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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근절' 선언한 정부, 중대재해 기업에 초고액 과징금 등 행·재정적 제재 강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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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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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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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상습적 산재 시 징벌적 손해배상 검토
정부가 직접 경제적 책임 묻도록 산안법 개정
2030년까지 산재 사망자 만인율 0.29명 감축

잇따른 산재 사망 사고에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초고액 과징금 등 강력한 경제적 제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관련 규정이 이미 마련돼 있지만, 실효성과 적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엄벌주의와 획일적 규제를 내세우기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의 협력과 사전 예방을 위한 시스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대법 시행 이후 실형 선고 사례는 1건에 불과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를 낸 기업에 초고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에 대한 과태료·과징금 강화 등 경제적 제재를 검토 중”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됐지만, 실제 실형 선고 사례는 1건에 불과하고 형사 처벌인 만큼 수사와 판결에 장기간이 소요돼 행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다”고 전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도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사안인 만큼 당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을 중심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최근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관련해 "똑같은 사고가 상습적·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주문한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은 이미 '중대재해처벌법'에 반영돼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15조'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해 피해자가 있는 경우,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은 피해자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이 조항이 실제 판결에서 인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

지난 13일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고용부, 9월 중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 예정

산재 근절을 위한 정부의 의지는 전날 진행된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 중 '안전 일터 구현'과 관련해 산재 사망 만인율을 2024년 0.39명에서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29명으로 끌어내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 수는 827명으로 산재보험 가입자 수가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지금보다 200명 넘게 목숨을 덜 잃어야 달성 가능한 수치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9월 중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해당 대책에는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거액의 과태료·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 방안과 함께 영업정지·입찰 제한 등 행정 제재, 작업중지·영업정지 요청 기준 확대, 원청 책임 강화 등의 조치가 포함될 예정이다. 이날 권창준 고용부 차관은 “경제적 불이익을 줘서 산재가 발생하더라도 사업주는 이득을 얻는 연결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우선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안전·보건 조치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하고, 다수의 근로자가 죽거나 반복적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법인에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징금 규모를 정액으로 할지, 비율로 할지는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확정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초고액 과징금 제도가 도입되면, 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민사상 손해배상 대신 정부가 기업에 징벌적 개념으로 경제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상 ‘동시 2명 이상 사망’일 때만 적용되던 건설사 영업정지·입찰 제한 요청 대상을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연간 10명이 사망하더라도 각각 다른 날이기만 하면 제재하기 어려웠다. 영업정지 요청 후에도 사망 사고가 재발하는 건설사에 대해서는 아예 등록 말소 요청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신설을 추진한다. 건설업 외 산재 사망 발생 시 인허가 취소를 할 수 있는 업종도 발굴하고 있다.

또 하도급으로 인한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 원청 책임을 강화한다. 재발방지대책·안전관리체계에 하청노동자를 포함해 공시하고, 산재 예방 능력을 갖춘 하청업체가 적격 수급인으로 선정되는 데 유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중대재해가 아니어도 적극적으로 산재를 예방할 수 있도록 고용부 장관의 ‘긴급 작업중지명령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권 차관은 “긴급 명령이 가능한 요건을 구체화해 현장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 "획일적 규제보다 안전 시스템 개선 필요"

하지만 산재 근절을 선언한 정부의 대책을 두고 경영계와 학계에서는 "처벌과 제재 중심에서 벗어나 이해관계자의 협력과 예방 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경영자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 6개월 지났지만, 산재 예방 효과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전 선진국들은 규제의 수용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사정이 안전 시스템을 개선했다”며 “엄벌주의 정책과 획일적 규제보다는 현행 안전 기준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안전 역량이 부족한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학계 전문가들도 산재 대응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규제보다는 보상과 인센티브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등 제재는 자칫 경영 부담을 키워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재 근절은 사업주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는 점도 강조한다. 입찰·허가·관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강화와 노동자의 참여·의무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자는 산재의 잠재적 피해자인 동시에 안전수칙 준수의 책임을 지는 만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안전수칙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현행 국가 안전 관리 체계의 한계로 '고비용 저효과' 구조를 지적했다. 산업안전감독관 수는 2017년 409명에서 2026년 2,195명(충원 인원 포함)으로 대폭 늘고, 산재 예방을 위한 고용부 예산은 2020년 5,134억 원에서 2024년 1조2,878억원으로 4년 새 두 배 넘게 증가했지만, 산재 사고 사망자는 효과적으로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선진국과 비교해 3배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도 효과가 미비하다”며 “시스템 개선 없이 엄벌 만능주의로 가면 현장에서 안전보건 활동을 이행하는 노사 모두 법에 대해 냉소적으로 변해 법 규범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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