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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후폭풍] 소셜미디어로부터 촉발된 SVB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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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미국 은행 파산 현황/사진=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지난 3월 전 세계 금융시장을 긴장하게 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뱅크런 사태가 트위터로 인해 촉발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SNS)로부터 시작된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는 은행권의 플래시 크래쉬(flash crash, 순간 폭락)를 유발하면서 SVB를 파산으로 몰고 갔고, 유럽의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이치방크 등 대형 은행들까지 위기설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트윗이 SVB 뱅크런 악화

SVB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90억 달러(약 273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중견은행으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은행이었다. 그러다 뱅크런 당시 SVB는 보유자산 중 51%가 미국 국채와 기관채로 구성돼 금리 상승으로 인한 보유 채권의 손실이 발생했고 유명한 벤처 투자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SVB로부터 자금을 인출하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트위터를 통해 시작된 위기론이 초고속으로 확산되자 고객들은 하루 만에 420억 달러(약 55조원)를 인출했고, 결국 SVB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이 등장한 이후 소셜미디어는 금융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바꾸며 변동을 촉발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소셜미디어로 촉발된 SVB의 파산은 종전 금융위기의 공식을 바꿔놨다. 국채 매각 손실이 알려진 후 고객들이 앞다퉈 스마트폰으로 예금을 인출하면서 지난 40년에 걸쳐 글로벌 스타트업 금융기관으로 성장해 온 SVB는 36시간만에 파산했다. 미국과 유럽의 5개 대학 교수가 참여한 논문에서는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트윗이 SVB의 뱅크런을 악화시켰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셜미디어가 활성화되기 전에는 투자자나 고객들이 위기에 처한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보내야 했다. 이러한 방식은 최대 몇 주가 소요됐기 때문에 당시에는 뱅크런이 발생하더라도 지금처럼 급속하거나 치명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소셜미디어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동시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데다, 위기를 감지한 이들은 몇 번의 클릭만으로 즉각적으로 예금을 인출할 수 있게 됐다.

미 금융당국 대처도 응급조치에 불과

FDIC, 연방준비제도(Fed) 등 미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잘못된 투자 결정과 그로 인한 손실을 상시 모니터링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플래시 크러쉬와 같은 급격한 변화가 발생할 때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당국은 사태가 사전 예방보다는 발생한 이후 더 이상의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도록 파산에 직면한 은행이나 동일한 투자 패턴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은행을 인수하는 사후조치를 취하게 된다. 은행이 파산하게 되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같은 소규모 회사 뿐만 아니라 급여 대금 지출 등 기본적인 금용업무를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고객들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발생한 미국 은행들의 뱅크런 사태는 오래된 대형 은행이라 할지라도 단기 예금을 받아 국채, 부동산 등 장기적인 투자처에 투입하는 의사결정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은행이 보유한 자금의 유동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 반면, 은행 시스템은 대중들이 온라인상에 유통되는 정보와 그 정보의 오류들에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할지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뱅크런에 대비해 즉시 인출할 수 없도록 예금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당국은 파산한 은행을 보호하기보다는 거시 경제와 일반 투자자, 개인 고객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현재 은행 시스템에는 장기채 매입 제한, 대출 건전성 강화 등 유동성의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복잡한 규정과 정책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SVB의 뱅크런 사태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런 만큼 소셜미디어로부터 촉발된 위기감이 뱅크런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의 불안정한 흐름을 포착할 수 있도록 은행권에 대한 모니터링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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