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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천재소년 백강현의 우울 ③ 영재교육=특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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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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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강현군 아버지 백씨가 공개한 서울과학고등학교 선배맘의 이메일/출처=백강현 유튜브 캡처

이번 백강현군의 사례는 발달에 차이가 있는 아동에게 적절한 돌봄을 제공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와 맞닿아 있다. 백군은 인지 능력은 뛰어나지만 정서적 성숙도, 사회성, 근력, 인내심은 또래 친구들과 비슷한 수준일 터다. 따라서 백군에게 적절한 교육은 단순 월반이 아니다. 특수교육 대상자로써 대했어야 맞다. 최근 논란이 있었던 주호민 작가의 자녀교육 문제와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영재' 아동의 정의와 한국 과학 영재학교의 딜레마

교육은 근본적으로 배움의 장이다. 상호작용과 사회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미적분 공부를 하고자 하는 아이에게 내내 사칙연산만 시키고 있으면 그것 또한 아이에게 있어 괴로운 일이다. 당장 평균적인 수준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어도 공교육 정규 수업이 무척 지루하게 느껴지는데, 진짜 영재들의 입장에서 듣는 평범한 수업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영재'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1978년 미국 교육부는 영재를 지능, 창의성, 학업 기술, 리더십 또는 예술과 같은 분야에서 잠재적 성취를 보이거나 잠재적 성취를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한국의 영재교육진흥법에서는 영재에 대해 타고난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해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국의 영재교육학 교수인 렌줄리는 영재란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놀라울 정도로 집중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활용한다고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상위 2~3%에 속하는 아이들은 영재아동(gifted child)이라고 하고, 하위 2~3%에 속하는 아이들은 특수아동(special child)이라고 한다. 어느 쪽이든 정규분포의 평균인 정상에서 현저하게 벗어난 아이들을 위한 특별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은 명확하다.

한국은 송유근씨의 등장 이래로 영재학교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특히 최고 수준의 과학 기술 전문가를 양성하는 영재학교에 힘을 실어 왔다. 모든 과학영재학교는 '과학고등학교'가 붙어 있지만 과학고등학교가 아니다. 원래 과학고등학교였지만, 영재학교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명칭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적, 문화적 이유로 인해 영재 교육과정으로 전환한 후에도 일부 학교는 교명을 변경하지 않고 초기 교명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우선순위

현행 과학고등학교는 학점 기반의 무학년제 교육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영재교육진흥법'의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과학고는 연령에 따른 입학 및 졸업에 있어 유연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백강현 군과 같은 특별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기관인 것이다. 하지만 영재교육기관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유명 입시기관으로 운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왜일까.

안타깝게도, 영재들은 재능이 뛰어나니 알아서 잘해 낼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다. 영재를 교육시키겠다는 본질을 잊고 입시에만 눈이 멀었으니 과학고등학교가 집중적인 학원 교육으로 형성된 '선행 학습자'를 수용할 뿐, 백강현 군과 같은 진정한 영재를 교육시키기엔 본질을 잊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특별한 아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런데 그 아이의 학습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 하나로 별다른 대책 없이 상급학교에 떡하니 진학만 시켜놨으니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6살에 미적분을 풀 수 있다고 한들 학습능력을 제외하고는 그냥 아이에 불과한 만큼, 연령에 따른 발달 과정을 케어해 줄 별도의 코스가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영재학교의 본질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백군 사태의 책임은 부모나 교육 기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학폭 가해자들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현 사태가 총체적인 사회적 문제라는 의미다. 전인적 발달보다는 ‘천재소년’이라는 흥미로운 어감에 취해있을 뿐으로 송유근 사태에서 한치도 나아간 바가 없다. 소년의 천재성은 찬양하지만 균형 잡힌 교육을 받을 아동의 기본적 권리는 소홀히 여기는 우리 사회의 근시안적 시각이 여전한 현실이다.

6살 송유근/사진=KBS 캡처

송유근 사태 반복돼서는 안 돼

백강현 이전에 송유근이 있었다. 올해 25세인 송유근씨가 만 6세였던 2004년, 당시 국내 언론들은 미적분을 풀고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영어 연설을 암기하는 신동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같은 해 정보처리기사 시험에서 최연소 합격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영재지원계획 보고서까지 작성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2005년 KBS ‘인간극장’ 등 방송사들은 미적분 푸는 장면, 물리학 원서를 공부하는 장면 등을 내보내며 본격적인 ‘천재소년 만들기’에 돌입했다. 오명 당시 과기부 장관은 유근군을 초대해 전문가로 구성된 유근군 전담지원팀마저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유근군은 입학 3개월 만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만 7세에 최연소로 고입과 대입 검정고시까지 합격했다. 이후 인하대에 입학하며 최연소 대학생이 됐지만 10세의 나이로 대학 2학년을 마치고 돌연 자퇴했다. 백강현군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결국 송유근은 학점은행제도를 통해 전자계산학과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과학기술연합대학원(UST)에 입학해 7년을 보냈지만 성과를 보이지 못하다 논문 표절 사태로 UST에서 제적 처분을 받았다. 이에 진행하던 석박사 학위도 무산됐다. 현재 송유근씨가 보유한 학위라고는 학점은행제 학위 하나다. 그러나 학점은행제는 제대로 된 대학 졸업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송유근씨와 동갑인 97년생과 비교해 봐도 커리어가 결코 앞섰다고 볼 수 없다. 송유근씨는 자신의 동년배들이 상당수 가지고 있는 대학 졸업장도 없는 셈으로 사실상 이룬 것이 하나도 없다. 그가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커리어를 밟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아무도 확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백강현군을 제2의 송유근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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