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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고급화는 안 먹힌다?" 글로벌 뷰티 공룡 '세포라' 시장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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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 철수 결정
CJ 올리브영 강세에 결국 '백기' 들어
질 좋고 저렴해야만 살아남는 韓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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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포라 코리아

전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가 오는 5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지난 2019년 10월 의욕적으로 서울 파르나스몰에 1호점을 열었으나, 5년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세포라는 루이비통, 디올에 이어 매출액 기준 LVMH 산하의 3번째 초대형 브랜드지만, 저가 전략을 내세운 브랜드만이 살아남는 한국 시장의 벽을 넘지 못했단 분석이 나온다.

세포라, 5월부터 단계적으로 한국시장 철수

지난 19일 세포라는 SNS 공식 계정과 웹사이트를 통해 영업 종료 예정 사실을 공지했다. 세포라는 “2024년 5월 6일부로 한국 시장에서의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며 “전국 매장 및 온라인 몰, 모바일 앱 스토어는 5월 6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세포라는 해당 일자까지 온라인 주문을 받은 뒤 6일 내 주문 처리를 완료하고 8월 중순까지 고객서비스팀을 운영할 방침이다. 멤버십 서비스인 뷰티패스 포인트 역시 5월 6일자로 일괄 삭제된다.

지난 2019년 파르나스몰에 첫선을 보인 세포라는 명동, 신촌, 잠실, 여의도, 갤러리아 광교점 등 서울경기권의 주요 상권에 자리하며 초반 세를 확장했다. 1호점 오픈 첫날 대기 행렬만 무려 500m가 넘었고, 사흘간 2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어 세포라는 당초 2022년까지 14호점을 열려 했지만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점포 수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의 실적에 지난해 감사인으로부터 “계속 기업으로서의 타당성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 기준 세포라코리아의 매출은 13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이 176억원에 달했다. 순손실은 202억원으로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299억원, 자본금은 262억원의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세포라는 전세계 35개국에서 3,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79억 유로(약 26조원)를 벌어들였지만 한국에서만큼은 힘을 전혀 쓰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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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올리브영

올리브영이 국내 시장을 장악한 비결

세포라의 철수를 두고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점유율 90%의 올리브영이 공고하게 버티고 있는 데다, 고급화 전략을 주로 내세운 세포라의 강점이 한국 시장에선 통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올리브영의 독자생존 비결은 '고품질 상품의 저가 공급'에 있다. 올리브영은 좋은 중소기업 제품을 선별하는 능력과 전국 방방곡곡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직영 매장까지 보유하고 있어 좋은 상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1년에 4번 계절의 시작에 맞춰 진행되는 '올영세일'은 올리브영의 매출 대부분을 견인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올영세일 누적 매출액은 전년 대비 42%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발생한 누적 결제 건수(온·오프라인 합산 기준)는 2,495만 건, 누적 방문 회원 수는 자그마치 600만 명에 달한다. 올리브영은 전국 약 1,300개 매장과 모바일 앱(App), 즉시 배송과 픽업 등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라이브 커머스 등 전방위 채널을 통해 세일을 전개해 매출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특히 K뷰티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하면서 국내외 고객들의 쇼핑 성지로 성장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뷰티 시장을 둘러싼 점유율 경쟁은 최저가 전략을 무기로 한층 더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뷰티컬리를 앞세우며 온라인 시장에서 힘을 키우고 있는 컬리는 '최저가 챌린지'를 통해 올리브영과의 경쟁구도를 가속화 하고 있다. 전국 1,500여 개 유통망을 보유한 다이소 역시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하며 브랜드 입점에 주력하고 있다. 다이소는 가격 경쟁력을 등에 업은 26개 브랜드 250여 종의 제품을 선보이며 지난해 뷰티 매출 2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등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고급화 전략은 무용지물?

저가 전략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브랜드들과는 달리, 고급화 전략을 추진한 브랜드들은 실패의 쓴맛을 보고 문을 닫는 사례가 적지 않다. 화장품의 ‘럭셔리화’를 선언했던 LG생활건강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LG생활건강이 프리미엄시장 공략을 목표로 지난 2013년 3월 론칭한 백화점 전용 럭셔리 브랜드 ‘다비(DAVI)’가 매장을 모두 정리한 바 있다.

LG생활건강이 미국 다비사와의 제휴를 통해 선보인 야심작인 ‘다비’는 와인 포뮬라 비법을 담은 와이너리 화장품 브랜드라는 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품질수준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탓에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2016년부터 총 10개의 다비매장을 순차적으로 정리했다. 다비는 롯데백화점 본점과 비롯해 잠실점, 강남점, 수원점, 센텀시티점, 동래점, 광주점을 비롯해 갤러리아백화점 센터시티점, 현대백화점 중동점과 디큐브백화점에 입점돼 있었으나 지난 2016년 3월 2일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매장을 철수한 데 이어 같은 해 4월 27일 현대백화점 중동점이 문을 닫았고, 5월 25일 갤러리아백화점 센터시티점이 영업을 종료했다.

가성비 버거라는 차별화로 토종브랜드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 맘스터치도 세트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하는 신메뉴를 선보이면서 충성 고객마저 놓칠 위기에 처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맘스터치는 존 메뉴보다 최대 4,600원이나 비싼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고급화’라는 새로운 전략을 꺼내들었다. 가성비 이미지를 통해 학생층으로 굳어진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역시나 고급화 전략이 폐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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