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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수출의 탑 들어 올린 현대차·기아
고부가가치 차종으로 수출액 극대화
품목·교역국 ‘수출 다변화’는 산업계 과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역대 최대의 수출 실적을 올리며 ‘수출의 탑’을 각각 수상했다. 전 세계적 경기 침체를 비롯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적극 개척해 대규모 수출 실적을 기록한 두 회사는 이로써 국가 경제에 기여했다는 노력을 인정받게 됐다.
전기차로 글로벌 공략, 30% 수출 증가 성과로 이어져
현대차와 기아는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60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각각 ‘300억 불 수출의 탑’과 ‘200억 불 수출의 탑’ 트로피를 받아 들었다. 이날 수상한 1,700여 기업 중 나란히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이번 수상은 현대차가 200억 불 수출의 탑, 기아가 150억 불 수출의 탑을 받은 2012년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수출의 탑은 매년 12월 5일 무역의 날을 전후로 열리는 기념행사에서 수출의 확대 및 질적 고도화, 해외시장 개척, 일자리 창출 등에 공헌한 유공자 및 유공기업에 대해 정부가 수여하는 상으로, 수출 규모 산정의 기준이 되는 날짜는 전년도 7월 1일부터 당해 연도 6월 30일까지다.
현대차는 이 기간 310억 달러(약 40조843억원)로 전년(239억 달러-약 31조6,794억원) 대비 29.6% 증가한 수출 실적(한국무역협회 전산 기준+로컬 등 기타 수출실적 포함)을 기록했으며, 기아는 235억 달러(약 31조1,398억)로 전년(180억 달러-약 23조8,518억원)보다 30.7% 높은 수출액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고부가가치 차종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이 수출 호조로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5, EV6 등 모델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수출 증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수출은 2020년 11만9,569대에서 지난해 21만8,241대로 불과 2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두 회사는 친환경 및 전동화 전환에 따른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생산 능력 증대를 위해 적극 노력 중이라며 수출 추가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11월 울산 공장 내에 연 20만 대 생산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하는 데 착수했으며, 기아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오토랜드에 지난 4월부터 연 1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이 한창이다. 나아가 기아는 현재 가동 중인 광명 공장의 일부 라인도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하며 전기차 생산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두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제품 라인업 확대와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한 결과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힘써 지속적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외 환경 변화 취약한 수출 구조, 품목 다변화 시급
산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국내 경제에 기여한 사실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오랜 시간 자동차를 비롯한 소수의 품목이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특정 품목 및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을 경우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한 수출 충격 또한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인 한국의 수출 품목 집중도는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한국무역협회 통계와 국제연합(UN)의 국제무역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올해 4월 발표된 해당 조사에서 한국의 최근 3개년 평균 수출 품목 집중도는 779.3포인트(p)로 세계 10대 수출국 평균인 548.1p를 크게 상회하며 가장 높은 집중도를 보였다.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품목으로는 전기장치·기기(20.2%), 자동차(10.5%) 등이 꼽혔다.
이에 수출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서는 특정 품목이나 국가에 편중된 수출구조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 “적극적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과 함께, 연구개발(R&D) 등 다양한 민간 혁신 지원 확대를 통해 경쟁력 있는 품목을 다양하게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