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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생보 신계약 월평균 19조6,473억원 보험료 기반 생보사 자산 운용 사업 적신호 해마다 반토막 수준, 변액보험이 위기 가속
지난해 국내 생명보험 신규 계약액이 월평균 20조원(약 15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이후 월 20조원 선이 무너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인 변화에서 비롯된 장기 보험의 가입자 감소와 고금리 여파에 따른 변액보험의 인기 하락 등 다양한 원인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생명보험 신계약 금액·건수 동반 감소
4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생명보험 신계약 규모는 월평균 19조6,473억원으로 집계됐다. 생명보험협회가 2020년 관련 통계 기준을 개정한 후 월평균 신계약 규모가 20조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20년 1월부터 11월까지 월평균 신계약이 24조8,154억원 규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3년 사이 20%가량 줄어든 셈이다. 특정 기간 신규 보험계약자의 가입 금액 전체를 합쳐 산출하는 신계약은 개별 보험사의 펀더멘털 및 미래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가입 건수 집계에서도 신계약 감소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생명보험 월평균 신계약 건수는 104만9,183건으로 3년 전인 2020년(125만370건)보다 16.1% 줄어든 수준을 보였다. 시장의 성장성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신계약의 감소는 보험사의 수익 감소로 직결되고, 보다 장기적으로는 보험료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보험사의 자산운용 사업을 어렵게 해 전체 자본시장에도 그 여파가 미치게 된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생명보험 신계약 감소의 원인으로는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장기보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꼽힌다.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2000년대 이전까지는 유사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종신보험을 비롯한 장기보험에 가입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청년층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1인 가구가 늘면서 장기보험의 필요성 또한 옅어졌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보험사들은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 및 자회사 업종 제한 등 관련 규제가 생명보험사의 사업 다각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 또한 이어지고 있어 신성장 동력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생명보험 산업의 생존이 전체 자본시장의 운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자산 시장 얼어붙으며 소비자 관심도 ‘뚝’
전문가들은 생명보험 산업 위기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로 변액보험의 몰락을 지목했다. 사망보험금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종신보험 등 일반적 장기보험 신계약이 해마다 10% 안팎의 감소율을 보이는 데 반해 변액보험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생명보험사의 지난해 변액보험 신계약 건수는 7만5,408건으로 전년 동기(16만3,883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계약 보험료 역시 지난해 395억6,200만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776억6,000만원)과 비교해 49% 줄었다.
변액보험 판매량이 해마다 급감하는 배경에는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주식과 채권의 가치 하락 등 자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짙게 작용했다. 변액보험은 고객으로부터 거둔 보험료를 일부 사업비를 제한 후 펀드 등에 투자해 이 과정에서 얻은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보험금 및 해지 환급금을 산정하는 상품이다. 자연스럽게 자산 시장이 활기를 띨 때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변액보험 가입자 급감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높은 금리가 계속되면서 주식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채권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변액보험 수익률이 저조했고, 그 결과 가입자 감소는 물론 기존 계약의 해지로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생명보험사가 판매 중인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이 일제히 판매량 감소를 거듭하면서 건강보험 등 제2보험에서 활로를 찾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의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갖춘 제3보험은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중요성이 강조된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기 좋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사망 보험에는 별다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2·30대 소비자들이 상해 또는 질병과 관련한 보험 상품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보인다는 점 또한 특징이다. 올해 초 삼성생명을 비롯해 신한라이프, ABL생명 등 다수의 보험사가 일제히 새로운 건강보험을 출시한 것 또한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건강보험의 경우 실손 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해 온 손해보험 업계가 주도하고 있어 생명보험사들이 일정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생명보험 업계와 손해보험 업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