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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및 'SOS' 요청에 부응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통해 중국 노동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단 의지를 밝혔다. 다만 해당 규제 기간 동안 대부분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사업 중심축이 '모험'에서 '안전 제일'로 전환돼 대규모 채용에는 인색한 입장인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조치가 일시적이며 현재 침체된 노동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키진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 "신규 채용으로 중국 노동 시장 활기 불어넣겠다"
19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알리바바의 6개 사업 단위 중 이커머스 플랫폼인 타오톈(타오바오·티몰)이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신규 졸업생 2,000여 명을 고용한다는 채용 공고를 발표했다. 모집 분야는 디자인, 엔지니어링, 데이터, 알고리즘 등이며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를 포함해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난징 본부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같은 날 중국 IT 복합 기업 텐센트도 국내외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산업 인터넷, 로보틱스 등 각종 분야에 대한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일각에선 연간 1만 명 이상을 채용하던 과거와는 달리 빅테크 기업들의 인력 채용 규모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들 기업의 신규 채용 소식은 중국 경제 둔화 속 지난 6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21.3%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 당국이 그간 빅테크 기업에 가해졌던 단속을 완화하고 이들에게 도움 요청의 손을 내밀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 7월은 대학 및 직업학교 등에서 신규 졸업생이 대거 배출돼 실업률이 뛰어오르는데, 특히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인 1,158만 명의 대졸자가 취업 시장에 가세할 것으로 분석돼 청년 실업률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높은 청년 실업률에 중국 인바운드 투자가 빠질 것을 우려해 7월 청년 실업률 발표를 돌연 중단하기도 했다.
한편 부동산 침체로 인해 중국의 장기 경기 침체 그림자가 크게 드리운 것도 중국 당국의 빅테크 'SOS' 요청의 발단으로 꼽힌다. 지난 9일 중국 메이저 부동산 개발회사 컨트리가든이 쏘아 올린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중국 금융권을 넘어 실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되자, 이를 염려한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들이 추가 고용을 통해 경제 부양에 일조하도록 부탁했다는 설명이다.
다급해지자 중국 빅테크 '달래기'에 나선 중국 정부
시진핑 정부의 빅테크 기업 규제는 2020년 10월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이 금융 당국의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당시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 그룹의 금융자회사인 앤트그룹 상장에 제동을 건 데 이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28억 달러(약 3조7,433억원)에 달하는 과징금까지 부과했다. 또 규제 당국의 반대에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에 대해서는 지난해 7월 사이버보안법을 위반했다는 명목으로 80억2,600만 위안(약 1조5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빅테크 기업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에 나섰다.
그런데 올해 초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2년 넘게 이어졌던 빅테크 기업 규제가 점차 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대대적인 빅테크 '때리기'로 인해 수익이 급격히 악화한 기업들이 대대적인 인력 감원에 나서면서 중국 실물 결제 전반에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이같은 배경으로 인해 작년 시진핑 중국인민공화국 주석이 주재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선 민간경제 지원 및 민간기업 이익·재산권 보호를 보장하며 규제의 칼날을 거둬들였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지난 3월엔 차오수민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부주임이 "올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산업 생태계 조성 및 플랫폼 산업 발전에 전폭 지원하겠다"며 "특히 개혁개방 정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간 기업 및 기업인에 대한 명예훼손을 엄중 처벌하는 것은 물론, 기업 규제를 대폭 완화해 민간 기업인 구금이나 기소를 가급적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당국 차원에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신호를 발산하고, 규제에 따른 시장 불안 불식과 신뢰 복원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 전문가 A씨는 "중국의 최근 이같은 행보는 과거 '제로코로나' 정책과 빅테크 규제까지 맞물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목표치인 5.5%를 훨씬 밑도는 3.0%에 그친 데다 경제 회복이 더뎠던 배경이 깔려있다"며 "중국 당국이 빅테크 규제 완화를 통해 내수 경제 활성화를 및 현재 자국을 빠져나가는 자금을 틀어막고 나아가 경제난을 타개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혹한기 살아남기에 돌입한 중국 빅테크 기업들, 실질적인 고용 지표 개선에 도움 줄 수 있을지는 의문
이처럼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자국 정부의 규제 압박에서 벗어난 가운데, 전문가들은 해당 규제 기간 동안 사회주의 체제에 적응하게 된 빅테크 기업들이 사실상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경기 침체 및 미·중 갈등으로 자본이 부족해진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모험은 피하고 수익성 위주로 사업의 노선을 수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니엘 장 알리바바 CEO가 지난해 11월 "알리바바는 중국 정부의 장기 전략에 발맞춰 경제 사회적 환경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시장에선 모험을 주저치 않고 당찬 포부로 사업에 뛰어들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행보라는 평을 내놓는다.
아울러 중국판 넷플릭스인 아이치이(IQiyi) 및 틱톡의 라이벌인 카이슈(Kauishou)는 신규 컨텐츠 개발이나 유저를 위한 투자를 자제하고 이윤 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량 루보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 CEO는 지난해 12월 "효율을 극대화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에 자본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빅테크 기업 수장들의 이같은 안전·생존형 사업 방향은 올 2분기 중국 기업들의 영업 실적 발표에서 '표면적으로는' 개선된 성적표로 효과를 드러냈다. 일례로 알리바바의 지난 2분기 순이익은 343억 위안(약 6조2,8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고, 매출은 2,342억 위안(약 42조9,359억원)으로 동 기간 14% 증가했다. 이 밖에 중국의 대표적인 빅테크로 꼽히는 텐센트, 징둥닷컴 등도 2분기 양호한 실적을 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들이 공통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한 방법이 사업 성공이 아닌, 노동 인력 및 연구 개발 비용(R&D) 감축을 통해 이뤄졌다고 분석한다. 실제 알리바바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직원 1만7,000명 이상을 해고했고, 텐센트 역시 1년간 직원 6,000명을 줄인 바 있다.
중국 빅테크 기업의 영업실적 개선이 본질적인 사업 성장이 아닌 '허리띠 졸라매기'에서 비롯된 만큼, 일각에선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고용 창출을 통해 경기 부양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제대로 들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쏟아지는 실업자들까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현재 중국 빅테크 기업들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