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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역대급'인 日 최저임금 인상 릴레이, 생활고·물가 '두 마리 토끼' 잡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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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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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최근 들어 최저임금 인상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이 또다시 '역대급'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일본 중앙최저임금심의회(후생노동성 자문기구)는 지난 28일 2023년도 최저임금 평균 목표치를 전년 대비 4.3% 인상한 1,002엔(약 9,187원)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최대 인상폭(41엔)이다.

임금 인상 발표 이후 정계, 경영계, 노동계 등 일본 사회 각층의 희비가 교차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일본의 이 같은 행보가 일종의 '긴축'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결국 연이은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꾸준히 이어져 온 엔저 기조와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한 일본 정부의 작전이라는 것이다.

꾸준히 '최저임금 인상' 외쳐온 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노사정회의(3월), 기자회견(6월) 등에서 금년 내 최저임금 1,000엔(약 9,164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 증가, 일본 정부의 꾸준한 임금 인상 기조 등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이 1,000엔 이상인 지역은 8개까지 증가했으며, 지역별 임금 격차 역시 작년보다 소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및 전문가들은 이번 임금 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시다 총리는 "임금 인상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며 "중소기업 임금 인상 환경 정비를 위한 생산성 향상 지원 및 가격 전가 대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주요 전문가 등은 소비 심리 환기, 기업 신진대사 활성화 등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일본 경영계는 가파른 임금 인상에 불만을 드러내는 양상이다. 일본 상공회의소는 최근 이어진 원재료비 급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많은 만큼, 정부가 비용의 가격 전가 확대 및 생산성 향상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임금 너무 낮다' 日 청년층의 분노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의 표면적인 원인으로는 낮은 임금으로 인한 일본 청년층의 무력감이 지목된다. 지난 2월 가파른 물가 상승세 대비 낮은 임금으로 고충을 겪던 100여 명의 일본 청년들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도쿄 시부야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팻말을 든 채 시위에 나선 일본 청년들은 "비정규직으로 저임금을 받으며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고 있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등 생활고에 대해 호소했다.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의 전국 평균 최저임금은 961엔으로, 한화 약 8,646원에 그친다(7월 31일 환율 기준). 이는 올해 한국 최저임금인 9,620원 대비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이다. 실제 이번 최저임금 인상 이후에도 일본 노동연합은 불만을 거두지 못했다. 춘투(춘계생활투쟁, 일본에서 매년 봄부터 이뤄지는 노동 조건 협상) 결과가 사회 전체 임금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임금 인상폭이 물가 상승기 생활고를 해소하기에는 충분치 못하다는 평이다.

사진=Unsplash

최저임금 인상 릴레이는 '긴축'이다?

최근 일본의 최저임금 인상폭은 △2019년도 평균 27엔 △2021년 28엔 △ 2022년 31엔 △올해 41엔으로 줄줄이 '역대 최대' 수준을 경신해 왔다. 아베 정권 시절부터 일본 정부가 기업들에 세제 혜택을 필두로 임금 인상을 유도하면서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임금 인상 정책의 본질이 '긴축'이라는 평이 나온다.

최근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일본 정부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긴축 성향을 띠는 통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임금 인상 역시 이 같은 원만한 긴축 방안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실제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해 12월 참의원 연설에서 “내년 봄 노사 임금 협상에서 과거보다 높은 기본급 3% 인상이 이뤄지는지 주목하겠다”며 “임금 인상이 본격화되면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이며, 가계 소득이 개선돼 총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비둘기파에 속하는 노구치 아사히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위원 역시 지난해 4월 "일본은행이 초완화정책을 전환하려면 임금 인상률이 반드시 3% 가까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노력은 점차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연합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에 따르면 올해 주요 회사 노조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3.58%에 달했다. 올해 5월 일본 근로자들의 명목 소득도 전년 동월 대비 2.5% 증가했다. 일본 미즈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임금이 3% 이상 늘어나면 올해 일본의 개인 소비는 0.6%포인트, 국내총생산(GDP)은 0.4%포인트 증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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