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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 수입 증가에도 재정 적자 장기 국채 금리도 ‘고점 지속’ 재정 안정화 말고는 “답 없어”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올해 7월까지 이르는 10개월 동안 지불한 이자 비용이 1조 달러(약 1,390조원)를 넘었다. 이는 수 개 정부 부처 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 관세 수입이 1,357억 달러(약 189조원)로 두 배 증가했지만, 이자 비용 때문에 재정 적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37조 달러(약 5경원)를 넘어 예상을 몇 년 앞서고 있으며,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4%대 중반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 최근 10개월 이자 비용 ‘1,390조 원’
당장의 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짚고 넘어갈 점은 분명히 있다. 장기 차입 비용이 인플레이션 완화에도 고점에 머무는 것은 투자자들이 지속적인 재정 적자와 부채 규모를 가격에 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이하 연준)가 단기 금리를 인하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즉, 정부가 재정 안정화를 위한 신뢰성 있는 계획이 있을 때 장기 금리가 낮아지는 이유는, 시장이 예측 가능성과 적정 채권 규모, 인플레이션 위험 감소 등을 인정하기 때문이지 연준이 정부 말을 잘 들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은 고금리가 상환 비용을 높여 재정 적자를 가중하는 것으로만 알려졌지만 그 반대도 가능하다. 대규모로 지속되는 재정 적자는 장기 금리를 높인다. 구체적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이 1%P 오를 때마다 국채 이자율이 0.02~0.03%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이 재정 적자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더 크게 오른다.

주: GDP 대비 부채 비율(청색), 장기 명목 금리(적색), *좌측 그래프는 부채 총량의 변화, 우측 그래프는 연간 변동률
‘재정 적자’ 개선해야 ‘장기 금리 인하’ 가능
결국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 장기 국채 보유에 대한 요구 수익률)은 기본 재정 수지(primary balance, 정부 수입에서 이자 비용 제외 정부 지출을 차감)의 개선을 통해서 낮출 수 있다. 투자자들은 장기 채권 투자 시 단기 금리에 인플레이션, 성장률, 채권 발행 규모 관련 불확실성을 추가한 장기 금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재정 운영이 지속 가능하지 않아 보이면,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를 예상해 프리미엄이 상승한다.
실제 데이터로도 재정 상황과 프리미엄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확인된다. 2023~2025년 기간 프랑스 국채 수익률은 재정 상황 악화로 이탈리아 쪽으로 기울었는데, 이탈리아는 반대로 재정 건전화를 통해 가산금리(spread)를 줄일 수 있었다. 미국에서 단기 인플레이션이 안정됐음에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고점에 머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단기 금리 인하는 차입 비용 감소 “도움 안 돼”
만약 미국 정부가 5년 동안 매년 기본 재정 수지를 1%씩 개선한다면 부채를 기준점 대비 10%P 줄이는 셈이고, 이는 0.2~0.3%의 장기 금리 인하로 연결된다. 이는 다시 담보 및 기업 대출, 지방정부의 차입에 적용되고 예산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평균 차입 금리가 0.25%P 줄면 연방 규모로 연간 500억~700억 달러(약 70조~97조원)의 비용이 줄어 세율 인상이나 복지 지출 감소 없이 재정 적자를 개선할 수 있다.

주: 부채(Debt), 재정 적자(Deficit), 기본 재정 적자(Primary Deficit) / 10년 만기 기간 프리미엄, 5년 만기 기간 프리미엄, 10~15년 만기 선도금리, 5~10년 만기 선도금리, 10년 만기 수익률
여기서 중앙은행이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단기 채권 수익률밖에 없다. 장기 수익률은 인플레이션 기대치와 성장률 전망, 재정 안정성 등에 대한 시장의 판단으로 결정된다. 그러니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해도 10년 만기 또는 30년 만기 차입 비용을 줄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했다고 판단하면 오히려 오를 수도 있다. 장기 금리를 낮추는 길은 단기 통화정책이 아니라 신뢰성 있는 재정 안정화밖에 없다.
부채 비율 및 정부 지출 줄여야
미국 정부는 먼저 불황과 전시를 예외로 한 GDP 대비 부채 비중 상한선을 설정하고 불필요한 정부 지출과 세제 지원을 줄일 필요가 있다. 국채 발행 시 물량과 만기가 몰리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제 성장을 위한 투자는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성과가 나지 않으면 일몰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긴축이 아니라 충분한 신뢰성으로 시장이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고 가구와 기업이 계획다운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재정을 안정화하겠다는 정책 발표가 아니라,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는 측정 가능하고 법제화된 조치다. 실제 재정 수지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경제 전체의 차입 비용은 가만히 있어도 낮아진다.
글로벌 차입 규모가 증가하고 인구는 노령화하는 가운데 장기 금리를 낮추는 유일한 방법이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재정 안정화라는 사실은 다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뢰는 한 번 잃으면 되찾기 어렵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Silent Price of Credibility: Unveiling the Influence of Fiscal Stability On Long-Term Interest Rates – and Why the Fed Can't Do It Alone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