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은행
  • 가계대출 증가폭 꺾였지만 집값 안정은 아직, 은행들 대출 문턱 더 높인다
가계대출 증가폭 꺾였지만 집값 안정은 아직, 은행들 대출 문턱 더 높인다
Picture

Member for

9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가계대출 증가 7월 2조, 전달 대비 67% 감소
6·27 규제 조치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8월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 다시 커져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여섯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상승폭은 전달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29개월째 오름세에도 증가폭이 대폭 줄었다. 다만 금융당국은 정부의 6·27 가계대출 관리 대책이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아직 추세적 안정세 판단은 이르다고 풀이했다. 여전히 서울 등 주요 지역 주택 가격 상승률이 높은 데다 금융여건 완화 기대감 등 불안 요인이 산재한 만큼 추세적 안정까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 6월 6.2조원→ 7월 2.8조원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7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2조2,000억원 늘어났다. 6월 6조5,000억원 증가와 비교하면 67%가량 줄어든 셈이다. 업권별로는 은행권 대출은 2조8,000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 제한 등 직격탄을 맞은 2금융권은 6,000억원가량 잔액이 줄어들었다. 은행권을 더 세부적으로 보면 5대 은행이 4조1,386억원 늘었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 시장이 과열돼 거래가 늘고, 보통 두어 달 간격을 두고 잔금을 치르기 때문에 4~6월 주택 거래가 7월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대형 은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폭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6·27 대출 규제 영향이 바로 나타나는 신용대출 등이 줄며 전체 대출액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난달 1일부터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실제로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6월엔 전월 대비 3,000억원 증가했지만, 지난달엔 1조9,000억원 감소했다.

금융당국 "추세적 안정 판단 일러"

그러나 금융권도, 금융당국도 대출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언제든 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달 1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조3,276억원 늘어났다. 영업일당 1,700억원 정도가 늘어난 것인데, 이 추세대로면 8월 가계대출은 3조3,2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8월은 가을철 이사와 휴가철 자금 수요가 몰려 연간 대출 증가폭이 가장 큰 달이라 이전에 신청했던 주담대 등이 월말에 실행되면 숫자가 갑자기 늘어날 수 있다.

게다가 6월에도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가계부채 관련 경계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6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만3,000호, 서울은 10만9,000호로 각각 전월 4만5,000호, 7만4,000호에 비해 크게 늘었다. 주택거래량은 통상 가계대출을 선행한다. 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0.14%로 전주 0.12% 대비 상승폭이 재차 확대됐다. 6.27 대출 규제로 잠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조짐이었으나 6주 만에 상승폭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대책이 시행된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가 추세적으로 갈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계약 후 실제 대출 실행까지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6·27 규제 효과로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시점은 올해 9월 이후”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신중론은 13일 금융위원회가 주재한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도 확인됐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국토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 은행연합회, 5대 은행,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중앙회 등이 참석했다. 당국은 "7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안정된 것은 사실이나 8월은 통상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는 시기"라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안정화될 때까지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필요시 규제지역 담보안정비율(LTV) 추가 강화, 주담대 위험가중치 조정 등 조치를 즉각적이고 선제적으로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책금융, 부동산 시장 안정 위협

정부가 가계 부채 억제를 위한 강도 높은 조치를 시행하는 배경에는 우리나라 주택 정책금융(정책 모기지, 전세자금대출 등)의 급격한 팽창이 자리하고 있다. 한은의 ‘우리나라 주택 정책금융 현황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받는 주택 정책금융 잔액은 2024년 말 기준 정책대출 315조6,000억원, 공적 보증 598조800억원에 달한다. 2015년 말 대비 정책대출 잔액만 200조원 이상 불어난 수준이다. 가계 신용에서 정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9.0%에서 16.4%로 급등했다. 주담대 중 정책 모기지 비중은 28%까지 확대되며 가계 부채의 4분의 1 이상을 정책금융이 차지하게 됐다.

그간 정책금융은 서민 주거 안정을 돕고 고정금리, 분할 상환 대출을 늘리는 등 가계 부채 구조 개선에 기여해 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 그 규모와 범위가 커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은 또한 “정책대출이 DSR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정책대출 비중 증가는 가계 부채 관리에 어려움을 주고, 과도한 정책금융 공급은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책금융의 혜택과 위험이 부각되는 시점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정책대출 상품과 지원 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한 결과, 정책대출 잔액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한은에 따르면 2018~2019년 전세 자금 정책대출, 보증 공급이 많이 늘어난 여파로 2020~2021년 전셋값이 급등했고, 2023년에는 주택 구입용 정책대출 공급 증가가 주택 매매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금융이 되레 주택 가격 불안을 가중하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6·27 규제의 핵심인 갭투자 문제와 정책금융 연계는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갭 투자가 성행할 수 있었던 데는 정책금융의 구조적 허점도 한몫했기 때문이다. 우선 일부 상품에 실거주 의무가 없었던 탓에 무주택자가 집을 사도 직접 거주하지 않고 기존 세입자를 둔 채로 저리 정책대출을 이용하는 일이 가능했다. 예컨대 디딤돌대출의 경우 대출 후 1개월 내 전입하도록 규정돼 있었으나, 보금자리론에는 전입 의무가 없다.

세입자 측면에서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등이 전세 대출의 90%를 보증해 주다 보니 은행이 큰 위험 부담 없이 세입자에게 대출해 줄 수 있었다. 그 결과 시중 유동성이 전셋값으로 쏠려 전셋값이 뛰고, 높아진 전셋값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더 확산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일부 악성 임대인은 수십 채의 집을 갭투자로 돌려가며 사들이다가 가격 하락 시 전셋값을 돌려주지 못하는 전세사기 사태를 빚기도 했다. 정책금융의 선의가 투기적 수요에 이용돼 시장 안정뿐 아니라 세입자 피해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Picture

Member for

9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