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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반 웹툰 제작 엔진 '투툰'의 개발사인 오노마AI가 마크앤컴퍼니, 케나즈, 슈프리마로부터 프리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1일 밝혔다. 투자금은 비공개다. 오노마AI는 이번 투자금을 인재 채용 및 프로덕트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해서 '꽃길'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차후 오노마AI 성장의 관건은 국내 웹툰 업계 전반에서 드러나는 'AI 반대' 풍조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웹툰 시장 내에서는 AI 활용 작품에 대한 거부감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독자들은 AI를 활용한 웹툰 작품에 최하 평가를 매기며 비판의 뜻을 드러냈으며, 아마추어 웹툰 작가 플랫폼 내에서는 'AI 웹툰 보이콧' 운동이 일기도 했다.
문장만 입력하면 '웹툰'이 나온다?
오노마AI의 '투툰'은 명령어에 따라 웹툰 캐릭터, 옷·배경 이미지, 콘티 등을 생성해 주는 AI 서비스다. 이용자가 특정 상황 및 인물을 묘사한 명령어를 입력하면 해당 문장을 웹툰 스토리보드에 최적화된 형태로 변환하고, 투툰 엔진에서 콘티 형식의 이미지를 생성해 비디오 형태의 결과물을 제공한다. 자세한 문장을 입력할수록 결과물 역시 정확해진다. 웹툰 작가들이 많은 노력을 쏟는 웹툰 배경도 순식간에 생성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오노마AI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아이콘 자동 생성 서비스 '아이코노키'를 운영하고 있다. 100만 개의 아이콘 데이터를 훈련한 인공지능 모델을 이용해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에 대한 아이콘을 자동 생성해 주는 서비스다. 단어뿐만 아니라 길고 구체적인 문장에 대한 아이콘 생성 역시 가능하며, 한국어 외에도 영어를 포함한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내에서 생성된 아이콘을 회전하거나, 스타일과 테마를 적용해 아이콘을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
'AI 반대' 거센 국내 웹툰 시장
문제는 국내 콘텐츠 업계가 AI 활용에 반감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오노마AI의 주요 시장이 될 한국 웹툰 시장은 업계 최전선에서 ‘생성AI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웹툰 독자들도 작가의 AI 활용에 대한 반감을 끊임없이 표출하고 있다. AI를 활용하는 작가가 마우스를 딸깍(클릭)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그림을 그린다는 이유로 ‘딸깍이’라는 멸칭을 붙이기도 한다.
지난 5월 네이버 웹툰 연재작인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의 작가가 AI를 작화 일부에 활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당시 독자들은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낮게 주는 ‘별점 테러’로 AI 작품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는 한 웹소설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표지 일러스트를 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는 일부 일러스트 작가까지 '반AI 연합'에 합류했다.
지난 6월에는 네이버 웹툰 아마추어 작가 플랫폼에서 ‘AI 웹툰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마추어 작가들은 “AI가 만들어 낸 그림은 단 한 장도 저작권에서 안전하지 않다”, “도둑질로 만든 AI 웹툰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대거 등록했다. 네이버 웹툰 이용약관 16조 2항을 근거로 네이버 웹툰에 올라간 작품들이 AI 학습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조항은 작가가 올린 웹툰 작품은 네이버 웹툰 및 네이버 서비스를 위한 연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네이버 웹툰 측은 “도전만화, 베스트도전, 공모전 출품작을 자사 AI 학습에 전혀 활용하지 않았고 활용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AI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자 네이버 웹툰, 카카오웹툰과 같은 인기 웹툰 플랫폼들은 줄줄이 공모전에 생성 AI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미흡한 AI 창작물 저작권 정의
수많은 반대에도 웹툰 업계가 AI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노동 절감'을 위해서다. 웹툰 작가 노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의 일평균 노동시간은 9.9시간, 마감 전날에는 11.8시간에 달한다. 과로로 인해 건강 문제를 겪는 경우도 빈번하다. 실제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장성락 작가는 37세에 건강 악화로 사망했다. AI 활용에 찬성하는 이들은 AI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산성을 제고하고, 작가의 노동 부담을 덜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효율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AI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AI를 활용하면 적은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작품을 제작할 수 있어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AI는 짧은 시간 내로 수없이 많은 콘티를 생성할 수 있으며, 작가는 이 중 더 나은 것을 골라 다듬기만 하면 된다. 결국 같은 콘텐츠 창작자들 사이에서도 AI 활용에 대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셈이다.
AI 작품에 대한 논란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AI가 창작한 작품의 가치 및 저작권 관련 논의는 아직 지지부진하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 저작자를 '저작물을 창작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상으로는 AI 작품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는 셈이다. 다만 사람이 AI 생성물을 '활용'할 경우 일부 저작권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인간의 창작 과정 개입 정도에 따른 새로운 저작권 기준이 시급히 정립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