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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장기화에 흔들리는 중국 PE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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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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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모펀드 시장(Private Equity, PE)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최근 미국이 대중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투자를 위축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중 갈등 장기화에 중국 시장 불확실성 확대

지난 9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3개 분야에 대해 미국의 사모펀드(PE), 벤처캐피털(VC) 등의 투자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미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미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중국의 첨단기술 개발에 자금이 유입되지 않도록 규제를 더욱 강화했다. 아시아의 PE들에게 중국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지만 최근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예전만큼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지 않게 됐다.

10년 전 신흥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새로운 기회가 많은 유망한 시장이었고 PE 투자자들은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부유해진 14억 명의 인구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은 서구 선진국들과의 경쟁관계를 형성하면서 상호 불신을 조장해 이제는 투자환경의 불확실성, 불안전성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 PE 자금조달 현황(2023.8.15 기준)/ 출처=PitchBook Data

중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실제 중국의 PE 자금이 크게 감소했다. 피치북 데이터(PitchBook Data)에 따르면 올해 8월 15일까지 중국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완료된 PE는 모두 9건으로 총 27억 달러(약 3,632억원)를 모으는 데 그쳤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PE의 자금 조달 실적은 최근 10년 중 가장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도 타격을 입었다. 중국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한 49억 달러(약 6,578억원)로 집계됐다.

외자 유입 제한 등 중국의 폐쇄적 구조도 영향

중국 시장의 투자 감소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미국의 수출규제의 영향도 있지만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요인들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중국 정부는 특정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네커티브 리스트(negative list) 제도를 도입했다. 같은 해 중국은 상당히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추진한 데 이어 기술 분야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했다.

일례로 중국 규제당국은 마윈(Jack Ma)이 설립한 알리바바그룹의 계열사이자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Alipay)의 운영사인 앤트그룹(Ant Group)의 상장을 무산시켰다. 예정된 기업공개(IPO)가 취소된 후 규제당국이 앤트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을 취하는 사이 기업가치는 3,150억 달러(약 423조원)에서 75%나 급락했다. 이로 인해 1,500억 달러(약 201조원) 규모의 펀드레이징을 통해 앤트그룹에 투자했던 워버그핀커스(Warburg Pincus), 칼라일(Carlyle) 등 글로벌 VC들은 제때 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들도 정부의 규제로 인해 미국이나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할 기회가 제한되면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경로가 차단됐다.

최근 강화된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 이전에도 투자자들은 중국 투자에 대해 재고해 왔으며 실제 중국 사업을 정리한 사례도 있다. 지난 6월 세계 최대 VC인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은 IT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와 미중 갈등 장기화의 여파로 중국 사업을 분리하기로 했다. 그동안 세쿼이아는 중국 법인의 수익을 그룹과 공유하는 대신 브랜드와 중앙집중식 백오피스를 지원해 왔지만 늦어도 내년 3월부터는 중국 사업을 완전히 독립적인 파트너십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지난 18년간 중국 기술 기업에 공들여 온 투자 제휴를 사실상 종료한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세쿼이아뿐만 아니라 미국의 연금 기금 등도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규제 강화가 대중국 투자를 감소시키거나 무산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미중 갈등을 단순히 양국 간 정치나 외교의 문제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이 해체되는 계기로 보기도 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가 중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아시아 시장에 영항을 미치면서 최근 투자자들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와 인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 투입된 VC 투자 규모는 총 630억 달러(약 81조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약 48%가 동남아시아와 인도에 투입됐다. 올해 8월 기준 두 지역의 PE 거래 건수는 130건, 거래액은 194억 달러(약 26조원)로 지난해 실적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미와 유럽의 글로벌 대형 투자사가 동남아시아와 인도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 PE 시장, 외자 감소에도 성장 가능성 높아

외국인 투자자가 철수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PE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 정부의 산업인도기금(Industrial Guidance Fund, IGF)에 대한 PE의 참여가 최근 몇년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IGF는 중국의 산업정책에 따라 특정 부문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기관과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만든 펀드로 중국의 투자회사 제로투아이피오 리서치(Zero2IPO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운용 중이거나 설립을 추진 중인 IGF는 총 2,107개로 총 8,960억 달러(약 1,204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최근 중국 시장에 진출한 투자사들 대부분이 위안화로 자금을 조달하는 추세다. 중국 내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이 용이해지면서 다양한 산업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기관 투자자로부터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면서 다양한 산업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3월 워버그핀커스는 4억3,000만 달러(약 5,760억원) 규모의 위안화 펀드를 조성했고 4월에는 콜러캐피탈(Coller Captal)이 지자체의 후원을 받아 2억700만 달러(약 2,770억원) 규모의 위안화 펀드를 모았다.

투자자들은 중국이 여전히 아시아 최대의 경제 강국임을 강조하면서 기술에 대한 통제나 정치적 위험을 내포하지 않는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중국 상해를 기반으로 명품 산업을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둔 루나캐피탈(Lunar Capital)의 창립자인 데릭 숄거(Derek Sulger)는 "중국을 둘러싼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소비력은 여전히 강력하다"며 "특히 중국 시장의 소비력은 단지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해 중국 정부도 IPO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희망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 들어 리오프닝 효과가 사실상 소멸되면서 중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 중국의 상황을 더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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