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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커머스 및 콘텐츠 비중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광고 의존도를 줄이고 사업을 보다 다각화하기 위함이다. 업계에선 네이버에 대해 "아직 몸집에 비해 수익성 자체는 아쉽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네이버가 앞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강화시켜 나갈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네이버, 광고 비중 줄이고 사업 '다각화'
네이버의 2023년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네이버 서치 플랫폼(광고) 매출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30%대까지 줄었다. 네이버의 서치 플랫폼 매출 비중은 2020년도 상반기 54.42%에서 2021년 상반기 49.92%, 2022년 상반기 45.1%, 올해 상반기 37.6%로 꾸준히 줄었다. 반면 커머스 매출 비중은 2020년 상반기 20.05%에서 올해 상반기 26.4%로 약 6%p 늘었고, 콘텐츠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8.48%에서 17.70%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이 같은 변화로 네이버는 다양한 부문에서 균형 있는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몇 년간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광고 매출 비중을 줄이고자 했다. 이와 관련해 한 네이버 직원은 "약 3년 전부터 내부에서 광고 쪽보다 커머스 쪽에 리소스를 집중하는 분위기였다"며 "경영진이 광고에서 더 이상 큰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올 2분기 네이버의 서치 플랫폼 매출은 지난해 2분기 대비 0.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 셈이다. 같은 기간 검색 광고는 4.3% 증가했지만 디스플레이 광고가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네이버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를 구축, 배송을 강화하고 글로벌 C2C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해 커머스 매출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2020년 상반기 34.37%였던 서치플랫폼과 커머스 매출 비중 차이는 올해 상반기 11.2%까지 줄었다. 콘텐츠 부문도 지식재산권(IP) 매출이나 글로벌 거래액이 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서 인기를 얻은 K-영화, K-드라마 작품 다수의 원작이 웹툰이다. IT 업계가 네이버 콘텐츠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네이버·쿠팡 제외하면 전부 역성장할 것"
네이버 김남선 CFO는 지난해 "네이버와 쿠팡을 제외하면 전부 역성장할 것"이라며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실제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 성장세는 경기 침체기 속에 눈에 띨 정도다. 특히 브랜드 스토어와 크림, 예약 및 여행 카테고리의 성장세가 가시적이다. 브랜드 스토어의 2022년 2분기 거래액은 7,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성장했고, 한정판 마켓 크림의 경우 2022년 2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4배 증가한 3,5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예약 및 여행 카테고리 거래액은 약 1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배 성장했다.
네이버의 가장 큰 경쟁력은 '순환 구조'다. 검색, 거래, 결제, 적립까지 한 사이클 내에 가능하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이끌었다. 소비자들은 네이버에서 상품을 검색한 후 네이버페이로 상품을 결제할 수 있고, 이후 기본 포인트 1% 적립이나 멤버십 혜택을 통해 포인트를 추가 적립할 수 있다. 업계에선 멤버십, 스마트스토어가 네이버 핀테크, 커머스 부문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률은 날이 지날수록 낮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시점부터 성장률 하락은 더욱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다만 네이버 측은 자사의 커머스 사업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완련해 김 CFO는 "커머스 자체가 지난 2년간 비정상적으로 성장이 좋았던 것이지 경기 둔화 때문에 성장력이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현재 ▲배송 서비스 강화 ▲멤버십 재정비 ▲ 네이버 온오프라인 판매자 성장 지원 ▲커머스 기업 M&A(인수합병) ▲커뮤니티를 통한 커머스 확장 등 커머스 사업 확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등에 날개까지 달겠단 취지다.
콘텐츠 부문 강화하는 네이버, 해외시장도 '록온'
콘텐츠 부문도 네이버의 '효자'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네이버의 콘텐츠 부문 매출은 1조원을 돌파한 1조2,6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1.3% 늘어난 수치로, 연 매출 1조1,866억원을 올린 핀테크를 처음으로 역전했다. 특히 네이버의 콘텐츠 매출의 88%를 차지하는 건 다름 아닌 웹툰이다. 네이버웹툰은 국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웹툰 독자 중 87.4%가 네이버웹툰을 이용한다고 응답해 2위 카카오페이지(35%)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국내에서의 지배적인 지위를 발판 삼아 공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선 것도 매출 증대에 큰 도움이 됐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 세계 1위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6억 달러(약 8,047억원)에 인수하며 북미 사업을 강화한 바 있다. 이어 보유하고 있는 IP의 사업화를 위해 기존 웹툰과 왓패드 스튜디오를 합한 통합 스튜디오를 출범시켰다. 지난해엔 일본 최대 규모 전자책 사업자인 이북재팬을 인수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일본 서비스인 라인망가와 시너지를 창출했다. 한국, 일본, 동남아, 북미, 유럽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생태계를 완성하며 글로벌 웹툰 1위 플랫폼의 지위를 공고히 한 셈이다.
네이버의 유료 콘텐츠 구독 플랫폼 '프리미엄 콘텐츠'도 출시 1년 만에 10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루며 콘텐츠 부문 매출 성장에 한 축이 됐다. 프리미엄 콘텐츠는 유튜브의 채널 정기후원 기능 ‘멤버십’과 비슷한 창작자 수익모델로, 창작자가 자신의 채널에 글·그림·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발행하면 이용자는 월 2,900~1만9,900원의 구독료를 내고 원하는 채널을 구독하는 방식이다. 플랫폼 내 유사한 서비스인 블로그와 달리 재테크·부동산 등을 주제로 유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주로 창작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프리미엄 콘텐츠의 최대 특징이다. 특히 네이버는 국내 최대 규모로 성장한 오픈마켓 ‘스마트스토어’의 판매자 지원 시스템을 프리미엄 콘텐츠에도 도입해 콘텐츠 편집·결제·정산·마케팅·메신저 등 기술적 지원을 제공 중이다.
최근 광고 업황의 비수기와 역기저 부담이 이어졌음에도 네이버는 검색을 중심으로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커머스, 콘텐츠 부문 등 비즈니스 다각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네이버는 앞으로도 콘텐츠 부문에서 해외사업 수익화를 강화해 적자 감소에 주력할 계획이다. IP 활용도 더욱 강화한다. 네이버는 올해 북미 시장에서 웹소설 6편 이상을 웹툰으로 만들기로 했다. '로어 올림푸스' 등 현지 인기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아직 전체 몸집에 비해 수익성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나, 앞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