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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리더십 최대 위기 맞았다 아인슈타인이 흑인? '과도한 다양성 존중'에 의한 오류 이번 오류는 구글에 '치명타', AI 패권 전쟁서 살아남을까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Gemini)'가 미국 건국자나 아인슈타인 같은 역사적 인물을 유색인종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독일 나치군을 아시아인으로 묘사하는 등 역사적 인물에 대한 부정확한 이미지를 생성한다는 사용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구글이 AI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인식이 깊어진 가운데 그 책임론이 순다르 피차이 CEO까지 올라가고 있는 모양새다.
제미나이 오류에 "구글 CEO 책임지고 물러나야" 비판
2일(현지시각)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구글의 AI 모델인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 기능 오류로 인해 피차이 CEO에 대한 사임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글은 지난달 22일 제미나이에 도입한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최근 몇 주간 소셜미디어(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등의 키워드로 이미지 생성을 주문한 결과, 제미나이가 해당 인물의 인종을 유색인종으로 표현하는 등 오류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가 4.5% 하락하기도 했다.
해당 이미지는 제미나이의 과도한 다양성 존중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에 따르면 제미나이는 지나치게 ‘다양성’을 인식하고 알고리즘이 보수화된 나머지 일반적인 주문에 대해서도 일부 주문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백인만 등장하는 내용을 주문해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글은 제미나이가 역사적 사실에 반하는 결과물을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의 “구글이 잘못된 사상을 전파하려 한다”는 비판에 휩싸였고, 여론이 악화하자 피차이 CEO는 이에 대해 "(오류는)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unacceptable) 우리가 잘못한 것"이라며 "사용자들을 불쾌하게 하고 편견을 보였다는 것을 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4시간 노력하고 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AI 패권 전쟁 속 '역전의 실마리' 상실한 구글
하지만 논란을 완전히 종식하는 데엔 어려움이 따르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구글이 빅테크들과 생성형 AI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제미나이의 치명적 오류로 역전의 실마리마저 잃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실제 구글은 오픈AI나 MS와의 AI 경쟁에서 계속 뒤처지는 모양새다. 구글은 지난해 초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경쟁을 펼치기 위해 챗봇 '바드'를 서둘러 공개했다가, 시연 당시 잘못된 답을 제시해 주가가 폭락한 바 있으며, 반년간 제미나이를 개발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9월 오픈AI가 'GPT-4V'를 먼저 공개하고 '달리 3'를 통합하면서 김이 빠졌다. 더욱이 제미나이가 GPT-4V 성능을 능가할지 확신하지 못한 탓에 기능 고도화에 매달리며 출시 시기를 2024년으로 늦췄다는 말도 떠돌았다.
이에 피차이 CEO는 지난해 12월 '제미나이 프로'부터 서둘러 출시하고, 최첨단 모델 '제미나이 울트라'는 나중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는데, 당시 제미나이 시연 영상이 일부 조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또 한번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신뢰성은 생성형 AI의 고도화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생성형 AI 전쟁의 승패가 걸려있는 만큼, 신뢰성과 관련된 오류는 구글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는 AI 규제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I가 큰 변화를 불러오는 원동력이 되고 있지만, 발전 속도에 맞춘 명확한 규제가 없는 탓에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생성형 AI가 영화, 음악, 드라마, 캐릭터 등 문화 산업 전반에서 저작권을 거리낌 없이 침해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등 개인정보 침해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 기반을 다지기 위해선 규제보다 지원에 우선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판단이 많다"면서도 "점차 가짜와 진짜가 구분되지 않고, AI 저작권 침해와 디지털 무한복제에 인간 창의성과 존엄성이 유린당하고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선 규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