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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지난달 우리나라 교역조건이 악화되며 25개월 연속 하락했다. 다만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됨에 따라 순상품교역조건지수의 하락폭이 줄어들면서 향후 국내 물가상승률이 더욱 안정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수출물량지수 및 금액지수 모두 연속 내림세
한국은행이 31일 공개한 '2023년 4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 4월 수출금액지수는 118.32(2015년 100 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16.0% 하락했다. 지난해 10월(-6.6%) 이후 7개월 연속 내림세로, 지난 3월(-13.7%)보다 낙폭이 더 컸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전자·광학기기(-38.8%), 석탄·석유제품(-27.3%) 등 국내 수출 주요 품목의 하락률이 높았던 반면, 운송장비(27.7%), 기계·장비(3.0%) 등의 지수는 상승했다.
수출 항목은 금액뿐 아니라 물량에서도 부진함을 나타냈다. 수출물량지수(116.57)는 지난 3월(-2.7%)에 이어 두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며 1년 전보다 3.2% 떨어진 수치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컴퓨터·전자·광학기기(-17.8%)와 섬유·가죽제품(-13.1%)의 물량 감소 폭이 컸고, 운송장비(25.2%) 등은 올랐다.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된 반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연속 하락
한편 4월 수입금액지수는 145.50으로 지난 1년 전보다 13.5% 내리면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기계 및 장비(21.6%), 운송 장비(19.4%) 등이 증가했으나, 석탄·석유제품(-40.6%)과 광산품(-24.5%) 등 에너지류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4월 수입물량지수도 120.22로 전년 동월 대비 0.9% 내렸다. 역시나 석탄·석유제품(-16.4%)과 제1차금속제품(-12.1%) 등이 하락을 주도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3.86으로 지난 1년 전보다 0.5% 하락하면서 2021년 4월 이후 25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로, 지난달 물건 하나를 수출 후 얻은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건이 0.83개라는 의미다.
가격 변동만 고려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의 단점을 보완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하락한 97.76을 기록했다. 다만 이 지수 또한 수출물량지수(-3.2%)와 순상품교역조건지수(-0.5%)가 모두 하락하면서 15개월 연속 하락을 면치 못했다.
주요국 고금리 기조 속 경기 침체 우려 상승, 향후 교역 조건 전망은?
지난해 전반적으로 교역 조건의 악화가 지속된 배경에는 러-우 전쟁, 주요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높았던 대내외적 요소들을 꼽을 수 있다. 다만 올해 들어 교역조건은 개선되고 있다. 실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5개월 연속 하락 중이지만, 하락폭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교역 조건 개선은 올해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해소와 더불어, 원유나 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됨에 따라 수입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 수출의 주요 품목인 반도체가 중국 경기회복 훈풍 속 업황 개선이 맞물린다면 전반적으로 제조업 수출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회복만을 기대하긴 어렵다. 미국 중앙은행이 이제까지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한 차례 추가 인상과 더불어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속된 고금리 기조로 경기 침체를 겪는다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연결된 우리 경제 역시 수출 경기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 등의 더 큰 위기를 겪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