및 상환 부담 증가’(53.9%), ‘부동산 시장 침체’(48.7%), ‘금융기관 대출 부실화 및 우발채무 현실화, 대규모 자금인출 가능성’(43.4%)을, 대외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장기화’(28.9%) 등을 꼽았다.

응답자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를 상대적으로 발생 가능성과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모두 큰 요인으로 평가했다. ‘금융기관 대출 부실 및 우발채무 현실화, 대규모 자금인출 가능성’의 경우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 시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력은 큰 리스크 요인이라고 응답했다. 경상수지 적자 지속(31.6%)은 이번 조사에서 새로운 리스크로 지목됐다.

출처=한국은행

전문가들은 기업 부실 위험, 금융기관 대출 부실화, 국내 금융·외환 시장 변동성, 경상수지 적자, 부동산 시장 침체 등 가계 부채를 제외한 주요 리스크는 주로 단기(1년 이내)에, 가계부채와 관련된 리스크는 중기(1~3년)에 위험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단 2022년 하반기 조사에 비해 리스크 요인들의 발생 가능성 및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고 봤다.

SVB 파산발 '시스템 리스크' 공포 완화

단기에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지난해 하반기 조사 대비 크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단기 충격 발생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매우 높음’ 또는 ‘높음’으로 응답한 비중이 크게 하락(58.3%→36.8%)한 가운데, ‘낮음’ 또는 ‘매우 낮음’으로 응답한 비중은 큰 폭 상승(5.6%→27.7%)했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기(1~3년)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지난 조사 대비 소폭 하락했다.

한편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향후 3년간)는 지난해 하반기 조사 대비 다소 상승했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해 ‘매우 높음’ 또는 ‘높음’으로 응답한 비중(36.1%→42.0%)과 ‘보통’(51.4%→53.0%)으로 응답한 비중이 소폭 늘었다.

향후 취약성이 가장 부각될 것으로 판단되는 금융권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서베이 응답자가 저축은행, 상호금융, 중·소형 증권사, 캐피탈사 등 비은행업권을 지목했다. 해당 업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동산 PF 부실이 향후 주요 취약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출처=한국은행

국내 전문가들은 지난 3월 대규모 예금 인출(Bank run·뱅크런)으로 인한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이후 불거진 '시스템 리스크' 우려를 한숨 내려놓은 모습이다. 시스템 리스크란 개별 금융회사의 손실이 다른 금융회사의 손실로 전이되어 다수의 은행이 동시에 위기를 겪거나, 전이 공포로 은행들이 속속 거래를 중단하며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어 실물 경제가 휘청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난 3월 SVB 파산은 2007년 이후 미국 은행이 파산한 최초의 사례다. 이에 국내외 시장에서는 SVB 파산의 여파로 인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008년 당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의 부실에서 시작된 충격이 전 세계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은행 간 자금 시장에서 자금 조달 유동성(funding liquidity)이 고갈되며 금융 시스템 전반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 같은 시스템 리스크는 당시 실물 경제에도 심각한 손실을 초래했다.

하지만 이번 서베이에서 확인할 수 있듯, 국내 전문가들은 SVB 파산의 충격이 국내까지 도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와 SVB 간 직접적인 거래가 적으며, 간접적인 위험에 노출된 경우도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판단하에서다.

우리나라 금융 업계는 '갈라파고스화(세계 시장으로부터 고립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가 사실상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의미다.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으로 꼽히는 골드만삭스마저도 국내에서 은행 및 자산 운용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실제 벤처캐피탈(VC) 대부분은 정부 모태펀드, 은행 등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관련 위험을 정확히 측정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SVB와 직접 거래를 할 때는 장부가 공개될 경우 곧바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중간에 다른 금융기관이 끼어 있는 등 간접 거래가 발생한 경우에는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은행은 서베이에 의존해 간접 거래로 엮인 위험 노출도에 대한 시장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고, 해외 주요국들도 중앙은행이 파악하기 어려운 위험 노출에 대해서는 한국은행과 유사한 방식으로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활용하고 있다.

가계부채·부동산 리스크의 부각

이번 서베이에서 지목된 현 국내 금융 시스템 최대 리스크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침체였다. 단순응답수 기준으로 가계부채 리스크는 53.9%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으며, '부동산시장 침체' 응답률은 36.1%에서 48.7%로 상승하며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떠올랐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1년 이내에, 가계부채 리스크는 1~3년 이내에 현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출처=한국은행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 발맞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자, 국내 가계 부채는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5조원 감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저금리에 대출을 받아 부동산·주식 등에 쏟아붓는 이른바 '빚투', '영끌' 투자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관련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됐던 만큼,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져도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 및 상환 부담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제로 꼽히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우리나라는 주담대에서 변동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금리 인상에 유독 취약한 편이다. 이에 저소득층과 한계기업, 저금리 시기에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부채 부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6월 기준 월 소득의 40% 이상을 대출 상환에 사용하는 취약차주 비중은 전체 대출자의 18%에 달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 결과,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취약 차주 비중은 20.2%로 높아진다. 특히 주담대를 보유한 20대 취약차주 비중은 기존 27%에서 33.1%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 부실화로 민간 소비가 위축될 경우 실물경제도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될 수 있다. 가계대출 리스크가 여전히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한편 고금리로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동시에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며 문제가 한층 커졌다. 주택경기 침체기에는 거래 위축, 가격 하락, 가계 부실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금융 시장까지 위기가 번질 위험도 존재한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미래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고,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한 금융시스템 내 잠재 리스크의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더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 및 금리 정책을 운용하여 금융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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