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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정치 리스크가 바꾼 안전자산 구도, 달러의 지위는 조건부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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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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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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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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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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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시장 변동성 급등은 미국 정책 불확실성에서 비롯
시장은 대안으로 달러보다 금, 스위스 프랑, 단기 국채 선호
정책의 일관성과 절차의 투명성이 달러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조건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5년 4월 8일, 시카고 옵션거래소 VIX 지수(CBOE Volatility Index, VIX)가 52.33포인트로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시장 변동성을 측정하는 ICE BofA MOV지수(The Merrill lynch Option Volatility Estimate Index)도139.9까지 치솟으며 투자자들로 하여금 방어적 움직임을 취하게 했다. 그러나 7월 28일에는 두 지수가 급등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되돌아왔다. VIX지수는 15.03, MOVE지수는 약 83.7로 낮아졌지만, 같은 시기 미국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Economic policy uncertainty, EPU)는 276 수준으로 코로나 이전의 안정적 수준보다 훨씬 높았다.

즉, 변동성 지표가 빠르게 진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 불확실성 자체가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금융 시스템이 흔들린 2008년 금융위기나 전 세계 코로나 팬데믹 위기가 덮쳤던 2020년과 달리, 이번 급등은 은행 부실이나 자산시장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충격의 발원지는 관세 부과와 정부 개입 같은 정책적 불확실성이었고, 바로 이 점이 시장 반응을 다르게 만든 것이다.

사진=ChatGPT

달라진 안전자산의 조건

전통적으로 위기가 닥치면 투자자들은 미국 달러와 장기 국채를 매수하는 것이 공식처럼 작동했다. 달러는 세계 최대의 결제 통화이자 기축통화이고, 미국 국채는 가장 깊고 유동성이 높은 채권시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충격의 진원지가 워싱턴의 정책 불확실성이었기 때문에, 시장은 달러와 장기 국채를 일시적으로 외면했다.

대신 자금은 금, 스위스 프랑, 일본 엔화처럼 미국 정책과 거리가 있는 자산으로 몰렸다. 특히 금은 물가 흐름과 무관하게 안전 수요를 흡수하며 강세를 보였고, 스위스 프랑은 독립적인 통화정책 운용과 예측 할 수 있는 제도 덕분에 가치를 높였다. 일본 엔화 역시 국내 저축 기반과 일본은행의 정책 신뢰에 힘입어 피난처로 기능했다. 동시에 초단기 미국 국채도 다른 주요국 국채보다 안정적으로 거래됐다. 장기 전망은 불확실했지만, 단기 금리는 비교적 예측 가능했고, 규제나 개입의 불확실성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안전자산이 단순히 위험을 피하는 수단이 아니라, 충격의 원인과 거리에 따라 ‘조건부 신뢰’를 보상하는 자산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2~2025년 미국 경제 및 통상 정책 불확실성 지수 추이
주: 연도(X축), 불확실성 지수(Y축)/경제 정책 불확실성 지수(노란색), 통상 정책 불확실성 지수(파란색)

시스템 위기가 아닌 정책 충격

2008~2010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시장 운영 자체가 마비되며 변동성이 수개월 동안 높게 유지됐다. 2020년 코로나 사태 때도 보건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불안이 장기간 이어졌다. 그러나 2025년의 상황은 달랐다. 금융 시스템이나 실물경제의 붕괴가 아니라, 관세 인상과 행정 개입 같은 제도적 불확실성이 촉발한 충격이었다.

기업들은 공급망, 세금 부담, 환율 헤지 비용을 다시 계산해야 했고, 투자자들은 무작정 미국 자산을 팔지 않았다. 대신 정책 리스크에 덜 노출된 단기 국채, 무역 민감도가 낮은 우량 채권, 제한적 외환 헤지로 옮겨갔다. 시간이 지나 관세 조정과 예외 적용, 외교적 대응의 윤곽이 드러나자, 자금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과거처럼 무차별적이고 대규모로 유입되지는 않았다. 보다 선별적이고 신중한 흐름이었다.

실무에 쓸 수 있는 간단한 측정기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리스크 해석 점수(Risk Translation Score, RTS)’라는 지표가 제안됐다. RTS는 주식시장에서는 VIX지수, 채권시장에서는 MOVE지수, 외환시장에서는 유로/달러 변동성 지수(EUR/USD CVOL)을 활용해 충격의 크기와 지속성을 수치로 정리한다. 각 지표가 과거 평균 대비 얼마나 급등했는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를 계산한 뒤, 이를 정책 불확실성 지수(EPU), 특히 무역정책 관련 지수와 비교한다.

2025년 4~7월 데이터를 적용하면 세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 첫째, 관세 발표 직후 VIX지수와 MOVE지수 모두 과거 평균을 크게 웃돌며 두 표준편차 이상 급등했다. 둘째, 주식시장은 약 한 달 만에 안정됐지만 채권시장은 더 오랜 기간 흔들렸다. 그러나 금융위기 때처럼 장기 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셋째, 외환시장은 충격이 가장 작고 회복도 가장 빨랐다. 이는 달러 가치의 붕괴가 아니라 안전통화 간의 일시적 이동이었음을 시사한다. RTS의 장점은 복잡한 금융 이론을 동원하지 않아도 정책 충격이 어떻게 시장 가격에 반영되는지를 단일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충격의 진원지일 때 안전의 의미

정치적 요인이 충격을 일으킬 때 시장은 단순한 수익률이 아니라 정책 독립성과 제도적 안정성을 찾는다. 그래서 공급이 제한적임에도 스위스 프랑, 일본 엔화, 금이 강세를 보였다. 스위스는 예측할 수 있는 제도와 보수적 재정 운영, 중앙은행의 신뢰가 뒷받침됐고, 일본은 막대한 국내 저축과 일본은행의 정책 수단이 기반이 됐다. 금은 특정 국가 정책에 얽히지 않는 자산이라는 점이 주목받았다.

미국 달러와 국채는 여전히 세계 금융의 중심이자 핵심 담보다. 그러나 정책 불확실성이 미국에서 비롯될 경우, 시장은 일시적으로 달러와 장기 국채의 매력을 낮게 평가한다. 이후 규칙이 정리되고 일정이 명확해지면 자금은 돌아오지만, ‘조건부 성격’은 남는다.

관리자·정책당국에 주는 시사점

기업 관리자에게 4월의 경험은 헤지 전략 다변화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단기 옵션은 급등기에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었다. 만기를 조합하거나 옵션과 선물을 병행하면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더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정책당국에 대한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다. 동일한 관세 조치라도 단계적 시행, 공개된 검토 일정, 데이터 기반 설명이 있었다면 시장 충격은 훨씬 줄었을 것이다. 세계 시장이 실시간으로 각국 정책의 신뢰도를 비교하는 상황에서 가장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위험 완화 수단은 바로 ‘예측 가능한 절차’임이 확인됐다.

비판에 대한 응답

달러의 국제적 지위가 여전히 굳건하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외환 거래, 가격 책정, 외화보유액에서 달러의 비중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달러가 언제나 안전자산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2025년 4월의 사례는 미국이 불확실성의 발원지일 때 시장이 달러 대신 다른 자산을 찾았다가, 규칙과 정책 방향이 명확해진 뒤에야 다시 복귀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번 충격이 결국 일시적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변동성은 빠르게 안정됐고, 자금도 미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단기간에 그쳤다는 사실이 곧 의미 없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짧지만 반복 가능한 패턴은 정책 결정과 투자 전략 모두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일부에서는 안전자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당시 금은 물가 흐름과 동조하지 않았고, 미국 국채는 금리 하락기에도 확실한 피난처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안전자산이 실패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충격의 성격에 따라 자산별 반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성장 문제가 아니라 정책 불확실성이 핵심일 때는, 자산 선택을 더 정교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4월 급등으로부터의 교훈

2025년 4월 8일의 급등은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시장이 참고해야 할 신호를 제공한다. 미국이 불확실성의 진원지일 때 자금은 금, 스위스 프랑, 일본 엔화, 초단기 국채로 이동했다가, 정책 방향이 안정된 뒤에야 다시 달러로 돌아왔다. 달러 매수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신뢰가 회복됐을 때만 가능하다.

이는 달러 패권의 종말이 아니라 조건부 진실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조건을 명확히 인식하고, 시장 반응을 투명하게 측정하며, 그에 맞는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다. 관리자는 정책 기인 충격에 대응할 전략 매뉴얼을 사전에 준비해야 하고, 정책당국은 순서와 신호를 분명히 제시해 불확실성이 불신으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다음 급등은 피해를 줄일 수 있고, 달러의 리더십은 오히려 더 안정적인 형태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rom "haven" to "haven of trust": teaching markets to price policy risk, not just fear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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