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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POSOS 내놓은 연구팀, 상온상압 초전도체 실현될까 '기대 반 우려 반', 과학계서도 "황 추가한 정도론 힘들 것" "입증 과정 기다려야", "이전 결괏값만으로 판단해선 안 돼" 의견도
지난해 7월 '상온상압 초전도물질' LK-99를 개발했다 주장하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메리대 물리학과 교수와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팀이 다른 초전도체 주장 물질 'PCPOSOS'을 들고 내달 연단에 선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소 차갑다. LK-99에 대한 회의적 의견이 팽배해진 탓이다. 다만 일각에선 상온상압 초전도체 자체가 아직 명확히 규명된 바 없는 신기술의 영역인 만큼 이전의 결괏값을 갖고 나머지 전체를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한번 '상온 초전도체', 이번엔 'PCPOSOS'
미국물리학회(APS)가 공개한 일정에 따르면 김현탁 교수,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등은 내달 4일(현지 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리는 미국물리학회 연례회의에서 초전도체 주장 물질 'PCPOSOS'의 실험 결과를 공개한다. 김 교수 연구팀이 APS에 사전 공개한 발표 요약본에는 "상온·상압에서 초전도 특징을 보이는 물질 'PCPOSOS'을 합성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PCPOSOS는 기존 LK-99에 황을 추가한 물질로, PCPOSOS를 자석 위에 놓으면 제로저항과 마이스너 효과(완전 반자성) 등 초전도 물질의 특성이 나타난다. 자석 위에서 부분적으로 공중 부양했다는 결과도 함께 내놨다.
제로저항은 특정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성질이며, 마이스너 효과는 어떤 물질이 초전도성을 띠면서 자기장을 외부로 밀어내는 효과다. 마이스너 효과가 나타났다 이야기하기 위해선 자석 위에서 물체가 공중에 떠야 한다. 연구팀은 "자석의 자기장이 자석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갈수록 증가하며 실험으로 관측한 자기부상 현상은 자석의 중심 부근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마이스너 효과가 유지되는 자기장의 상한선인 임계자기장 Hc1~Hc2 부근에서 물질이 공중부양했으며 임계선 가까이에서는 자기부상 특성이 사라졌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시장선 '우려' 목소리, 과학계서도 "글쎄"
PCPOSOS 소식에 시장에선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먼저 나온다. 앞서 김 교수의 연구팀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라 주장한 LK-99에 대해 국내외 연구진들이 "초전도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는 "(연구팀이 게시한) 아카이브 논문 데이터가 제로저항과 마이스너 효과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며 "LK-99는 저항이 매우 큰 부도체"라고 결론 내렸다.
과학계의 반응도 대체로 싸늘하다. LK-99 검증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창영 서울대 교수는 “물질을 새롭게 합성한 후 분석이 잘못돼 화학식이 바뀌는 경우는 이따금 있다”면서도 “결국 같은 합성법으로 만든 물질에서 국내외 연구진이 초전도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종전의 LK-99에 황을 추가한 정도로 초전도성이 새로이 나타나긴 힘들단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상온상압 초전도체 자체가 아직 명확히 규명된 바 없는 '신세계'이기에 거듭된 과학적 검증을 거치는 데 무작정 부정적으로 반응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 추론만으로 모든 상황을 단정짓고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석배 대표도 지난 1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우관에서 열린 '연세대 양자산업융합선도단 비전 선포식'에서 "LK-99는 초전도체라고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간에선 이미 LK-99에 대한 회의적 여론이 확산하며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사기'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지만, 이는 초전도체 관련 테마주가 지나치게 이른 시각 주식시장을 할퀴고 지나간 탓이 크다. 상온상압 초전도체의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으며, 검증과 개량이 이어지고 있다면 그 결과를 기다릴 필요도 있다. 성급한 테마주 광풍 등 외부적 환경이 과학적 입증 과정을 평가절하하는 상황이 재현돼선 안 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